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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sb Feb 07. 2023

지구 반대편 나의 일부가 살아 숨쉬는 그곳

너희나라? 우리나라?

여행을 다니다보면, 여러 나라의 사람과 연락처를 쉽게 주고 받게 된다. 페이스북이 처음 등장할 무렵, 멀리 떨어져 사는 다른 나라 사람과 오랫동안 연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너무도 소중한 인연인지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면, 시간이 지나고 연락하기가 뻘줌해지는게 반복되는 패턴이다. 머릿속에서는 함께한 추억이 항상 생각나지만, 혹여나 그 사람이 귀찮아 하진 않을까? 나를 기억이나 할까? 그냥 그 당시에만 겉으로 친한척 한걸까? 보고싶은건 나 혼자만의 생각인가?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뜬금없이 연락하는 것도 쉽진 않은 일이다. 실제로 가끔 먼저 연락을 하면 나를 전혀 기억 못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최근 연락이 뜸했던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 연락 쇄도를 받은적이 있다. 2022년 10월의 마지막날 사건 때문이다. 멀리서도 뉴스를 보고 나를 기억해준 친구들이 참 고맙다. 어릴적에는 막연히 생긴게 다른 그들은 나와는 관련이 없는, 외계인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세계 어딜가서 누굴 만나도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고부터는 우리나라, 너희나라 이런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차례가 돌아왔다. 튀르키예에서 벌어진 참상이 남의 나라 일 같지만은 않다. 그 동안 튀르키예 여행을 하면서 쌓아온 인연들에게 안부의 메세지를 보냈다. 이즈미르에서 사업을 하고있는 나와 동갑인 한국인 친구, 부모님 돌아가신 상처 때문에 자신의 나라를 떠나 터키에서 이카멧을 받아 거주하고 있는 요르단인 친구. 사실 이 두 사람 밖에 연락을 하지 못했다. 내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없을텐데 연락하기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하타이에서 만났던 친절했던 숙소 직원들, 하타이에 처음 도착하고 도움을 주었던 경찰관들, 가지안테프에서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던 식당 직원들, 말라티아에서 버스터미널까지 함께 동행하며 길을 안내해주었던 의과 대학생이라는 친구, 모두 눈앞에 스쳐가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게 크게 없다는게 답답하기만 하다.  


아마도 내가 그 처지였다고 생각할때, 누군가 옆에서 파괴된 유적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매우 불쾌한 일이 될 것임을 알고있다. 2000년을 내려온 로마시절의 유적보다 사람 한 명의 목숨이 더 소중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 무너져 내린 유적을 보고있노라면 나의 DNA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남의 나라 유적에 무슨 관심을 두냐고 말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너희나라, 우리나라의 경계가 마음속에서 사라진 지 좀 오래됬다. 그 멀리 떨어진 곳의 유적지가 나의 일부고 나의 DNA와 함께 함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이 곳에 태어났지만 멀고 먼 나의 조상 중에는 그곳을 터전으로 숨쉬엇을지 모르는 것이다. 


<가지안테프 고성> Gaziantep Kalesi




개인적으로 모금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몇몇 사람에게만 혜택이 갈테니 차라리 공식적인 모금활동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해봐야겠다. 


<아래 터키 후원금 접수>


https://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88621?p=p&s=ns

 https://www.unicef.org.au/donate/syria-turkiye-earthquake?mkwid=s&pcrid=647318855460&pkw=turkey%20donation&pmt=b&pdv=c&plid=&gclid=CjwKCAiAuaKfBhBtEiwAht6H7wZRjMJeXtchzrswJqC0HzJ4dRn2osZcFCJvle3-sPba5LUQvlc8ghoCRpQQAvD_BwE&gclsrc=aw.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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