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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Jun 26. 2023

'뉴스의 죽음'에 대한 보고서

내러티브 뉴스, 저널리즘, 조중동

재미없고 딱딱한 천편일률의 역미라미드형 기사 쓰기 문제를 지적하며,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새로운 기사쓰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언론학계와 언론 현장에서 나온 지 오래다. 상황을 설명하지 말고 소설처럼 묘사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쓰면 독자의 흥미를 끌면서 내용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담긴 주장이다.



이런 새로운 글쓰기를 설명하는 용어가 바로 '내러티브 기사'다. 즉, 상황을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듯이 묘사하는 식으로 쓰는 기사를 일컬어, 내러티브 기사라고 부른다.  



<내러티브 뉴스>(도서출판 미래지향, 셰릴 앳키슨 지음, 서경의 옮김, 2022년 2월)라는 책은, 내러티브 기사의 '내러티브'와 전혀 다른 개념으로 내러티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진실이 내러티브에 맞지 않을 때 뉴스는 진실을 버린다"라는 이책의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이, 매우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 한국의 미디어계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야마'라는 말과 비슷한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내러티브의 개념을 그대로 옮기면 "힘 있는 자들이 여러분의  견해를 규정하고 제한하기 위해 들려주고자 하는 스토리 라인"이다. 저자는 또 "내러티브의 목적은 특정 아이디어를 사회 속에 깊숙이 심음으로써 더 이상 그에 대해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아니 아예 질문을 할 생각조차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언론계에서 쓰는 야마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음모적이며 부정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저자는 최근 미국 언론계에 횡행하는 내러티브가 객관적이고 진실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뉴스를 죽인 주범이라고 본다. 저자인 셰릴 앳키슨은 미국의 유명 방송사인 <CBS>, <CNN>, <PBS> 등에서 일한 40년 경력의 탐사 보도 전문기자다. 에미상 탐사보도 부문을 5차례나 수상했다고 하니 미국에서도 내로라하는 기자임이 틀림없다. 무게감 있는 저자가 집필한 책인 만큼 그가 말하는 내용이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을 "가장 강력한 집단들이 가장 교묘한 방법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내러티브들을 폭로하고 물리치는 것"이자 " 이러한 내러티브가 어떻게 우리가 한때 뉴스라고 부르던 것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기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CBS>에서 겪은 내러티브 생산 세력들의 기사 방해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와 <CNN> 등에서 미국 주요 신문과 방송에 만연해 있는 내러티브에 의한  뉴스 왜곡 현상을 거침없이 까발린다. 자신이 직접 취재를 하면서 경험했거나 다른 회사 기자나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총기 살인, 비행기 결함, 코로나 바이러스, 미투운동, 여론조사, 트럼프 관련 기사 등이  내러티브를 장악한 세력에 의해 어떻게 걸러지고 조작되고 키워지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는 객관과 중립을 주장하는 저널리스트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치적으로 우파 성향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서향과 관계없이 그가 지적하는 내용은 경청할 만하다.



그는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와 <CNN> 등이 도널드 트럼프를 처음부터 대통령 감이 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해 놓은 채 증거도 없이 매도하는 기사를 쏟아냈다고 가차없이 비판하고 있다. 해당 언론사로서도 비판의 준엄함에 가슴이 뜨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가 트럼프의 성추문 사건을 보도하면서 그 신문이 이런 사건을 보도할 때 정해 놓은 자체 기준에 명백하게 미달하는데도 트럼프이기 때문에 미달 기사를 밀어붙였다는 걸 구체적으로 폭로한다. 내가 볼 때도 미리 설정한 목표를 위해 명백한 이중잣대를 사용한 기사로 보였다.



자기 회사가 선호하는 이념과 지향에 따라 이중 또는 차별적인 기준을 적용해 보도하는 경향이 매우 강한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꼭 경청했으면 좋은 지적이다. 이외에도 미국의 미투 보도가 증거를 확보하기보다 피해자인 여성의 말을 신성시하는 방식으로 보도하면서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비판하고 있는 점, 정치적 편향에 따라 여론조사 보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 취재 기자가 객관적 사실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고 과시하는 활동을 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점 등은, 우리나라 언론사와 기자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확성이 보도의 생명일진대, 왜 부정확한 보도를 일삼는 기자들이 해고되지 않을까?"하고 자문한 뒤 "그들의 목표가 사실과 정보 및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를 확장하는 것임을 간파할 때, 비로소 의문이 풀린다"고 자답한다.


 


그는 "취재 대상이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고 불안정한 성격이라고 해서 미디어의 실수와 공격이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취재 대상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니 그럴 때 더욱 높은 윤리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편 내편을 가려 기준을 달리하고 점수를 조정하는 우리나라 미디어계가 꼭 들어야 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론자유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언론계가 좌우 가릴 것 없이 '탈진실' 현상으로 오염돼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미국 베끼기의 선두 주자인 한국 언론계도 그에 앞서면 앞섰지 뒤지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내러티브 세력, 탈진실 세력과 맞서는 세력과 힘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한다.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민주주의는 올바른 정보에 입각한 대중들에게 의존한다"는 말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서평 125 : '뉴스의 죽음'에 대한 보고서 <내러티브 뉴스>


재미없고 딱딱한 천편일률의 역미라미드형 기사 쓰기 문제를 지적하며,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새로운 기사쓰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언론학계와 언론 현장에서 나온 지 오래다. 상황을 설명하지 말고 소설처럼 묘사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쓰면 독자의 흥미를 끌면서 내용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담긴 주장이다.



