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에게 친절한 예술을 만드는 워크숍 아카이브 1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애써 만든 작품의 내용이 관람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손실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야말로 예술가가 평생 연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닐까? 사실 조형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능력은 누구나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과정은 이론에 국한되어 있어 실전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어렵다.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고자 얼마 전부터 예술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3-4명 정도가 모여서 사실상 예술에 관한 수다를 떠는 모임인데, 매번 모임을 기획하는 사람이 바뀌며 그 사람이 준비한 활동을 함께 한다. 이번엔 조형예술을 전공하는 이랑이 기획한 활동을 2주간 함께하게 되었으며 그 내용을 기록하고자 한다.
이랑: 오늘은 산책을 할 거야. 산책을 하면서 일상적인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건데, 산책을 하면서 관찰한 내용으로 16개의 빙고판을 채우고 별도로 한 개의 사물을 마음속으로 결정하면 돼. 산책을 할 때 같이 다녀도 되고 중간에 빠져도 되지만 내가 선택한 사물은 다른 사람한테 노출되면 안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
같이 다닐 땐 당연한 거지만 이어폰을 꽂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우리가 관찰하는 것들 중에는 시각적인 것도 있지만 촉각적인 것도 있고 청각적인 것도 있잖아. 그렇기 때문에 내가 스쳐 지나가다가 만져지는 것도 있고 그냥 보는 것도 있을 것이고 듣는 것도 있을 것 아니야? 최대한 모든 감각을 다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작업의 주제로 삼을 사물을 선택하기 전에 먼저 빙고판을 채울 거야. 평소에 걷는 것처럼 스치듯 지나가다가 갑자기 작업의 소재를 찾으려면 어려우니까, 빙고판을 채우면서 감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거지. 빙고를 채우려면 어찌 되었건 그 사물이나 그 현상에 대해서 좀 깊게 생각하게 되잖아.
빙고판에 들어가는 내용은 꼭 명사로 규정하지 않아도 돼. 그래서 우리가 빙고 칸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빙고칸에 들어있는 내용을 통해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감각에 더 예민하고 어떤 사물에 좀 더 관심이 있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관객 입장에서 작가가 선택한 사물을 유추하는 것과 비슷하지. ‘얘는 이런 느낌으로 표현을 하네’라던가, ‘이런 감각들을 많이 느끼네’, ‘이런 사물들을 주로 보는구나’와 같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어.
빙고판을 채운 뒤에는 내가 작업의 재료로 삼을 사물을 정하면 돼. 조금 오래 관찰할 사물을 하나 정해서 그것을 활용해 작업을 구상해 오면 됩니다.
지연: 우리가 사물을 가지고 대화한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사물의 정의를 먼저 명확하게 하면 좋을 것 같아. 길거리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있잖아.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대’ 일 수도 있고 공기일 수도 있고, 혹은 어떤 인물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누군가의 신발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수도 있지.
이렇게 소재들은 무수히 많은데 우리가 찾으려는 사물이 방금 말했던 것처럼 공간, 시간, 혹은 하늘빛의 색깔도 될 수 있는지 아니면 의자, 건물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비슷한 정의로 통용되는 물질인지가 궁금해.
이랑: 빙고판에 들어가는 내용은 꼭 명사일 필요는 없지만 작업의 재료로 선택한 사물은 명사여야 해. 만약 단어가 동사라면 동사를 동사로 표현하는 일이 너무 복잡할 것 같아서 일단 여기서는 명료하게 명사로 규정될 수 있는, 사물을 대상으로 관찰을 진행해 줘.
이랑: 작업을 할 때 주의할 점은 ‘너무 내 생각에만 빠지지 않기.’야. 관찰하는 연습 말고도 이 워크숍을 통해서 다른 이들에게 내 생각을 보이는 방법을 연습해 봤으면 좋겠어.
지연: 저희 워크숍의 목적은 관객에게 친절해지기인가요?
이랑: 그렇죠.
2부에서 계속...
2부에서는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전시와 그에 대비되는 인스타그램 사진용 전시에 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