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RESPECT EVERY PERSON

YOU MEET IN HERE

THEY WILL ALSO RESPECT YOU


이곳에서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라

그들 또한 당신을 존중할 것이다

















MRRC 들어올 때 보였던,

입구에 크게 쓰여있던 문구




26일 화요일, 깔끔하다는 게 꼭 좋지만은 않다. 오늘 우리는 하루 종일 LOCK당해, 식사만 제공받는다.

1주일에 한 번씩 그러한 통제를 따라야 한다. 멍하니 갇혀있으니 이 또한 할 짓이 못된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수리공이 들어와 형광등을 바꿔 뀐다.


오, 맙소사, 그동안, 방이 조금 어둡다고만 생각했지 두 개의 형광등 중 하나가 나가버렸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형광등 교체로 폴과 나는 잠시 밖에 있었고, 그 틈을 타 폴은 또다시 셀바닥을 쓸고

닦는 거다. 쓸어 담은 쓰레기와 먼지를 문밖에 그냥 밀어 놓았고, 그것을 본 교도관은 내게 그것을 쓸어

담으라 명령조로 말했다. 그 말에 왜 이렇게 욱하던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욱' 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짜증 나는 표정을 지으며 쓰레기를 주워 담고 셀에 들어가려 하자,

폴이 바닥이 마르지 않았는데 들어오면 안 된다고 소리 지르는 것이다.

순간 또 신경질이 팍 치밀어 올라 "나도 안다."라고 신경질적인 대답을 처음으로 했다.

이게 내가 맨날 웃음으로 받아주고 조그만 것 하나에도 고맙다고 하니 나를 지 밥으로 보나 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때 점심이 도착했고, 빵과 치킨 샐러드 두 가지를 주었는데, 폴이 치킨샐러드랑

빵이랑 바꿔먹지 않겠냐 물었고, 신경질 난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NO라 대답하고,

지금까지 정적이 흐르고 있다.


그는 내게, 추울까 봐 여분의 담요와 옷들을 구해다 주었고, 나는 먹지 않는 커피나 설탕을 그가 그냥

가져가도록 묵인해 주며 소소하게 상부상조하며 생활했다. 근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내가 점점 옹졸해지는 것인가? 아니면, 이제 좀 안정되는, 바보에서 정상으로 조금씩 돌아오자 눈이

트인 것인가? 어찌 되었건 이곳에서는 바보인 척하며 없는 척하며 생활해야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밥으로

생각하기에 바보인 척 없는 척 살면서도 나의 것은 확실히 지키며 살아야겠다.


어제, 지금까지의 일들을 현재에서 바라본, 이곳의 과거 이야기를 마쳤다.

넘쳐흐르기에 주워 담기 바빠 많이 흘려버렸지만, 어느 정도 주워 담았기에 조금 내 정신이 돌아온 것

같다.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며 글을 쓴다는 것이 의도치 않은 숙성과정을 거쳤는지 거침없이 써내려 져 갔고, 말했듯, 주워 담기 바빴지만, 이제 그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와 만나 벌어지는 생생한 것들을,

바로, 글로, 옮기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여기서 글쓰기를 중단한다면 지금까지 담은 것들이 무의미해질 수 있기에 중단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감옥 생활의 한 면 한 면을 나름대로 디테일하게 접근해 가며 새로운 사건들에 대해

나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선,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경찰서에 있을 때는 밖에서 사 온 맥도널드로 아침식사를 주었었다.


뉴스에서 골드코스트 백패커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폴이 우리 둘 사이의 정막을

깨며, 내게 말을 걸었다. 자기 친척이 저 백팩에서 일한다고....


“WHATEVER” "어쩌라고."

하지만, 역시나, 나는 웃음으로 "오~ 그러냐."며 정막을 한층 더 깨려, 크게 리액션해 주었다.


어쩌겠어 좋건 싫건, 얼마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이 빡빡한 콘크리트 안에서 지내야 하는 것을..

좀 삭히고 넓게 바라보자. 이런 곳에서 속으로 끙끙 삭히거나 그러면 나만 병신 된다.

그것은 이곳을 벗어나, 밖에 나가게 돼도 어느 정도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새로운 곳에 가면 이 다짐을 했지만, 이곳에서는 더욱더 필요하다.


"절대 물들지 말고, 새로운 경험으로 바라보자. 좋은 것은 나의 다른 면에 채워 넣고,

나쁜 것도 다른 곳에 채워 넣자. 채워 넣대,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자. 내 것으로 만들자."


그리고 옮겨간 서리힐의 구치소에서 본격적으로 죄수 음식, 일명 깜빵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생각과 다르게 다양한 식사를 제공한다. 깜빵 음식을 먹기 시작한 지 오늘로 13일째 되는데, 똑같은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 물론 기본으로 제공되는 빵, 우유, 잼, 커피 4개, 설탕 여섯 개를 제외하고 말이다.


