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과 나눈 대화 1
어제 이태원 현대카드 Storage에서 열린 <DRIFT: In Sync with the Earth>전시를 관람하고 디자이너 이채현과 수다를 떨었다. 채현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열정적으로 디자인에 임하는 작업자이다. 다양한 매체의 활용을 중요하게 여겨 얼마 전에는 2022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영 디자이너 부스에서 아트디렉팅을 맡았고 현재는 AI를 이용한 공간 디자인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둘 다 머릿속에 디자인 말고는 별 게 없는지라 모든 대화는 기승전 디자인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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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 우리 돈 모아서 디자인 미치광이 여행 가자.
채현 너무 좋아. 마냥 쉬고 놀러가는 게 아니라 디자인 기행 느낌으로 가보고 싶어.
현서 맞아. 다들 가는 관광지 갈 시간에 현지 스튜디오 찾아다니는 여행이 하고 싶어.
채현 가서 포트폴리오 내밀자.
현서 '제가 당신들 스튜디오 방문하려고 한국에서 비행기표 끊고 여기까지 왔어요.'하면서 말이야.
채현 그러면 엄청 감동받지 않을까? 나 같아도 한국에서 네덜란드까지 왔다고 하면 '뭐라도 한 번 보자'고 할 것 같아. 그렇게 되면 '저 이런 것들을 잘해요. 나중에 제 능력들을 써먹을 수 있으니까 꼭 한 번 불러주세요'하고 어필할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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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 회화과나 조소과 같은 데서 오늘 본 Drift랑 비슷한 작업들을 많이 하잖아. 오히려 디자인 쪽보다 조소과에서 기계공학 쪽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진짜 많더라고.
채현 젠틀몬스터에서도 오브제 작업 분야에 조소과 출신을 많이 뽑는다고 하더라. 사실 나도 내 디자인을 실물로 만들어보는 경험을 키우고 싶거든. 근데 제대로 하려면 전공 공부 만큼이나 시간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야. 방향성을 정해야 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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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 너는 비주얼로 어필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야? 아니면 좀 안 예쁘더라도 논리가 견고한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야?
채현 사실 모르겠어. 나는 애매한 포지션이거든. 원래는 비주얼적인 부분에 집중을 많이 했었어. 근데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논리를 따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도 해. 나는 성향도 항상 중간쯤에 있거든. MBTI도 항상 포지션에 따라, 사람에 따라 조금 바뀌더라고.
현서 그치 나도 학기 중에 너무 힘들면 그러면 I 되고 그러더라.
채현 내가 비주얼의 측면에서 계획했던 것들이 기술적으로도 구현 가능한 이야기라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예술적이면서도 논리가 긴밀하게 연결된 작업에 끌리더라고.
채현 그런데 오늘 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풀어내는 방식은 굉장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인데 결국 그 논리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감동적인 스토리더라.
현서 맞아. Drift의 작업은 겉으로만 보면 기계적이잖아. 그런데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은 엄청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이야기들이 많더라. 회화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분위기의 주제의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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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 나는 심미성과 효율성이 디자인을 끌고 가는 두 가지 가장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두 개를 함께 가져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잖아. 예를 들어 Drift의 작품은 심미성은 높지만 비용적 효율성은 개나 줬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민들레 홀씨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붙였다잖아? 인건비가 얼마겠어. 본인이 직접 붙였다 하더라도 기회비용 생각하면 아무튼 비용적으로는 영 효율적이지 못하지.
채현 처음에는 값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한 재료들로 프로토타이핑을 먼저 했겠지.
현서 이런 거 하려면 내 돈으로만 할 수는 없잖아.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 같은 툴로 좀 허접하더라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우리가 이런 거 만들 건데 돈 좀 달라'하는 식으로 스폰서를 받아 온 다음 실제 사이즈로 구현을 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까?
