‘돌아간다’는 것과 ‘돌아온다’는 것

가장 예쁜 가족영화 <니나 내나>

by 오묘미

가족의 형태는 수없이 다양하다. 구성원의 숫자와 성비까지 비슷하다 해도 단 한 사람의 나이만 달라도 그 가족은 또 하나의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 속 가족들은 격렬한 갈등을 겪는다. 특히 우리나라 가족은 ‘화’를 기점으로 짜증과 폭발로 엮여 사건을 낳는다. 쉽게 사과할 수도, 쉽게 말을 건넬 수도 있는데 속으로 묵혀두니 끝에 가서 죽음으로서 말 못 할 ‘한’으로 남게 된다. 우리나라의 가족극이 외국의 가족극과는 다른 점이 이런 부분에 있을 것이다.


<니나 내나>는 <당신의 부탁>, <환절기>를 연출한 이동은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됐던 작품인 이 영화 <니나 내나>는 하나의 특이한 점이 있다. 이 가족, 참 잔잔하다. 서로 싸우고 있음에도 착하고, 슬픔에도 청명하다. 오해가 있음에도 서로 심하게 꾸짖지 않으며 원망도 원한도 잔잔하게 승화한다. 종종 가족영화를 보며 어딘가로 숨고 싶고 마음 속에 억지로 묻어두었던 죄책감을 괜히 끄집어내 박박 긁어내는 듯한 불편함을 느꼈던 반면에 <니나 내나>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에게 잔소리하며 구석으로 내몰지 않는다.



어느 날 삼 남매는 오래 전에 가족을 떠난 엄마에게 “보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되고,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는 줄거리의 이 영화. 그들은 엄마를 찾아 하나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두 가지 길을 걷는다. 파주로 가는 길과 경상도로 다시 돌아가는 길. 가족에서 떨어져 파주에 있는 엄마에게는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길이고, 엄마를 찾아 떠난 남은 구성원들에게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해결을 본 뒤 다시 ‘돌아오는’ 길이다. 몸이 불편해 경상도 집에 남겨진 아버지에게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가족의 구성원에서 떨어져 개인이 되었던 하나의 구성원에게는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고, 가족 구성원의 위치에서는 떨어졌던 가족 한 명이 ‘돌아오는’ 것이다.



영상이 참 깨끗하고 구도들도 가장 좋은 적정선 안에서 표현한다. 모든 배우는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고보다 최선의 방법들로 캐릭터를 산다.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혼자 튀려고 하지 않는다. 풍선 안에 뭉친 공기처럼 다른 입자가 되어 풍선을 터뜨리려 하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누구 하나 혼자만 잘살거나, 누구 하나의 고통과 고민도 무시하려 들지 않는다. <기생충>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장혜진 배우는 이 영화에서는 딸 하나 있는 엄마 ‘미정’역으로 엄마와 누나 사이를 귀엽게 오간다.



가족은 함께 하다가도 어떠한 이유로 파편이 되어 떨어져 나간다 해도 결국 어떤 계절이 되면 다시 뭉쳐야 하는 자연스러운 의무를 가진다. 농사가 주된 일상이던 시대, 매년 추수의 계절이 돌아오면 모든 식구가 모여 벼를 걷어내는 일을 함께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명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하라고 먼 길을 떠나는 이들을 위해 긴 시간을 공휴일로 지정해주지도 않았던가. 어찌되었든 가족으로 뭉친다는 것 자체에는 수많은 약속이 담겨 있다는 것을 조용히 내포한다. 이점에서 <니나 내나>의 가족들은 서로 비밀이 아닌 비밀을 가진 가장 예쁜 가족의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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