아침은 7시쯤 철문 밖에 음식을 놓고는,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한다.

유일하게 똑같은 것이 아침인대, 시리얼과 우유하나, 잼, 빵, 설탕, 커피 각각 하나씩 준다.

시리얼은 세 종류 인대, 하루는 일반적인 콘프레이크, 하루는 오트밀에 건포도, 호두가 들어 있는 것,

또 하루는 버블라이스, 이렇게 세 종류의 시리얼이 로테이션된다. 그러한 것들이 아침이고,

점심은 12시쯤 같은 방법으로 전해지는데, MEAT 파이나 샌드위치, 햄버거 같은 간단한 식사 거리와

디저트로는 샐러드와 배나 사과 같은 것들이 제공된다.

제일 중요한 것이 저녁식사인대 사실 하루의 시작을 오늘 저녁은 무엇이 나올까? 기대하며 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금까지 한 번도 겹치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음식이 나온다.

때로는 치킨 로스트라 하여 삶은 닭다리 하나와 삶은 감자 두 개와 삶은 브로콜리가 나오고, 때로는 쌀과

양념된 비프가 나오고, 때로는 스파게티에 햄, 스테이크 등, 호주에서도 자주 먹지 않았던,

(한국 음식을 주식으로 먹었기에) 음식을 많이 접한다.

물론 이곳에서 만들어져 원래의 맛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매 끼니마다 처음 보는 음식으로 가득 찬,

알루미늄 도시락 안의 뚜껑을 열 때의 기대감과 맛은 나쁘지 않다. 충분히 허기를 채울 수도 있고 말이다.

오늘 저녁은 또 무슨 음식이 나올까를 기대하며, 그 시간이 빨리 와, 빨리 하루가 지나가기만을 기대한다.

특히나 오늘은 모든 셀이 락다운 당했기에 더욱더 기댈 수 있는 것이 음식 밖에 없다.


저녁식사가 와야만 저녁이 되고,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이렇게 하루가 무사히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한국식의 맵고 짠 것으로 대표되는 음식을 접하지 못하고, 외국식의 조금 달고 밋밋한 음식을 접하니,

확실히, 아침에 일어나 팅팅 붓는 얼굴은 느낄 수 없다. 좋다면 그거 참 좋다. 가끔 김치와 한국 음식이

생각나지만, 약 29년을 먹었고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죽을 때까지 먹을 걸 뭣하러 걱정하리,

그렇게 생각하며 빨리 김치 먹을 그날을 바란다.


PAUL, 이 새끼 이빨도 다 빠져 알아듣지도 못하겠는 영어로 진짜 떠들어 대내, 이 새끼도 어지간히 심심한가 보다. 근대 이상하게, 아침에 저놈 와이프한테 편지가 왔다. 16, 18살인 두 딸의 사진과 함께,

교도소를 지 집처럼 들락날락하는 부랑자 같은 놈도 저렇게 사랑해 주는 여자가 있는대, 나는 당최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옴팡지게 들며, 저런 놈도 짝이 있는대, 내 짝도 분명히 있다 생각했다.

근대 전에도 한번 말했지만 VIZZY가 보고 싶다. 그냥 생각난다.


오늘 저녁은 TUNA SALAD다. 큼직한 토마토 하나와 양배추 그리고 피망이 어우러진 참치 샐러드와

코코넛 케이크. 저녁에는 디저트로 밀크셰이크나 케이크, 혹은 요구르트가 나오곤 한다.


젠장,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무슨 문화 체험하러 놀러 온 사람 같다. 하긴, 그런 마음을 갖자.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하지만 매 순간을 조심해야만 한다. 정신 놓는 순간,

나는 저들에 의해 다치게 되니.... 저들의 먹이가 되어버리니…


빵 한 면에 잼을 바르고는 양배추를 얹는다. 그리고 빵하나를 덮고 다시 그 위에 참치 샐러드를 얹는다.

그리고 다시 빵을 얹는다. 이름하여 3단 참치 샐러드 샌드위치다.


한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도 알게 모르게 폭력이 행해진다고 한다. 전에도 말했던, 보통 뉴질랜드나

뉴칼레도니아 같은 섬에서 온 원주민인 아일랜더계와 중동 레바논에서 온 레바니스계,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지널, 그리고 아시안 간의 싸움인대, 여기서 제공하는 플라스틱 나이프나 포크, 칫솔을 갈아 찌르는 등, 집단 린치가 성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말없이 사용할 경우 손가락을 문틈에

넣고는 철문을 닫아버려 손가락을 부러뜨린다고 한다. 15년간 그러한 광경을 목격했고,

그러한 경우 교도관도 그냥 묵인해 버린다고 한다.


며칠 전 PAUL이 TV를 구해와 TV에 의존하며 시간의 흐름을 맡긴다.

