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그동안의 일 고민
대학을 졸업하고 나에게 맞는 일을 찾고 싶어 2년 동안 방황의 시기를 보내고 난 뒤, 27살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첫 직장은 디지털 광고 대행사. 그렇게 디지털 마케팅 업계에 발을 들였고,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스타트업 인하우스 마케터로 일을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더 주도적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더 이상 주니어라고 말하기 민망한 연차가 되어서 일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진 요즘이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일하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일이란 단순한 돈벌이 수단 그 이상이었다. 하루 중에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텐데, 이왕이면 내가 즐겁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취업 전에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시기를 2년이나 보냈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어떤 일을 해야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었다.
고민에 많은 시간을 들였던 가장 큰 이유는 뼈아픈 실패 경험이 있었기 때문. 나는 어릴 때부터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많이들 그랬겠지만). 내가 TV 보는 것을 제일 즐거워하니까 방송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방송 연출일을 시작했는데, 그 일이 나와는 너무 맞지 않아서 꽤나 고생을 했었다. 월요일에 출근할 생각에 주말부터 우울감이 몰려오고, 밤에는 잠도 잘 오지 않을 정도로 시달렸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인 줄 알았지만, 겪어보니 나는 재미있는 방송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지, 그걸 만드는 것까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20대 초반에 이런 경험을 했다 보니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스타트업에서 SNS 콘텐츠 기획도 해보고, 유통업계에서 온라인 MD도 해보고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일지 몰라 일단 이것저것 경험해봤다. 하지만 답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이제 고민하는 것도 지쳐갈 때쯤 4학년 2학기에 들었던 미디어 플래닝 수업이 자주 떠올랐고 그 뒤로 관련 교육도 듣고 하다가 앞서 말한 광고 대행사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선택한 퍼포먼스 마케터라는 일. 그 일도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다. 대행사 업무 특성상 을의 입장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도 있었고, 딱히 사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일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행사에서 일했기에 다양한 브랜드의 마케팅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나는 그 경험으로 배우며 성장했다.
쉬운 일은 없다는 말처럼 나에게는 마케팅이라는 일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방송 연출 일과 다르게 포기하지 않았고 아직도 이 일을 하고 있다. 마케팅이라는 일이 나에게 성장 욕구를 계속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계속 더 배우고 싶고, 배워서 더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이 과정 자체도 재밌고, 눈에 보이는 데이터, 결과로도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이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4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도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고민하고 있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나는 계속 고민을 하겠지. 그 고민의 과정과 결과를 이렇게 적어두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 기억들, 경험들을 잘 끄집어 내어 이 곳에 남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