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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차 Nov 14. 2019

기어코 세상으로 나온

고3 수험생들을 축하하며

터덕 터덕 한의원 가는 길. 동네가 유난히 고요하다고 느껴졌다. 긴장감이 감도는 듯.

'아참, 오늘이 수능날이구나.'

가는 길목 언덕배기에 고등학교가 하나 있다. 고개를 들어 교문을 보니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00 시험장'이라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왠지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고등학교 시절. 김 씨 성을 가진 나는 늘 출석번호가 앞자리였다. 4번이나 6번쯤. 딱히 좋을 건 없었지만 한 가지 흡족했던 건 시험 날마다 왼쪽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길고 갑갑하고 지루한 모의고사를 보던 날. 시험지를 돌릴 때나 듣기 평가를 기다릴 때, 또는 '에라 이번 시험은 황이다' 하고 전의를 상실할 때, 나는 창 밖을 내다봤다. 하나, 둘 교문 앞 슈퍼마켓이 있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줄곧 이런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이 모의고사 날 교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뭘 하는 사람들일까'


나도 여기 묶여 있고  앞자리 옆자리 뒷자리도 하물며 교탁 앞의 선생님도.  주변에는  여기 묶여 있는 사람들뿐인데, 유유자적(하게 보이는) 학교가 아닌 바깥세상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하고 있을까 정말로 궁금했다. 도대체가 3 아닌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우리만 이렇게 답답한  같아 하릴없이 야속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교문 바깥의 사람들도    일은 없었지만. 무튼 수능이 끝나야 비로소 세상에 나오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한의원에서 잔뜩 침을 맞고 부항을 뜨고 집으로 돌아오는 . 멀리서 봐도 저만치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시험을 끝내고 나올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다. 다시 한번 울컥하는 기분. 반쯤은 학생의 마음으로, 반쯤은 어른의 마음으로 돌이켜 보게 된다. 얼마나 지쳤을까, 허무할까, 시원하고 서운할까.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묻고 싶을까...


오늘만큼은 그저 고생했다고. 차가운 손 한 번 꼬옥 잡아주면 충분할 것이다.

기어코 세상으로 나온, 모든 수험생들을 축하한다. 고생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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