채현 팽민욱 디자이너라고 있어. Shell이라는 작업으로 Reddot 수상하셨을거야. 그분이 말하기를 자기도 혼자서 다는 못 만드니까 공학자분들이랑 협업해서 작업을 진행하신다고 해. 그런데 커뮤니케이션 초기 단계에서는 공학자들에게 직접 만든 프로토타입을 먼저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시나 봐. 본인은 그 사람들한테 PT를 준비한다고 표현하시더라고.
예를 들어 Texture Palette는 시각 외의 감각을 VR로 구현했던 프로젝트야. 전극을 통해서 촉각이나 미각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건데, 아무래도 혼자서 이 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렵잖아. 그래서 엔지니어들이랑 협업이 필수적이고 또 본인도 어느 정도의 공학적 지식을 쌓아야 한대. 근데 이런 분야가 우리나라 안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거든. 주변에 소스도 부족하고, 함께 작업할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까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대.
Shell이라는 작업도 너무 재미있었던 게, 굴 껍데기를 가지고 껍데기가 없는 생명체들에게 껍데기를 씌워주면 걔네들이 껍데기를 쓴 상태로 돌아다니는 거야. 껍데기를 가진 동물들은 자기 집을 잃어버리는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걸 해결하고자 만든 프로젝트래. 이걸로 Reddot 수상까지 하셨어.
현서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는 건 재능있는 디자이너들의 공통점이지.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 오늘 봤던 Drift의 Shylight도 꽃잎의 형상을 띄고 있으면서 움직임은 분명히 해파리의 움직임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단 말이야.
채현 맞아. 영상을 한번 봤거나 아니면 진짜 바다에서 봤거나.
현서 다른 건 몰라도, 무브먼트를 구현하고 싶다면 살아있는 육체를 관찰하는 것이 필수적이야. 그림을 아무리 잘 그려도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그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실제로 뭔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 움직임을 만드는 왕도더라. 나도 옛날에는 핀터레스트나 비핸스 같은 데서 이미 한 번 가공된 움직임들을 보고 그걸 표면적으로 따라하는 데만 급급했었는데, 자연을 바로 보고 내가 직접 몇 번 따라 해 보고 그 움직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겠더라고.
채현 맞아. 그리고 그런 사전 조사가 남한테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 설득력을 만들어내는 비법 중에 하나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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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 나는 요즘 외부 활동을 많이 하고 싶은 이유가, 학교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4개월이나 쓰는데도 시간에 급급하다는 생각이 들거든.
현서 보통 외부 프로젝트가 한두 달 정도 작업하는 것에 비하면 확실히 긴 시간이지. 근데 4개월동안 하는 학교 프로젝트가 왠지 더 촉박해. 왜인지는 모르겠어.
채현 아무래도 여러 수업을 동시에 들어야 되고, 팀플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 차라리 잘 맞는 친구들이랑 같이 학교 밖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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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 내가 시각디자인 복수전공을 하게 된 이유도, 시각디자인과에서는 시각적인 것만 배우는 게 아니라 공간이나 제품까지 다 다루시더라고.
현서 시각디자인과는 진짜 다 할 수 있어.
채현 자기가 구현할 수 없는 기술 파트는 외주를 주는 방법도 있으니까 최소한 매체의 선택에 있어서는 산업디자인보다 자유롭게 접근하더라. 한편으로는 공간디자인 전공인 우리가 오히려 너무 공간에만 갇혀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 아웃풋은 공간으로 나오더라도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영상화해서 제시하거나 기하학적인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도 있는 거잖아. 같은 결과물이라도 조금 더 다채롭게 어필하려면 매체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져.
현서 나도 학교 수업에서 뭔가 충족되지 않는 갈증이 있어서 자꾸 학교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되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공간디자인에서 결핍을 느끼는 부분이 뭘까 생각을 많이 해봤거든. 아무래도 아웃풋의 형태가 우리를 구속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닐까 싶어. 제품디자인 전공은 아웃풋의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 신발 만들어도 되고 의자 만들어도 되고 애플리케이션 만들어서 핸드폰 깔아 놓고 디스플레이를 해도 되고, 극단적으로는 리서치만 해도 된대. 그런데 우리는 초기 리서치가 어떻게 나왔으며 솔루션 방향성을 어떻게 잡았는지와 상관없이 결국 아웃풋은 공간의 형태여야 하잖아. 그래서 결과물이 팝업스토어나 전시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아.
