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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Sep 18. 2022

윤석열의 외교 2라운드, 피해야 할 최악의 경우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 유엔총회, 바이든, 기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제무대를 상대로 한 외교 2라운드가 시작됐다. 지난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이 1라운드였다면, 1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영국(18~19일)-유엔(20~21일)-캐나다(22~23일) 순방은 2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미국의 초청으로 서방의 대러시아·대중국 견제 전선에 ‘동원’된 수동적인 성격이 강했다. 반면, 이번 순방은 윤 대통령이 독자적, 주도적으로 꾸린 일정이다. 매년 한국의 대통령이 연례적으로 참석했던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것이지만 윤 대통령의 색깔이 더욱더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순방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그만큼 크다.
  
 지금 한국이 처한 외교 환경은 매우 좋지 않다. 북한이 최근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면서 한반도 안정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북한 핵 문제를 풀기가 더욱 난해해졌다.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을 포함한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우크라이나 위기가 계속되면서 경제, 안보 면에서 한국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의 성패는 한국이 당면한 이런 외교, 안보, 경제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풀고 완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순방을 준비하는 윤 정부의 자세는 좀 안이해 보인다. 예를 들어, 유엔 총회 연설의 열쇠 말을 자유, 연대, 경제 안보, 기여 안보 4 가지로 잡고 있다고 하는데 당면한 긴급성에 비추어 한가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먼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이다. 한국이 영연방 소속 국가도 아니고 유럽의 이웃 국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윤 대통령과 여왕이 특별히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한국의 대통령이 이틀이나 쓰며 장례식 참석하는 것은 제3자의 눈에 당연히 생뚱맞게 비칠 것이다. 더구나 영국 정부는 너무 많은 외빈의 참석으로 벌어지는 혼란을 우려해 전용기 사용 자제와 장례식장 참석자 2인 이내 제한 요청까지 한 터이다. 영국 일정은 기왕 결정됐으니 의전적인 냉대나 실수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는 것에 최대의 목표를 두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유엔에서는 총회 연설과 총회 참석을 계기로 참석한 미국 및 일본 정상과 개별 회담이 중요하다. 정부는 유엔에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개별 회담이 잡혀 있다고 확인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와 개별 회담은 처음이다. 일본 쪽은 한국 쪽이 강제동원 노동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껴려해왔다. 역으로 보면, 유엔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은 윤 대통령이 일본의 요구에 접근하는 해결책을 들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 방법은 한국 정부가 대위변제 방식으로 강제노동과 관련한 일본 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연루와 아베 국장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는 기시다 총리가 일본 우파의 반발이 큰 사안에 양보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피해자가 반발하는 상태에서 덥석 일본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은 최악이다. 최소한 강제동원 문제는 인권 사안이라는 점, 일본 쪽이 가해자로서 책임이 분명하게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짚지 않는 한 국내의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섣부른 강제동원 해법은 자칫 지지율 30%를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치명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는 안보 면에서 동맹국으로서 북핵 문제에 대한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까지 하며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성과 긴급성이 더욱 커졌다. 경제 면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현대차·기아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문제를 잘 풀지 못하면 ‘한미 동맹 복원’, ‘포괄적 동맹 강화’를 소리 높여 외쳤던 윤석열 정부의 대미정책이 “속 빈 강정”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유엔 총회 연설과 캐나다 방문은 유엔에서 미, 일 두 나라와 개별 회담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 다만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간판 상품인 ‘자유’의 확산을 강조하겠다고 하는데 자유의 지나친 강조가 정치적으로는 ‘네오콘’ 인상을,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지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일본의 기시다 총리도 신자유주의 폐해 극복을 위해 ‘새로운 자본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국제질서를 주도할 수 없는 나라는 국제 질서가 크게 요동칠 때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과 한계를 자각하면서 일관성과 줏대를 가지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최선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이 글은 9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유엔-캐나다 순방을 계기로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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