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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우리 Sep 11. 2020

나의 소리를 이해하는 벗

Happy Birthday To You

이 글은 가장 아끼는 친구의 생일을 맞아 쓴 편지이다.

12시 땡하면 보낼 짧은 메시지를 적다 그걸로 부족해 결국 이만큼.




2019년 유월. 어느덧 6년째다. 뭣도 모르고 패기만 넘쳤던, 스스로를 세상을 잘 몰랐던 순진했던 때에 만나 지금은 폐간된 쎄씨CeCi의 일명 ‘어시방’(욕 아님)에서 매일을 함께 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월급 40만 원 열정페이에도 꿈 하나로 행복했던 그때의 청춘은 여전히 우리의 단골 안줏거리이자 서로만 공감할 수 있는 웃픈 추억이다.


세상의 수많은 잣대들 중 꽤 많은 것들에서 비교적 가까운 선상에 있던 우리는 서로 의식하기도 전에 동료 이상으로 친해졌고 절친한 언니 동생 이상의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선 또 저만치 다른 우리였지만 6년 인연이면 의례 한번쯤은 겪을 법한 그 흔한 다툼 혹은 작은 트러블조차 없었다. 말 못할 응어리는 있지만 관계의 지속을 위해 혹은 편협한 스스로가 부끄러워 솔직하지 못 했다거나 한 게 아니다. 적어도 나는 진심으로 작은 티끌 하나 없이 이 아일 좋아하고 또 존경한다.


이 관계는 보통의 친구와는 다르다. 만약 이런 게 진정한 우정이라면 내 인간관계는 퍽이나 좁아질 테니까. 비슷한 단어를 찾고 찾다 영혼의 단짝이라고 칭해도 봤지만 시원찮다. 그저 내 삶에 누군가 보내준 선물이라면 선물이고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생일 축하한다는 문장 하나로는 성에 차지 않아 늘 그렇듯 구구절절 길디 긴 편지를 쓴다. 생일 축하해, 은선아.


2019년 6월 3일


우리우리




어쩌면 단어 하나를 찾은 것도 같다.


지음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거문고의 명인 백아가 자기의 소리를 잘 이해해 준 벗 종자기가 죽자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아는 자가 없다고 하여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열자(列子)≫의 에 나오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 발췌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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