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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저널리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대답

<뉴스를 묻다>, 언론의 가치, 언론의 역할

by 오태규

세상이 변하면서 뉴스를 전하는 매체는 변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구전에서 신문으로, 신문에서 라디오로, 라디오에서 텔레비전으로, 텔레비전에서 인터넷으로 흘러왔듯이 말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뉴스의 역할, 가치다. 뉴스의 전달 수단이 아무리 크고 급속하게 변하더라도 공동체에 소식을 전하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뉴스를 읽다>(한울, 크리스토퍼 앤더슨·레너드 다우니 주니어·마이클 셔드슨 지음, 오현경·김유정 옮김, 2019년 10월)는, 뉴스와 저널리즘의 과거·현재·미래와 관련해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탄탄한 경력과 명성을 지닌 언론학자 3명이 각기 1장씩을 맡아 소소한 상식부터 여러 가지 오해와 진실, 과거와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과 미래 전망을 친절하게 해 준다.


과거 부분은 컬럼비아대학 저널리즘 스쿨 교수로 있는 마이클 셔드슨이, 현재는 <워싱턴포스트> 편집장을 지낸 뒤 애리조나 주립대 월트 크롱카이트 저널리즘대학 교수로 있는 레너드 다우니 주니어가, 미래는 영국 리즈대학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크리스토퍼 앤더슨이 맡았다.


책은 과거, 현재, 미래 3부로 구성되어 있고, 질문 총수는 모두 90개다. 시대별로는 과거가 34개, 현재 25개, 미래 31개다. 그야말로 사소하고 상식적인 것부터 복잡하고 철학적인 문제까지 다 망라되어 있다. 특정 분야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관심 있는 곳만 골라서 읽어도 무방하다.


이 책의 단점은 너무 미국 중심의 내용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사람들이 쓴 책이니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저널리즘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또 한 가지 단점은 원저가 2016년에 출판된 데서 기인하는 것이겠지만, 미래 얘기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때의 미래 전망이 지금 시점에서 보니 낡은 얘기가 됐고, 전망이 어긋난 경우도 간간이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기사 작성 등에 관한 얘기가 대표적이다.


과거 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대목은, 인터뷰 기사의 탄생과 관련한 것이다. 인터뷰 기사는 19세기 중반 미국 신문에서 처음 발명됐는데, 그 배경이 미국에서는 유럽과 달리 공인의 삶이 일반인과 평등하게 인식됐고 계급 구분이 상대적으로 덜 뚜렷했기 때문이란다. 반면 유럽은 공인이 대개 귀족이어서 기자들이 함부로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미국에서 시작한 인터뷰 기사는 영국을 거쳐 세계로 퍼졌다. 저자는 "수십 년 후에 등장한 껌과 허쉬 초콜릿 바, 그리고 오늘날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전 세계에 미국의 비격식성을 대변하고 있지만, 인터뷰는 그런 미국의 비격식성을 전파한 초기의 수출품"이었다고 말했다.


라디오가 등장하면서 신문이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없어지지 않았고,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라디오가 없어질 것으로 예견됐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을 분석한 대목도 눈에 띄었다. 새것이 오래된 것과 비슷한 무언가를 하지만 정확히 똑같은 것을 하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앞으로 인터넷 시대에도 여러 종류의 매체가 공존할 것이라는 단서를 제공해 주는 분석이다.


현재에서는 '오늘날 무엇이 뉴스인지는 누가 결정할까?'하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 금세 눈에 들어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문, 방송사의 편집, 방송 책임자가 결정을 했는데, 지금은 그 외에 홍보 담당자, 공무원, 언론 소비자까지 다양한 요인이 관여하게 됐다. 여전히 언론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들이 결정한 뉴스도, 관중 속의 비치볼처럼 인터넷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영향력을 나누어 가지게 됐다는 얘기다.


저자는 또 "뉴스는 여전히 우리의 삶과 공동체, 우리의 세계에서 어려 모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뉴스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며, 필수적인 뉴스 가치가 정확성, 공정성, 개방성, 권력과 이념의 독립성, 투명성, 책임성, 공익성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부분에서는 '신문은 언제 완전히 사라질까?'라는 도발적 질문이 눈에 띄었다. 저자의 답은 "커뮤니케이션 역사는 여전히 우리에게 매체 형태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가정하지 말아야 하며 그것들이 서로를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종종 찾아낸다는 것을 가르친다"라고 말했다. 즉, 전통 매체가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인터넷과 모바일,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뉴스 전달의 주요 매체가 되면서 수익 모델에 대한 얘기도 등장했다. 저자는 몇 년 간은 온라인 저널리즘에서 '직접 지불 모델', '네이티브 광고(기사처럼 가공한 광고) 모델', '벤처 자본 모델', '전통적인 광고 모델' 4가지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전적으로 미국 중심의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벤처 자본 모델은 벤처 자본이 투자를 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식인데, 미국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다만,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국도 온라인 시대의 수익 모델을 확실하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널리즘의 가치와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저널리즘으로 밥 벌어먹는 것은 점차 고단해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그 간극을 메꾸는 방법은, 각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널리스트와 저널리즘 관계자들이 자기 나라의 상황에 맞는 답을 찾아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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