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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유경 Feb 08. 2019

차(茶)의 신(神) '육우'를 아시나요?

 <차경茶經> 프롤로그   


중국인들이 '은둔의 선비', '차신'이라 숭상하고 있는 육우는 세계 최초의 차 전문서적인 <차경茶經>의 저자로 명성이 높습니다. 


어려서부터 차를 즐겼다고 하면 좋은 집안 태생이려니 지레짐작하기 쉽지만 육우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였어요. 당나라 시대 복주 경릉(現 중국 후베이성 텐먼시)에 있던 절, '용개사'의 주지승인 지적선사가 서호西湖에서 세 살배기 아이를 발견하고 데려와 길렀다고 합니다. 절에서 스님의 차 시중을 들고 불경 공부를 하며 자라던 이 동자승의 관심은 엉뚱하게도 유학 공부에 있었죠. 


9살 때 지적선사에게  "유학에서는 자식을 두지 않는 것이 제일 큰 불효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불효를 범하고 출가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가 큰 홍역을 치렀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11살에 절에서 뛰쳐나온 육우는 유랑단의 광대가 되었어요. 가진 것 하나 없고 오갈 데 없는 소년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그나마 광대패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그래도 절에서 불경을 공부하던 아이가 갑자기 광대가 되었다 하니 원래 연기에 재능이 있었나? 혹시 인물이 수려했나? 등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는데요. 실제 육우는 얼굴도 못생기고 말도 심하게 더듬었습니다. 

하지만 성실하고 재주가 많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공연의 대본을 직접 쓸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다는 거죠. 이러한 재능을 높이 평가한 경릉의 태수가 육우에게 본격적으로 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줍니다. 


십 대의 육우는 차를 제대로 끓여 낼 줄 아는 장점과 문학적 재능을 겸비한 덕에 많은 상류층 인사와 교류할 수 있었고 문단에서도 명성을 얻게 되었죠. 전임 경릉 태수가 후원자였다면 새로 부임한 경릉 태수와는 의형제까지 맺는 사이가 됩니다. 마침내 고생은 끝이 나고 인생의 탄탄대로가 열려 있는 듯 보이는데요.

이십 대의 육우는 다시 한번 엉뚱한, 아니 이번에는 남다른 선택을 합니다. 세속적 성취를 뒤로 하고 차 여행을 시작한 것이죠. 


고향을 떠난 육우는 허난성 일대와 당시 유명한 차 생산지 8주(팽주, 면주, 촉주 등 )를 돌아다닙니다. 27세에는 호남, 안휘, 강소성, 절강성, 남경 등을 여행하다 명차의 생산지인 절강성 호주의 초계에 은둔하고 차에 대한 연구 및 자료 정리에 몰두하지요. 끊임없이 연구에 정진한 육우는 당시 32개 지역의 차에 관한 실제 답사 및 고찰을 통해 십수 년에 걸쳐 <차경茶經>을 완성합니다.  문학과 차의 높은 경지로 인해 많은 청년 학자들이 그를 따랐으며 40대 후반에는 당 덕종이 몇 차례 벼슬을 권하였으나 번번이 고사하였다고 전해집니다.


부모가 누구인지는 커녕 이름조차 몰랐던 과거의 초라한 자신에게 보상하기 위해 성공가도를  달리는 인생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평생 초야에서 문학과 차에 몰두하며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저서를 집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그가 평생을 바쳐 썼던 <차경茶經>은 정행검덕의 차 정신과 차에 관한 모든 영역의 지침서로 후대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육우는 부모 복은 타고나지 못했지만 인생의 곱이곱이 중요한 후원자들이 나타나 일이 되는 것을 보면 인복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도 동자승 시절에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 했던 용개사 지적스님의 영향과 공이 가장 컸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적스님이 아니었으면  차茶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지 못했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한 것이죠. 


차茶 라는 글자를 처음 만든 사람은 육우입니다. 이전에는 찻잎을 가리키는 다양한 글자가 있었죠. 원래 차문화는 중국 한족의 문화가 아니었고, 차茶가 나는 지역마다 다르게 불렸습니다.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고 난 후부터 차茶가 차츰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한족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차 하면 '보이차'가 먼저 떠오르는데 당나라 시대 육우는 가루를 낸 녹차를 마셨어요. 비췻빛이 도는 월주자기에 담긴 녹차를 선호했습니다. 학자들 중에는 우리나라의 고려청자가 이 월주자기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다음 글부터는 <차경茶經>의  내용을 요약해 드릴게요. 






KBS 아나운서 오유경

전 KBSKWAVE편집인/ KBSAV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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