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성이 게으르고, 역마살이 심하다. 바꾸어 말하면 가정에 충실하며 살뜰히 가족을 챙기기 힘든 성향의 여자라는 이야기. 나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잘 알기에 결혼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인연을 만나 나이 서른여덟 살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서른아홉 11월, 마흔을 한 달 앞두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첫 출산의 과정을 거친 후,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의 그 막막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기는 시도 때도 없이 울고, 나와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노련해질 것이라고 여겼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아기는 쉼 없이 변화를 거듭하며 커갔고, 그 모든 과정마다 치러야할 엄마로써의 몫이 있었다.
내 친구들은 이미 학부형이 되었건만 육아의 길이 이렇게 외롭고 힘들다는 걸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만약 솔직하게 다 말해주었다면, 이기적인 나는 어쩌면 아이를 낳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그냥 자연스러운 일로만 여겼던 나에게, 육아는 실로 넘기 힘든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육아관련 책을 읽어도 결혼한 자매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해도 정답은 없었다. 아이마다 기질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책에 나온 육아법이나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적용해본들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어영부영 1년이 가고, 3년이 가고, 10년이 되어간다.
육아관련 책이나 블로그를 보면 ‘아이를 키우는 일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표현한 글귀들이 넘쳐난다.
“거짓말!! 그럼 난 뭐지? 다른 엄마들은 모두 행복에 겨워서 아이를 키우는데, 나만 이상한 여자라서 아기가 이유 없이 울면 보기 싫고, 미쳐버릴 것 같은 갑갑함에 가출하고 싶고, 내가 왜 이런 결혼과 육아를 내 삶에 받아들였을까 한숨을 쉬는 건가?”
진심으로 궁금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행복한 건 아니다. 분명히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순간들이 있지만, 엄마의 생활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답답하고 외롭고 가슴 허한 시간들이 많을 것이다.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엄마로서의 책임’을 묵묵히 해내고 있을 뿐이다. 직접 겪어보니 알 수 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활 자체를 아이의 스케줄대로 움직여야하는 고단한 시간들을 견대내기 위해서는 자기암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 또한 수없이 읊조렸다. ‘나는 사람을 키우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밤을 꼬박 새우며 초보엄마로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것이다. 행복으로 포장된 육아서 말고, 아기가 잠든 사이 짬짬이 읽으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라는 작은 위안을 주는 육아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육아라는 장거리 마라톤에서는 함께 뛰는 동지, 물과 간식을 건네는 응원군이 많을수록 안도하며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 테니까.
부모는 완성형이 아니다. 최소 20년에 걸쳐 진행되는 하나의 과정이며, 사람마다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정답 또한 없다. 각자 자신의 가치관과 방법으로 해나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육아라는 벽 앞에 악전고투하고 있는 엄마들이여~! 어떻게든 나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한 변주의 길을 찾아내보자. 나 또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과 자유로운 내가 되고 싶은 욕구가 끊임없이 충돌하며 현명한 육아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