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생을 운전하는 법을 배운 시절

“핸들은 손에 있었지만, 마음은 늘 아버지를 향해 있었다.”

by 오석표

대학 시절,
서울에서 대전까지 오가는 청춘이었다.
기름 한 방울도 허투루 쓸 수 없던 삶.
그래서 나는 '차'를 선택했다.
달리고, 멈추고, 견디는
그 모든 것이 닮아 있었다—인생과.


아르바이트 중에 왜 하필 '택시'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달리는 동안, 내 마음은 더 가까워졌다고."
멀리 있는 아버지에게,
나를 믿고 서울 유학을 보내준 가족에게,
그리고 미래를 기다리는 나 자신에게.


택시회사 여덟 번째 면접.
거절에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그날,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편찮으신 아버지께 만원 한 장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그 말에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훌륭한 청년이야. 요즘 보기 드물어.”


그날부터
나는 주말마다 낡은 차 한 대를 몰았다.
클러치는 뻑뻑했고,
가스는 새었고,
엔진은 가끔 대답을 거부했다.
그래도 그 차는 내 손에 모든 것을 맡겼다.
핸들, 페달, 시선, 그리고 책임.


엑셀을 밟아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던 날,
택시가 논두렁에 빠져 흙투성이가 되었던 날,
8시간 동안 화장실도 못 가며
사람을 태우고, 또 태우던 날.
그 모든 날이 내게 말해주었다.

“운전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결국,
‘차’는 내게 사람을 싣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거절에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알려주었으며
자존이 아니라 ‘존경’을 위해 사는 삶을 일깨워주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은 더 편한 차를 타지만,
그 시절의 핸들은
아직도 내 손에 남아 있다.


그리고 문득문득 깨닫는다.
우리가 진짜 운전하는 것은 ‘차’가 아니라,
자기 삶 그 자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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