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낡은 빌라에 혼자 살게 되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미리 말하자면 엄마는 건강히 지내고 계시는데
몇 달 전 언니가 분가를 하고 그렇지 않아도 엄마는 지방 댁에 주로 머무르고 있었으니 엄마 없는 엄마 집에 혼자 살게 되었다.
이십 평이 조금 넘는 빌라는 세 모녀가 살 때엔 떠들며 복작대기도, 각자가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땐 비좁아 답답하기도 했다.
언니랑 둘이 살 때엔 방 하나씩 쾌적하게 지내는 동안 화장실 옆 작은방은 어느새 창고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혼자 살게 된 지금은 넓은 곳을 마음껏 누비는 만큼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빨래 돌리고 개기, 설거지하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하기, 돌아서면 보이는 머리카락에 매일 마다 청소기와 바닥 닦기 등…
인간이기에 대충 숨만 쉬고 살아도 해야 할 일들이다.
대신 너저분해지고 지저분해져도 딱 일 인분 만큼이라 이 생활도 금방 익숙해졌다.
어쩌다 보니 혼자 살게 되었을 때, 언니가 쓰던 큰방으로 이사를 오고 며칠은 가위도 눌렸더란다. 그런 쪽으로 민감한 사람은 아니지만 거실에서 낮잠을 자거나
친구 집에서 잠드는 등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가위에 종종 눌린다.
항상 강유미의 유튜브 찜질방 asmr을 틀어놓고 애써 두려움을 떨치며 잠들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불을 끄고 적막 속에서도 잠들 수 있을 만큼 용감해졌다.
그러다가도 가끔 여러 이유로 엄마가 며칠간 머물고 갈 때면 침대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팔다리를 대자로 뻗어 무장해제가 되어버린다.
방 너머 간간이 들려오는 코골이가 한겨울 온수매트처럼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