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내가 이곳에 오게 되면서 정확히 말해 BAIL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곳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현실을 알게 되고 나서, 정말로 원했던 것들이 몇 개 있었다.

맨 처음으로, 귀신같이 길어져 버린 내 손톱을 깎기 위한 손톱깎이였고, 그 다음, 펜과 종이였다.

이 세 가지는 지금 내 수중에 들어왔고, 또 원했던 것은 한국책이다.

계속 쓰고, 그저 그걸 보기만 하니 무언가를 넣고 싶다는 갈증에 상당히 목이 말랐다.

물론, 영어 잡지와 영어 책이 있지만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 몇 번 씹기만 했을 뿐 삼키지는 못했다.

매일같이 한국책을 읽고 싶다 하였고, 교도관에게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다고 매일같이 말했다.

벌써 알아차렸겠지만, 드디어 오늘 27일 수요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도서관 이용하는 날,

드디어 나는 한국책 다섯 권을 손에 넣었다! 한국서적이 존재했다는 것에 놀랬고, 약 70권 정도 되는

책이었지만, 한글이 있다는 기쁨에, 순간, 교도소 밖, 도서관으로 착각할 정도로 큰 기쁨을 느꼈다.

내가 보고 싶은, 바라던 취향의 책은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기쁘다.

"만일, 한국책이 있다면 제일 두꺼운 걸로만 골라와야지...." 했지만, 막상 보니 당기지 않았다.

꼴리는 대로 다섯 권의 책을 골라왔다. 최대 빌릴 수 있는 양이 다섯 권이라고 해서...

첫 번째 잡은 것은 '한국의 불가사의'라는 김한곤 씨가 지은 책이고, 또 하나는 '나의 뇌, 뇌의 나'라는

외국 전문서적이고, 또 하나는 '가시고기'다. 이 책은 한을 위해 빌려왔다.

오늘, 도서관에 같이 가기로 했지만, 부인의 면회로, 면회 갔기에 그리고 전에 '연탄길'을 눈물 흘리며

읽었었다는 말에 나름대로 비슷한 류의 소설을 가져왔다. 그리고 또 하나는 YBM에서 나온

'영작문사전'이고, 마지막으로 노지마 샌지의 '이 세상의 끝'이다.

이 책을 빌리기 위해 간수에게 책을 보여주니, 책 제목이 영문으로 'THE END OF THE WORLD’

이기에, 간수가 웃던 게 생각난다. 지금 글을 쓰며 종이 박스로 만든 간이 수납장 위에 한국책

다섯 권이 보인다. 그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이번 주도, 내내 비가 내린다고 한다. 여기 오면서부터 계속해 비가 내린다.

그래도 나는 좋다. 손톱도 깎았고, 이렇게 펜과 종이로 글도 쓰고, 한국책도 구했고,

이 세 가지뿐이지만 행복하다.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로션'이다.

오늘 구입 신청서에 기대반으로 로션하나 달랑 체크해 보내었는데, 왔으면, 받았으면 좋겠다.

너무 건조해서 세수를, 세면을 못하겠다.

아... '한국의 불가사의'부터 맛봐야겠다. 맛있겠다! 그리고 맛있게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