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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Jul 25. 2024

좋아하는 것들로 꽉 채운 1시간

남편이 퇴근하기까지 1시간 남짓 남은 늦은 오후, 오랜만에 동네 스타벅스로 향했다. 카페에서 딱히 할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1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요즘 몇 가지 신경 쓰이는 일들 때문에 마음이 산만해서 조용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물론 집에서도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때로는 카페처럼 조금은 소란스럽고 개방된 공간에서 나에게 집중하기 더 쉬운 것 같다.


음료를 고를 땐 언제나 설렌다. 사이렌 오더 어플을 켜고 열심히 고르다, 7월 신메뉴인 프렌치 바닐라 라떼를 디카페인으로, 그리고 입이 심심하니 미니 리프 파이까지 추가해서 주문했다. 프렌치 바닐라 라떼는 며칠 전에 남편이 마실 때 맛봤는데 맛있었다. 그래서 평소에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디카페인으로 변경해서 도전해 봤다.


처음 먹어봤는데 요물이네 이 녀석


후루룹~ 시원하게 한 모금. 맛있다. 고소하고 달달한 맛. 한 가지 아쉬운 건 우유가 두유나 오트밀크로 변경이 안 된다는 점. 가끔만 먹어야겠다. 리프 파이도 겉이 바삭바삭하고 버터 풍미가 강해 자꾸 손이 갔다. 창 밖 풍경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앉은자리에서 리프 파이 5조각을 연달아 다 먹어버렸다(한 봉 더 먹고 싶었지만 참았다!).


테이블 위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공부하려고 가져온 스페인어 책을 꺼내 펼쳤다. 스페인어는 오래전부터 공부를 하다 말다 하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한동안 안 하다가 다시 시작했다. 당장 써먹을 데는 없지만 외국어 공부하는 자체가 즐거워서 그냥 하게 된다. 중급까지 배웠는데 기억이 잘 안 나서 다시 기초부터 공부하고 있다. 카페라서 큰 소리를 낼 수는 없었지만, 중얼중얼거리며 연습하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공부를 끝내고 노트를 꺼냈다. 평소 내 생각과 목표, 아이디어들을 적는 노트다. 30분 동안 온전히 내 안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



소란스러운 와중에 조용히 내면에 집중해 본다. 요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변화를 원한다면서 무의식적으로 항상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반응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럼 변화는 있을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노트에 내가 원하는 것들을 적어본다. 경험해보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여행하고 싶은 곳 등등. 지금 집에 이사 온 것도 이런 식으로 이뤘다.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생각하고 글로 쓰고 상상하면서. 지금 남편도 이런 식으로 만났다. 내가 만나고 싶은 이상형에 대해 생각하고 글로 쓰고 상상하면서.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즐긴다. 하얀 종이 위에 내가 원하는 것들을 새겨 넣는 시간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상관없다.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나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리라 믿는다.


올해 내가 갖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자동차다. 차의 필요성을 점점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주말에 근교 맛집과 카페에 놀러 가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단 말이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이건 또 어떻게 이루게 될지.


카페에서 노트에 끄적거리며 있다 보니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혼자 노트북 작업을 하며 열중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그들과 함께이면서 동시에 나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게 되는, 이 묘한 느낌이 좋다. 그래서 카페를 찾게 되나 보다.




카페 문을 열고 남편이 들어온다. 나는 남편이 나에게 걸어오는 순간이 좋다. 연애할 때부터 그랬다. 잽싸게 핸드폰을 들고 찰칵찰칵. 움직일 때 찍어서 웃기게 나왔지만 이 순간을 기록했으니(그리고 내 사진 아니니까^^) 그걸로 되었다.


이렇게 나의 즐거운 1시간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 글의 마무리는 내가 연습했던 스페인어 문장으로 하려 한다.


Lo más importante en la vida es vivir el momento.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을 사는 것이다.


순간순간 즐기면서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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