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발표되고 회사의 분위기는 매우 우호적이다.
“이번 사업에 수주를 했다면서요?
수주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탕비실을 지날 때 타 부서 직장 후배의 축하인사를 받았다. 나는 이 한마디가 사업을 수주했을 때 최고의 가치로 느낀다. 직장 상사뿐만 아니라 직장동료, 후배로부터 받는 축하인사는 매우 즐겁고 반가운 일이다. 누군가에게 축하를 받고 부러움과 존경심을 얻는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특히 선두업체나 대기업을 이겼을 때는 더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 함께 고생한 제안팀들과 즐거운 저녁을 함께할 수 있어 더 즐거운 하루가 된다.
반대로 수주를 못하면 주변 사람들을 피해 다닌다. 묵묵히 지나가는 후배를 보면 나를 위로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쉴 때는 좌불안석이 된다. 모두 내가 잘못해서인 것처럼 미안하고 “왜? 실주 했을까?”라는 의문만 가득하다. 고생 끝에 ‘낙’이 와야 한다. 제안에 투입된 모든 제안 팀원에게는 죄송함이 앞선다. 수주할 거라는 목표를 가지고 그것 하나만 보고 밤새워 달렸건만 어떤 사업의 실주라도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경쟁은 1등만 살아남는다.
‘수주를 했느냐? 못했느냐!’는 1등을 했느냐? 못했느냐의 차이다. 2등 3등은 의미가 없다. 수주하는 업체는 1개 업체다. 이겨야 의미를 가진다. 이겨야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경쟁은 사람을 피를 말리게 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사업을 수주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돈 벌기가 어디 쉬운가?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이기기 위한 전략을 잘 수립했느냐!”로 평가받는다. 단순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많은 준비와 전략이 내포되어 있다.
우연히 이기는 것은 없다. 고객을 누가 더 이해하고 우수한 전략을 세워 설득하느냐에 있다. 제안 전략은 사전분석과 문제해결 방안, 그리고 회사의 역량을 통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딱히 하나만 잘해서 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평가점수는 고르게 배정되어 있다. 누가 고객 가치를 실현하고 차별화된 정보로 설득하느냐에 따라 평가자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자사가 제공하는 문제 해결방안의 우위를 주장하게 된다. 명확한 분석과 문제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우수성을 강조한 차별화 전략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설득을 통해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
프로젝트마다 과제와 이슈가 다르며, 그에 따른 전략도 달라진다. 경쟁사의 전략보다 우리의 전략이 우수하다는 것을 강조할 때 사업을 쉽게 풀린다. 공공조달 입찰 경쟁은 동종업계의 비슷한 업체들이 모여 경쟁한다. 그래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경쟁사도 준비를 철저히 한다. 그들도 자사의 우수한 문제 해결방안을 강조하고 우수성을 자랑한다. 자신들의 우수성을 주장하고 보이지 않는 공격과 방어를 한다. 우리의 전략 무기를 앞세워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약점은 보완한다. 경쟁사의 강점은 관점을 전환시켜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약점을 역으로 이용하여 우리의 강점으로 활용한다. 이쯤 되면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지는 좋은 전략을 수립한 업체가 미소를 짓는다. 항시 경쟁업체의 동향을 파악하고, 최고와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솔루션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얘기한다. 납품장비와 개발인력, 방법론, 계획 및 실행, 사업관리, 수행전략, 외부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솔루션이라고 한다.
0.1점의 가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0.1점 차이로 사업성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근소한 차이로 실주 했다면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단지 준비를 조금 더 잘할 걸 후회하게 된다. 전략, 추가 제안, 질의응답 등 모든 것이 아쉬워진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간의 장단점을 내세워 각각의 우수성을 제안했기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1등만 살아남는다. 2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쟁 제안은 갈수록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한다. 편법이 용납되지 않는다. 정공법만이 답이다. 아무리 공정하더라도 경쟁에서 이기는 1등이 있다. 노련한 경험과 준비를 많이 한 기업만이 1등을 차지할 수 있다. 한때 약 32억 사업으로 가격점수와 기술평가 합산 점수로 0.07점 차이로 결과가 엇갈린 경우가 있었다. 매우 특이한 상황으로 조금만 더 평가 점수가 좋았다면 우승할 수 있는 점수다. 어디에서 점수 차이가 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평가는 가격점수 10점과 기술평가 점수 90점으로 총 100점을 기준으로 합산하여 1위 업체를 선정하는 만큼 가격 점수는 두 개 업체 모두 10점을 받았다. 이는 수익이 없는 사업으로 예상되어 수행 시 몇 억을 손해 보는 사업이기에 가격 투찰을 상한가로 제출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업을 참여하는 이유는 이번 사업을 통해 추후 발주되는 굵직한 사업을 제안에 참여할 때 유리한 입지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손해를 보겠지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소실을 최소화하고, 수익이 될 수 있도록 조정을 할 수도 있다. 사업 중 손해가 없도록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손해를 보아도 어렵게 사업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으로 향후 발주되는 사업에 유리한 입지를 가져갈 수 있다. 향후 예상되는 사업 수주 경쟁에서 평가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입지를 가져가는 것이다. 먼저 주고받는 경우다. 실제 1위로 선정된 업체는 이후에 발주되는 굵직한 사업을 독식하듯 수주하였고,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여러 사업자들도 많이 빼앗겼다. 이는 향후 발주되는 사업을 사전에 미리 입지를 구축하고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또한 공정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향후 발생되는 사업 발주가 없었다면 사업에 참여하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수주를 하고 못하고는 단순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후 사업 진행방향의 중요한 판단과 연결고리로 작용하기도 하는 만큼 0.1의 점수도 엄청 큰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