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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호라 Apr 11. 2024

2014년 4월 17일, 낮

자장면을 앞에 둔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

모두 그릇을 앞에 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장면 집 이모도 말없이 그릇을 내려놓았다


침묵은 알려주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부 인사마저 잔인한 낮

음식을 삼키는 행위마저 잔인한 낮


찐득하고 새카만 면 위에

한숨과 비탄을 얹어먹는다


나는 한꺼번에 면을 삼키는 것이 목이 메어 면을 자르는데

검은 면과 검은 바다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죽은

숨의 숫자에 압도되었다

무거워져야 했다

살아내지 못하고 살리지 못하고

사라질까 봐


전원구조라는 뉴스에 안도하던 우리

순식간에 뒤바뀐 뉴스에 경악하던 우리

가만히 있던 이들이 죽었다는 걸 알아도

자장면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우리


자꾸 무서워지는 건

그날부터 오늘까지 변한 것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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