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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Jul 31. 2024

뚜벅이가 30대 중반에 차를 사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대리점 사진인 건 비밀...)

지난번 글에서 올해 자동차를 갖고 싶다고 말했는데,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사실 지금 당장은 차를 사기 어렵고, 사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꿈꾸는 것은 공짜가 아니던가. 내 마음대로 원해보겠다!


참고로 나는 차에 대해서 1도 모른다. 아는 것은 딱 하나. 차가 있으면 다니기 편하다는 것(주차 제외). 아빠가 운전을 좋아해서 부모님은 어딜 가든 항상 차를 끌고 다니셨다. 덕분에 나는 자라면서 그 혜택을 톡톡히 보았다. 중고등학생 때, 심지어 대학교를 다닐 때도 종종 부모님이 학교나 환승역까지 데려다주곤 하셨다. 다른 지역에 있는 맛집에 찾아가서 가족 외식을 하기도 했다. 나에게 차가 있는 생활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학창 시절에 20대 후반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할 때, 나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 스포츠카를 타고 신나게 거리를 내달리고 있었다. 한쪽 팔은 문턱에 걸치고, 한쪽 손으로 여유롭게 운전하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면서. 사실 잊고 있었는데 지금 글을 쓰며 생각났다. 내가 그런 모습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내가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차가 없이 뚜벅이 생활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회사와 맞지 않으리라는 것도. 스포츠카가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도.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재밌다(재밌는 거 맞음?). 아무튼.


남편과 12년을 연애하고 결혼한 지 3년 차인 지금까지도 차를 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서였다. 정확히 말하면 '차를 위해 돈을 모을 정도로 절실하지는 않았다'랄까. 당장 하고 싶은 걸 하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여행하는 데 투자하는 게 더 좋았다. 그리고 우린 걷는 걸 좋아해서 노는 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필요성을 좀 더 강하게 느낀다. 차가 있어야겠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서울을 벗어나서 놀고 싶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남편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서울의 방방곡곡을 다 다니다 보니 이제 서울에 갈만한 새로운 곳이 거의 없다. 종종 부모님 차를 타고 근교 맛집과 카페에 다니는데, 참 좋다. 남편과 둘이 그렇게 데이트하고 싶다.


두 번째,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놀고 싶다. 비가 올 때, 너무 덥거나 추울 때,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며 밖에서 데이트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동하는 동안 날씨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10분만 걸어도 땀이 나는 무더위에는 어딜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비가 올 때도, 가까운 대형 쇼핑몰이나 음식점에 갈 때 차가 있으면 옷이 젖지 않고 다녀올 수 있으니 참 편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7월은, 끊이지 않는 장맛비와 무더위가 하루하루를 빼곡히 채웠던 이번 7월은, 뚜벅이 커플이 놀기에 상당히 어려운 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빨거리며 잘 돌아다녀서 많이 타긴 했지만 말이다. 차가 있으면 날씨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차를 사고 싶은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지하철을 오래 타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지하철에 잘 앉지 않는 편이라 주로 서있는데, 서있든 앉아있든 지하철을 타고 1시간 이상 가는 게 점점 더 피곤해진다. 대학생 때, 통학하려면 지하철로 1시간 15분을 가야 했다(그리고 또 마을버스로 10분;;). 자취는 절대 불가했다. 정말 힘들었다. 이때 좀 질린 것 같기도.


남편이 연애 중에 몇 년간 수험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남편 동네와 우리 동네는 지하철로 1시간 거리였다. 우리는 주말에 한 번 데이트를 했고, 주중에는 내가 한 번 남편 동네로 가서 점심만 먹고 바로 돌아오곤 했다. 1시간 걸려 가고, 1시간 동안 밥 먹으며 얘기하고, 1시간 걸려 또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사랑의 힘이었다. 남편도 데이트를 한 후 거의 매번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가느라 티는 안 냈지만 엄청 힘들었을 거다.


결혼하니 이런 부분이 편해져서 좋다. 같이 들어오고, 같이 나가고. 그럼에도 차는 필요하다. 이제 지하철 타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 인간의 자유도를 엄청나게 높여주는 이 문명을 나도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앞서 지금까지 차를 사지 않은 이유가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서라고 했는데, 사실 이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내가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내 인생에 차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차에 대해 묘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정확히는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게야.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충돌 장면에 몇 번을 화들짝 놀랐더니 그 공포심이 알게 모르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었나 보다.


20대 초반에 운전면허를 딸 때, 도로주행 시험을 앞두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장이 계속 꼬여 화장실을 3번이나 갔었다. 다행히도 합격했지만. 이제 차가 있어야겠다고 결정을 내리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서 요즘 이 두려움을 흘려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두려움은 허상이다, 허상. 이제 나에게 차를 허용하겠다(나타나라 뿅!).


최근에 현대차 매장도 몇 군데 방문해서 아반떼와 소나타를 구경하고 왔다. 님을 봐야 뽕을 따지 않겠는가. 소나타 내부가 더 넓어서 마음에 들었다. 좋아, 너로 정했어! 차가 언제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브런치에 신나서 글 올리는 날이 조만간 오기를 기대해 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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