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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차 Mar 14. 2021

"집은 삶의 보석상자여야 한다"

<나를 닮은 집>을 시작하며

"집은 삶의 보석상자여야 한다"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말했다. 라고 영화 <인생 후르츠>에서 봤다.

'끝끝내 영글어가는 인생'이라고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영화. 특히 집을 보석상자에 빗댄 문장이 좋아서 어디 귀퉁이에 적어놓았었다. 해 지난 다이어리에서 오랜만에 그 문장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집에 담겨 있는 것들을 떠올린다. 나와 남편과 고양이, 매일같이 먹고 쓰고 덮는 것들, 일하고 쉬고 사유하는 공간, 무방비 상태여도 적나라하게 자연스러워도 괜찮은 안전지대...... 꽤나 치열하게 지켜야 하는 보석들이다. 애써 상기하지 않으면 생활의 수고로움과 권태 같은 것들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집은 삶의 보석상자가 맞았다. 우리는 이 보석상자를, 중책을 맡고 있는 내 집을 제대로 대접해준 적이 있었나.


새삼 집과 내가 주고받는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가끔 상상하는 것이 있는데, 지금의 집으로 이사오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의 나였을까에 대한 것이다. 이 집으로 이사 온 뒤 겪은 것은 물리적인 변화를 뛰어넘는다. 집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됐고, 어쩌면 내 삶의 궤도가 살짝 틀어졌다. 어째서 예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다가도 이 집과 내가 마주할 운명이었구나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집은 그 자체로 커다란 나의 세계가 되었다. 집에 애정을 다할수록 그것은 위안 같은 것이 되어 돌아왔다. 우리는 이렇게 공간과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내 집을 만들어가는 여정은 나를 투영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집 꾸미기에 대한 흥미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단순히 '꾸밈'으로 볼 수 있을까.

 

집을 보살피고 마땅한 대접을 해줄수록 그 기운은 다시 우리를 향한다. 비로소 집은 우리를 삶의 보석으로서 품어준다. 집에 이런저런 것들을 더하고 빼기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나를 닮은 집'이 되어가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고 응당 적절해 보이는 집의 정체성이다. 나와 우리 가족을 닮은 집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집을 꾸미기보다 가꾸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유튜브 채널에서 집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살아보니 저는 카페나 호텔 같은 집을 원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저한테 의미 있는 물건들, 스토리 있는 것들이 쌓여서 '이 집에는 이런 사람이 살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나보다 앞서 그렇게 집을 가꾸어 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집이 삶의 보석상자임을 알고 일찍이 그것이 가치 있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공간을 대하는 방식과 그로부터 삶을 어떻게 충만하게 만드는 지도 배우고 싶었다. 


남보다 나, 바깥보다 안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온전한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그런 삶, 그런 공간.

나닮집의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내가 놓쳤던 많은 것들을 꼭 붙잡게 되시기를 바란다. 






아래는 내가 집을 소개했던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1JFFfzw828M&t=111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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