채현 그게 되게 웃기지.
현서 할 수 있는 게 공간이라는 매체에 한정이 되다 보니까 논리에 한계가 생겨. 디자인 프로세스에 리서치, 분석, 솔루션, 아웃풋의 네 단계가 있다고 한다면, 아웃풋이 공간으로 정해져 있으니까 솔루션에서 아웃풋으로 넘어갈 때 '공간'이라는 개념을 억지로 우겨넣게 돼. 그렇게 되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납득이 안되기 마련이야.
채현 1학년 때는 전시도 해보고 싶고 제품도 해보고 싶고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보고 싶잖아. 결과물이 뭘로 나오든 상관이 없었으니까. 근데 2학년 때 본과에 가니까, 뭘 보던지 간에 이걸 어떻게 공간화 시킬까에 집중하게 되더라. 물론 공간화의 장점도 있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다 보니까 훨씬 더 압도적인 경험을 설계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아이디어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야 되잖아. 아무리 우리가 디자이너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그런데 발상의 시작을 공간에서 해버리면 아이디어가 막혀 버리는 거지.
현서 뭔가 결말을 알고 보는 소설 같은 느낌이어서 좀 아쉽지. 중간에 반전이 있어야 흥미로운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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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 나 20일부터 23일까지 일본 여행 가.
채현 어디로?
현서 오사카. 친구들이랑 같이 가.
채현 나는 일본에 간다면 호시노 리조트에 가보고 싶어. 일본의 동양적인 미감이 정말 잘 드러나있는 독채 리조트야. 그래서 너무 가보고 싶은데 1박에 30만원부터 시작인거야. 친구들이랑 가기엔 너무 비싸니까 나중에 돈 벌어서 가보려고.
현서 나한테 그런 존재가 제주도의 포도 호텔이야. 이타미 준이 참여한 호텔인데 되게 예뻐.
채현 사진 보니까 확실히 이타미 준 느낌이 난다. 이런 공간을 경험해봐야 하는데 말이야. 지난번에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 갔었거든. 호텔들은 보통 비싼 자재를 안팎으로 바르잖아. 그렇다 보니까 마감이 너무 좋아. 심지어 화장실도 간접조명을 쭉 깔아놨더라. 재료와 재료가 끝나는 모든 부분의 마감이 다 돼 있어.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정말 작은 창살 뒷편까지 마감이 되어 있더라고.
현서 어디 한 군데에서 조금만 틀어져도 갑자기 저렴해 보이는 게 디자인이잖아. 내가 '디자인을 공부하면 할수록 미니멀리스트가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다니거든. 왜냐면 디자인을 공부할수록 조형이나 마감의 수준을 보는 눈이 길러지는데 내 기준이 계속 높아지니까 기준 미달의 물건을 살 때 돈이 참 아까워. 근데 그 이상의 것을 사기에는 내가 돈이 없어.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못 사.
지난번에 백화점에서 루이스 폴센 조명을 하나 본 적이 있었어. 그게 한국에 카피가 되게 많은 모델이었거든? 근데 처음으로 정품을 본 거야. 딱 보니까 과연 명품은 명품이더라. 전등 갓을 경량 유리로 만들었는데 그게 정말 우유처럼 뽀얘. 불투명한데 탁하지 않아서 발광하는 물체로서 조명의 본질을 지켜주더라고. 소재에 대한 연구를 정말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유리였어. 그 유리 말고도 조명의 색깔이나 감도도 정말 정교하게 계획한 것 같더라. '그래. 이런 걸 사야지.'하고 가격표를 봤는데 몇백만 원이어서 바로 포기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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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 너는 녹음할 때 어떤 앱을 써?
현서 클로바노트.
채현 이거 회의할 때 많이들 쓰더라. 그러면 화상 회의 프로그램에 연결해서도 쓸 수 있는거야?
