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칼럼> ‘3·1혁명’ 선언과 동양 평화론

삼일절 기념사, 대북정책, 대일정책, 이재명 첫 기념사

by 오태규

이재명 대통령의 제107주년 3·1절 기념사가 발표되기 전, 나는 마치 중요한 시험의 채점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수험생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이 기념사가 짊어진 역사적 무게와 현실적 함의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역사 복원의 과제입니다. 전 대통령 윤석열이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내놓은 3·1절 기념사는 역대 최악이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그는 3·1운동의 정신을 ‘자유’로 포장한 이념 외교의 장식품으로 뒤틀고, 가혹한 식민 지배를 자행한 일본제국주의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습니다. 심지어 3·1운동을 ‘만세운동’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두어 그 역사적 웅혼함을 스스로 깎아내렸습니다.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 훼손된 역사를 어떻게 온전히 복원할 것인가가 첫 번째 관심사였습니다.


둘째, 대일정책의 향방입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일본 총리와 여섯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과거사의 무거운 짐보다 미래 협력의 가능성에 방점을 찍는 실용 외교 노선을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과거 침략 역사에 대한 반성은 뒷전인 채 무기 수출 완화, 비핵 3원칙 수정을 넘어 평화헌법 개정까지 내달릴 태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실용과 원칙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이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셋째, 북쪽을 향한 메시지입니다. 제9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권력 기반을 재정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반통일 적대적 두 국가론’을 대남 전략 기조로 재확인하며, 이 대통령의 거듭된 유화 제스처에 냉혹하게 등을 돌렸습니다. 여기에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한 미국의 ‘참수 작전’까지 더해져 세계 정세는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 ‘반평화의 역풍’ 속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역사의 복원: ‘만세운동’에서 ‘혁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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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의 브런치입니다. 한겨레신문에서 도쿄특파원과 논설위원실장 지냄. 관훈클럽 총무, 위안부 합의 검토TF 위원장, 오사카총영사를 역임. 1인 독립 저널리스트. 외교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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