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리스트 훔치러 카페에 간다

정체성이 담긴 공간에서의 유대

by 오묘미

소규모 카페에 가면 곳곳의 끝엔 사장의 정체성이 묻어있다. 커피뿐만 아니라 공간 활용과 구조, 인테리어 소품, 문손잡이, 스위치, 카펫, 화분 등등. 그중 음악은 카페라는 공간을 완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같이 온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정적이 흐를 때면 그 사이를 음악이 채운다. 서로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음악을 듣는다. 낯선 음악이 마음으로 흘러들면 급하게 샤잠(Shazam)을 켜고 음악을 찾는다. 검색된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몰래 넣는다. 이렇게 수집돼 만들어진 플레이리스트는 나의 시대-시간-감수성-관계들-계절-사랑의 집합체가 된다.


처음 만나 어색한 사이일지라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면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과 같은 음악을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공간에서 공개한다는 것은,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놓는 것만큼 큰 용기다. 그 용기는 자신의 카페에서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마음의 유대가 형성되길 바라는 소망에서 오지 않았을까. 카페 사장은 자신이 공들인 커피를 손님이 알아주는 것 이상으로, 손님이 샤잠을 들어 음악을 검색하는 모습을 훔쳐보며 속으로 만세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페 '도덕과 규범'에서 훔친 음악 두 곡 <그리움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면-원호>, <봄비-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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