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 무마니
이때까지도 독립에 대한 확신이 없는 채로
막연히 네이버 부동산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좋은 곳, 더 좋은 곳, 아주 좋은 곳.
아무 개념 없이 아이쇼핑하듯 네이버 부동산을 헤매었고
돈 1억이 우스웠다. 어차피 구경만 하는 거니까~
그리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폈다. 요기엔 조명을~ 조기엔 침대를~
같은 건물의 같은 평수면 똑같은 사진을 올리는 부동산업자들의 효율성에 감탄하며
아이쇼핑에 시들해질 무렵,
그제야 어느 동네에 자리를 잡을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출퇴근 길, 몇천 번은 지나쳤을 어떤 동네와 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과 회사의 그 중간 직진대로의 한쪽에서 이어진 길은
겉으로 보기엔 고요해 보였고 멀리서 보기엔 눈에 띄지 않았다.
출퇴근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궁금해하거나 지나치지도 않았던 동네였다.
그 동네와 아무런 연고도 없어
한 번 가보지도 못했고 무엇이 있을지도 모를 그곳에 집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첫 방문을 했다.
세부 목적지는 00 순대국밥집.
밤늦은 퇴근길에 들른 순대국밥집엔 혼술과 혼밥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 둘, 셋 정도 있었고
국밥은 맛이 없었다.
그럼에도 손님이 있긴 한걸 보면 분명 이 동네에는 밤늦게까지 여는 맛집 혹은 혼술 밥집이 이 집 밖에 없다는 게지.
다행이다.
이 동네에서 살게 되더라도 야밤에 뛰쳐나와 혼자 국밥을 씹진 않겠구나.
그렇게 나는 J동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직 가본 곳은 국밥집뿐이었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동네는 회사와 집의 그 중간 어정쩡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고, 나 스스로에게 독립에 대한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매일같이 집을 나오려 하고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작심을 질릴 만큼 반복했던 내가
회사와 집, 그 중간이라는 위치가 주는 안정감을 귀히 여기는 것은 빛나는 노예근성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안정감은 행복을 이루는 꽤 중요한 요소여서
남이 보면 ‘정말 혼자 살기 위해 (출퇴근의 효율이나 어떤 사정에 의한 것이 아닌) 선택했다’ 고밖에
할 수 없는 그 동네, J동.
그래. 붕신같지만 이 동네를 접수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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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국밥을 좋아하나?
- 맛있는 국밥을 좋아한다.
- 세상 모든 것을 국밥 단위로 계산할 정도는 아니다.
Q5. 동네를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가?
- 처음엔 개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 위에서 말했듯 가족으로서의 책무에서 ‘정도껏’ 멀어지고 ‘정도껏’ 가까운 거리
- 회사에서 ‘정도껏’ 멀어 회사와 분리할 수 있되, ‘정도껏’ 가까워 출퇴근이 괴롭지 않은 거리
- 그리고 초록 초록한 풀이 많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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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것들
#1 캥거루족 30대 싱글의 욕망
#2 나이만 쳐먹은겨 : 독립이란 무엇인가
#3 회사와 집, 그 경계에서 : 반반 무마니
아마도 앞으로 쓸 것들
#4 서울의 집값은 돌았다 : 10억 모으면 회사 그만두려고 했는데 취소.
#5 운명의 집
#6 입택, 집 길들이기
#7 보류와 빈집
#8 실험 생활
#9 고민 중인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