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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어디에 있든, 그게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by 오석표

세상엔 참 많은 돌이 있다.


누군가는 거대한 건물을 받치는 주춧돌이 되고,
어떤 돌은 강물에 떠밀려 바다로 가는 돌이 된다.
누구는 보기 좋은 자리에 올라 멋진 수석이 되고,
어떤 돌은 길가에 채이는 돌멩이로 살아간다.


재밌는 건,
그 돌들 사이엔 본질의 차이가 없다는 것.
그저 어떤 자리에 있느냐, 누구의 손에 들렸느냐에 따라 이름과 값어치가 달라진다.


사람도 그렇다.


어떤 이는 회사의 주춧돌 같은 존재로 살아가고,
어떤 이는 어디론가 떠밀리며,
또 누구는 남들 앞에 내세우기 좋은 수석처럼 칭송받고,
어떤 이는 세상에 채이며, 잊히며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길가에 채이는 돌도, 언젠가는
아이의 장난감이 되기도 하고,
강물 따라 바다로 흘러가며
반짝이는 조약돌이 되기도 한다.


수석이 멋지다고 해서,
흙 속에 박힌 돌이 의미 없는 건 아니다.


결국 모두가 제 자리에서 의미를 갖는 것.
지금 나는 어디에 있든,
그 자리가 나의 가치와 삶의 전부는 아니다.


때론 남의 발에 차이는 인생도 괜찮다.
바위는 못 돼도, 강물 따라 여행하는 조약돌은
참 예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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