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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오프로 Nov 03. 2023

나는 왜 그렇게 조급했을까

지금 초조한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을 마치 경주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헉헉거리며 달리는 동안 주변에 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놓쳐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경주가 끝날 때쯤엔 자기가 너무 늙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 중에서.

20대 초반에 책에서 읽고 30대 중반인 지금까지도 내 삶의 지침이 되는 말이다. 되돌아보면 나도 삶을 경주하는 것처럼 살았던 것 같다.

학생 때는 '이번 시험만 끝나면,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의 연속이었고, 직장을 다닐 때는 '이번 일만 끝나면, 주말만 되면..'의 무한반복이었다.

저 글을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었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았다. 결과를 빨리 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성과를 낼 때까지 나를 자꾸 내몰았고, 그 과정이 힘들어서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좋은 성과를 내긴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그 과정을 그다지 즐기지 못했다는 것과, 이 순환이 끝도 없이 반복된다는 것이었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괜찮아지겠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면 열심히 일하고 돈 벌고 여행하고 살며 생활이 안정될 줄 알았다. 그 생각으로 취업준비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버텼다. 하지만 회사를 다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적성이 아님을 알았고, 난 또 주말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월요병을 앓았다.

회사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직업 자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영어 강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강사가 되기 위한 공부와 교육과정을 이를 악물고 해냈다. 새로운 직업으로 당당해질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엄청난 양의 수업 준비와 학생들 관리에 난 지쳐갔다. 순간순간 보람과 희열감이 컸지만 난 여전히 이번 달 과정이 끝나기만을, 쉬는 날만을 기다렸다.

이후에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했을 때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난 모든 것이 안정되고 만족스러울 때를 그리며 지금의 힘든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그 밝은 미래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고, 잠시 왔다가도 일이 터지면 금세 멀어졌다.

어떤 일이나 과정이 딱! 끝나서 완전히 내 손을 떠날 수 있게 되면 엄청나게 홀가분했다. 마치 해야 할 일 목록에서 이미 끝낸 일에 빨간 펜을 찌익 그을 때처럼 희열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시원함은 잠깐이고 다른 문제가 생겼고, 그럼 또 얼른 해결될 날만을 기다렸다.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벗어나고 싶어 하기만 했다. 그러다 20대 후반이 지나던 어느 순간 깨달았다.

"뭐야 이거, 끝이 없잖아?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겠어."

지금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거나 부담스러운 상황이 있을 때, 사람들은 얼른 이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나 역시 그래 왔다. 매 순간이 얼마나 황금 같은 순간인지 그때는 몰랐다. 사실 이 하루하루도 소중한 우리 인생의 일부인데 말이다. 내가 그렇게 바라지 않아도 너무 빨리 흘러가서 나중엔 오히려 아쉬워질 그런 시간인데 그 잠깐을 편하게 못 있는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다.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매 순간 경치를 보며 살자고 다짐해 본다. 순간순간을 살아야 한다. 경주하는 것처럼 살지 말자. 이 경주는 내 인생의 끝에서 끝날 것이다. 그 끝이 빨리 오기만을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끝이 오면 이렇게 빨리 오고 싶어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까?

모든 일이 다 잘 마무리된 인생의 마지막 순간과,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인 지금 이 순간.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무조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막막하고 힘들지 몰라도, 그래도 내 인생의 가장 젊은 순간이다. 가장 젊은 순간을 만끽하자.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일들에 감사하자. 내가 제발 가지 말래도 시간은 간다.

그래도 마음이 조급하게 느껴질 때는, 톨스토이의 명언을 떠올려본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사람은 -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

매 순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이 시간을 초조함으로 채우지 말 것! 고개를 들고 경치를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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