이런 새로운 글쓰기를 설명하는 용어가 바로 '내러티브 기사'다. 즉, 상황을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듯이 묘사하는 식으로 쓰는 기사를 일컬어, 내러티브 기사라고 부른다.  



<내러티브 뉴스>(도서출판 미래지향, 셰릴 앳키슨 지음, 서경의 옮김, 2022년 2월)라는 책은, 내러티브 기사의 '내러티브'와 전혀 다른 개념으로 내러티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진실이 내러티브에 맞지 않을 때 뉴스는 진실을 버린다"라는 이책의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이, 매우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 한국의 미디어계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야마'라는 말과 비슷한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내러티브의 개념을 그대로 옮기면 "힘 있는 자들이 여러분의  견해를 규정하고 제한하기 위해 들려주고자 하는 스토리 라인"이다. 저자는 또 "내러티브의 목적은 특정 아이디어를 사회 속에 깊숙이 심음으로써 더 이상 그에 대해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아니 아예 질문을 할 생각조차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언론계에서 쓰는 야마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음모적이며 부정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저자는 최근 미국 언론계에 횡행하는 내러티브가 객관적이고 진실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뉴스를 죽인 주범이라고 본다. 저자인 셰릴 앳키슨은 미국의 유명 방송사인 <CBS>, <CNN>, <PBS> 등에서 일한 40년 경력의 탐사 보도 전문기자다. 에미상 탐사보도 부문을 5차례나 수상했다고 하니 미국에서도 내로라하는 기자임이 틀림없다. 무게감 있는 저자가 집필한 책인 만큼 그가 말하는 내용이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을 "가장 강력한 집단들이 가장 교묘한 방법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내러티브들을 폭로하고 물리치는 것"이자 " 이러한 내러티브가 어떻게 우리가 한때 뉴스라고 부르던 것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기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CBS>에서 겪은 내러티브 생산 세력들의 기사 방해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와 <CNN> 등에서 미국 주요 신문과 방송에 만연해 있는 내러티브에 의한  뉴스 왜곡 현상을 거침없이 까발린다. 자신이 직접 취재를 하면서 경험했거나 다른 회사 기자나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총기 살인, 비행기 결함, 코로나 바이러스, 미투운동, 여론조사, 트럼프 관련 기사 등이  내러티브를 장악한 세력에 의해 어떻게 걸러지고 조작되고 키워지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는 객관과 중립을 주장하는 저널리스트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치적으로 우파 성향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서향과 관계없이 그가 지적하는 내용은 경청할 만하다.



그는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와 <CNN> 등이 도널드 트럼프를 처음부터 대통령 감이 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해 놓은 채 증거도 없이 매도하는 기사를 쏟아냈다고 가차없이 비판하고 있다. 해당 언론사로서도 비판의 준엄함에 가슴이 뜨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가 트럼프의 성추문 사건을 보도하면서 그 신문이 이런 사건을 보도할 때 정해 놓은 자체 기준에 명백하게 미달하는데도 트럼프이기 때문에 미달 기사를 밀어붙였다는 걸 구체적으로 폭로한다. 내가 볼 때도 미리 설정한 목표를 위해 명백한 이중잣대를 사용한 기사로 보였다.



자기 회사가 선호하는 이념과 지향에 따라 이중 또는 차별적인 기준을 적용해 보도하는 경향이 매우 강한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꼭 경청했으면 좋은 지적이다. 이외에도 미국의 미투 보도가 증거를 확보하기보다 피해자인 여성의 말을 신성시하는 방식으로 보도하면서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비판하고 있는 점, 정치적 편향에 따라 여론조사 보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 취재 기자가 객관적 사실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고 과시하는 활동을 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점 등은, 우리나라 언론사와 기자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확성이 보도의 생명일진대, 왜 부정확한 보도를 일삼는 기자들이 해고되지 않을까?"하고 자문한 뒤 "그들의 목표가 사실과 정보 및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를 확장하는 것임을 간파할 때, 비로소 의문이 풀린다"고 자답한다.


 


그는 "취재 대상이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고 불안정한 성격이라고 해서 미디어의 실수와 공격이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취재 대상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니 그럴 때 더욱 높은 윤리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편 내편을 가려 기준을 달리하고 점수를 조정하는 우리나라 미디어계가 꼭 들어야 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론자유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언론계가 좌우 가릴 것 없이 '탈진실' 현상으로 오염돼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미국 베끼기의 선두 주자인 한국 언론계도 그에 앞서면 앞섰지 뒤지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내러티브 세력, 탈진실 세력과 맞서는 세력과 힘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한다.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민주주의는 올바른 정보에 입각한 대중들에게 의존한다"는 말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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