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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lly Sky

부상은 마음과 몸 둘다에서 나타났다.


먼저 몸의 부상은 요가를 무리하게 하다 사타구니 안쪽 근육이 약간 찢어지는듯한 부상을 입게 됐다. '파리브리타 자누시르사아사나'라는 동작을 하다가 입게 된 부상이었는데, 다리를 벌리는 동작을 할 때마다 찌릿한 신경통이 나를 괴롭혔다.


마음의 부상은 좀 더 힘들었다. 먼저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이 가면 갈수록 커져서 나중에는 퇴근시간 이후를 커리어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늦은 밤까지 이력서와 구직사이트를 뒤지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수면부족으로 인한 우울감과 피로는 쌓여갔고, 회사의 잦은 출장은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으며, 결과적으로 나의 불안감은 더욱 쌓여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으며 한동안 이런 상태가 지속되었던 것 같다.




옆으로 걷는 말이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었다. 아마 여러 가지 도전들을 하는 와중에 석사도 같이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안은 해소되진 않았다. 아마도 앞선 글에서 생각해 낸 불안의 원인이 너무 근시안적이었나 싶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당시의 나를 그렇게 불안하게 만들었고 끊임없이 달리게 만들었을까?

나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다.


1. 비교군의 부족

그 당시에나 지금이나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동료나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웠다. 친구들은 모두 대기업이나 규모 있는 기업에서 세분화된 업무를 했었으며 같이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동료나 지인들은 나의 고민을 공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일단 그 당시 주변에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잘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없었으며 이 부분이 나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큰 원인 중 하나였다.


2. 정체성의 흔들림

스타트업을 처음 선택했던 다양한 이유들 중 중요한 하나는 '나다운 것을 찾는 과정에 도전해 보자'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다움을 찾아가다 보니 기존에 나답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변함으로써 정체성이 흔들렸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 있던 물리학이나 기계공학보다 논리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들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갔으며 4년간 기계공학을 공부했던 시간들에 더 치열해야 했었나 하는 약간의 후회를 느꼈다. 이는 짧게는 4년간, 길게는 10년간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불안감이 커졌던 것 같다.


3. 환경적인 요인

취업이 되고 1년이 지났을 때, 자취를 시작했다. 보증금 1억에 월세 45만 원, 약 10평의 원룸이었다. 건물이 노후하고 바퀴가 종종 출몰하였지만 강남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다만, 돈을 모으기에는 상당히 큰 지출이었으며 그 당시 나의 연봉으로는 1년에 500만 원 모으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런데 이를 어쩐담, 여자친구와 나는 슬슬 결혼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한 시기였다. 주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혼식에 5,000만 원은 쓰인다는데 나의 작고 소중한 월급으로는 택도 없는 금액이었으며 그 당시의 여자친구이자 현재의 아내와 결혼을 생각하기에는 도무지 견적이 나오지가 않았다.

아마도 불안에 대한 원인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아마도 앞선 두 가지 원인들만 내게 있었다면 불안감이 증폭되진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욕심 많던 나이기에 무엇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마 무엇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마음이 불안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돈 때문에,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는 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나의 작고 사소했던 6개월의 도전은 막을 내리게 되었으며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을 꾸준히 더 쌓아보기로 했다. 무언가를 새로이 도전하기에는 내가 손에 쥔 것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다만, 그때 이후로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나는 정체성의 혼란과 비교군의 부족에 시달리며 나의 망상일지 이상일지 모를 무언가를 찾아 나설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은 4년 전보다 손에 쥔 것들이 더욱 많아졌고, 앞으로도 많아질 예정이다 (곧 딸아이도 태어난다..!!). 또한 나의 현실도 점점 달콤해지고 편해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한다. 언젠가의 망상일지 이상일지 모를 내 마음속의 낙원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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