현서 그렇게도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되면 정말 좋겠다. 구글은 자체 화상 회의 서비스인 Meet가 있으니까 Meet랑 연결되는 AI 음성녹음 서비스 만들면 좋을 것 같아. 구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확실히 구글이 UX를 잘하더라. UX플로우 리서치가 잘 되었다고 느껴져. 일단 미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클릭 한 두 번 밖에 안 돼. 그리고 미팅 룸이 만들어지면 바로 밑에 팝업으로 미팅룸 공유 링크가 떠. 우리 학교에서 쓰는 Webex는 공유 링크를 찾는 과정이 복잡하잖아. 메뉴바를 켠 다음에도 몇 번의 클릭을 더 해야 하는데, 그것도 사실 아이콘 위치랑 카테고라이징이 잘 안 돼 있어서 나는 매번 몇 번씩 둘러보고 찾거든. 그래서 미팅 룸을 만든 다음에도 공유 링크를 찾기까지 거의 2-3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곤 해. 보통 사람들은 미팅 룸을 만들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단톡방에 링크를 공유하잖아. 구글은 그 루틴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찾지 않아도 알아서 링크를 복사하는 창을 띄워주는거지.
채현 그정도면 점유율은 금방 늘겠다.
현서 모든 면에서 봤을 때 Webex 보다 안 좋은 점이 없어.
채현 너는 UX적으로 되게 생각을 많이 한다. UX쪽에 관심이 있는 거야?
현서 정확히 말하면 UX 리서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야. 그치만 UX의 사상에 마음 속 깊이 공감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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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 1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 것 같아. 충분히 밀도 있게 썼다면 말이야. 나는 1년 디자인 공부 해보니까 이 분야에서 이렇게 계속 가면 뭐라도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생겼어.
현서 작년의 나는 1년 뒤에 이렇게 되어 있을 줄 몰랐거든. 재작년에는 더더욱 상상도 못했고. 재작년에는 그냥 집에만 누워 있었는데, 유일하게 했던 거라곤 여름방학 때 했던 소모임 전시였어. 그 때 팀이 되게 좋았지.
채현 다들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잘하는 사람들이었잖아.
현서 맞아.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작업을 잘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냥 그 때 그 팀이 좀 무지막지한 사람들만 모인 거였어. 난 그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 1이었고. 어느 정도냐면 포토샵을 그때 합숙하면서 처음 배웠어. 지금 돌이켜 보면 나름 열심히 참여한다고는 했는데 큰 도움은 안 되었을 것 같아. 그런데 그로부터 1년 뒤에는 내가 직접 전시 총괄까지 뛰게 되었지.
채현 1학년 때 그렇게 뭐라도 해 본 애들이 지금 되게 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1학년 때 좀 편하게 놀라고 하는 어른들도 많은데, 시기상 놀기 좋은 시기인 것은 맞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
현서 맞아. 나는 사실 '놀아도 된다'는 말을 듣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우리 엄마가 맨날 나한테 그래. 나는 기본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지만 작업이 잘 안 풀리거나 할 때는 스트레스 받긴 하거든. 그럴 때는 집에서 소파 같은 데 누워서 "아 일하기 싫다"고 할 때가 종종 있어. 그러면 우리 엄마가 2학년밖에 안 되는 애가 굶고 사는 것도 아닌데 좀 쉬라고 얘기를 하거든. 근데 나는 쉬어도 된다는 그 말이 오히려 더 싫어.
채현 그치. 하고 싶은 것이 있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상황이잖아. 근데 쉬엄쉬엄 하라는 말은 내 두근두근한 기분을 반감시키는 말이라서 듣기 싫어. 그래서 나도 그쪽으로 대화를 잘 안하게 되는 것 같아.
현서 내가 만약에 진짜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고 있는 거라면 당연히 적당히 하는 게 맞지. 근데 나는 그냥 이렇게 사는게 좋아서, 이게 내 라이프스타일이어서 그러는 거거든. 이게 행복해.
채현 부모님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얘기를 해주시는거잖아. 겉보기에는 힘들어 보이긴 하니까. 서로 이해를 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