어제부터인가 TV에서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떠든다.

"그래도 돌아가고 싶냐? 너 한국 가면, 미사일 공격 당하면 피바다 된다"

"그래도, 나는 가고 싶다! 나의 조국이여!"

푸훗, 어찌 되었건, 이곳에는 네 개의 공영 방송과 두 개의 영화채널이 있다.

방금, 영화 'VISITOR'를 보았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저런 코미디 영화 뭣하러 보나하고, 안 봤지만,

어쩌리, '앗싸'하고 보았다. 과거에서 미래로, 다시 과거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인대,

집으로 돌아가는 광경이 어찌 그리 부럽던지....

휴~ 영화의 주인공도 미래와 과거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별의별 해프닝을 겪으며, 시간이 지나고 결국,

그리던 집으로 돌아갔 듯, 나도 이 시간을 새로운 경험이라 받아들이고 그날을 기다리자.


“그는 집으로 가기 위해 마법사를 찾아야만 했지만, 나는 그저 가만히 시간을 기다리면 되니, 기다리자.”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다. 자유가 없으니까. 기다릴 수밖에....


폴이 피던 담배를 내게 준다. 오늘 처음 피는 담배다. 조그맣지만 상당히, 상당히 독하다.

담배 페이퍼가 없어, 얇은 일반 종이에 담배 찌꺼기를 말아 피기 때문인가 보다.

약 3~4 모금 빨았을 뿐 인대 머리가 핑핑 돈다. 그래도 끝까지 다 핀다.

그 어지러운 고통이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다른 것, 다른 감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나 스스로의 세포를 파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우 이거 쌔다."라고 폴에게 말하면, 그가 항상 하는 대답처럼,


"GOOD FOR YOU"


방금 전 폴과 말다툼을 했다. 얌전히 둘이 TV를 보고 있는대, 폴이 TV 보는데 사인했냐 묻길래 안 했다니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자기가 아까 말했는데 왜 싸인 안 했냐 자신은 TV 없으면 못 산다며

'FUCK'을 섞어 가며 지랄하는 것이다.

"네가 사인해서 난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사인받는 사람도 나에게 오지 않았다." 말하자

"더 이상 너에게 담배 주거나 도와주지 않겠다." 말하길래, 나 역시 몹시 흥분된 표정으로 소리 지르며,

"알았으니 닥쳐라." 말했다. 다시 둘 사이의 정적이 맴돈다.


이곳은 1주일에 한 번씩 TV시청료로 1불씩 걷어가는 대, 그곳에 사인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 당시 상황이, 폴과 나는 형광등 갈러온 사람 때문에 밖에 있었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사인받는

사람을 보지도 못했다. 그저 얌전히 방안에 있었으면 사인했겠지만, 생각해 봐라 내가 왜 사인을

안 하겠나 TV덕에 시간을 보내는 게 사실인대, 욱하고 또 튀어나와 주먹으로 벽을 쳐버리려는 걸 애써

꾹 참았지만, 다쳐 봤자 나만 손해니까. 저딴 길바닥서 구걸하며 처자는 부랑자, 사회의 낙오자,

그지 새끼한테 저딴 개소리, "더 이상 담배 주지 않겠다." 씨발 지가 피다 독해서 끄기 전에 피던 거

쳐주면서 조네 생색내네, 하긴 그딴 걸 또 고맙다고 받아쳐 핀 내 잘못이다.

하지만 그게 불쌍하다 전혀 생각 들지 않았기에, 담배가 미치도록 피고 싶어 한 모금만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이런 적도 없고, 그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단지 호의를 받아들인 다는 의미로 몇 번 받아

태웠건만, 이 씨팔 그지새끼, 내가 담배에 욕심이 있었다면 내 페이퍼와 성냥이 떨어졌을 때 남은

토바코를 너에게 왜 줬겠으며, 지난 토요일 받은 페이퍼와 성냥을 너에게 왜 줬겠냐, 이 씨팔 그지새끼야.

밖을 나가면 모두들 오지니, 아일랜더니, 레바니스니, 애보리지널이니, 이거 씨팔 성질부리다 맞아

뒤지거나 병신 될 수 있으니 성질도 못 부리고, 그저 참는 수밖에 없다. 아니, 이제 참아야 한다.

내 그 '욱'하는 성깔대매 이런 그지 같은, 사회 최악의 밑바닥에서 저딴 개그지 같은 새끼랑 생활하며

저런 병신 같은 소리나 쳐 듣고 있으니, 인과응보다. 씨발,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지 내 몸 무사히,

저딴 쓰레기 새끼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동요되지 않고, 나 자신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짐하게 만드는, 아주 더러운 시궁창 같은 곳에서 그 더러움을 겪고 깨끗이 날아가 버리겠다.

어떠한 경우에도 동요되지 않고, 나를 발전시켜 나가겠다. 이 감옥에서 조차 발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