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28 MAY. 눈을 뜨고 좀 있지 싶다. 폴과 또 다툰다.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다.

말마다 FUCK을 쓰는, 그 소리가 너무 싫어, 네가 말하는 게 다 맞다. 근데 나한테 FUCK이라는 단어

쓰지 말라고 하자. 여기서 자기들은 그냥, 그게 욕이 아니라 일종의 친구끼리 친근감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 나도 알아 씹쌔야. 그래도 듣기 싫다."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역시, 아침을 먹자마자 한에게 인사드리러 가서, 지금, 점심시간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그와의 대화는, 말했지만, 내 안에서 조금의 소화가 필요하기에 소화가 되면 한꺼번에 토해내던지

하겠다. 대화도중 모두를 일렬로 집합시켰다.

운동을 하는 공간에 대략 5~60명 정도 되었고, 여기저기 문신이 덕지덕지 있는 커다란 덩치들에,

푸르눈들과 노란 머리들.... "와, 이렇게 쭈욱 서있으니 영화에서나 보던 깜빵 같다." 아니지,

여기가 감옥이지. 그렇게 줄을 맞춰 세워 놓더니 마약탐지견을 데리고는 경찰이 모두들의 앞뒤를

가로지르며 다닌다. 마약검사를 하는 것이다. 다행인지 머인지 마약은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다들 자기 할 일하러 사라졌다. 감옥 안에서의 마약검사라, 이거 원 여간 새롭지 않다.


점심을 먹고는 침대에 누워 '이 세상의 끝'이라는 책을 읽는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아기자기 한 생활과

사랑이야기를 싫어하지만 어쩌랴, 그저 한글이니 하고 읽는다.

창가에서 새울음 소리가 들리고, 폴은 세탁 후 받은 담요의 이물질들을 원숭이처럼 골라낸다.

언제부턴가 꺼지지 않고 계속 소리 내며 빛을 내뿜는 TV는, 이곳을 조금이나마 감옥이 아닌 사회와

연결시켜 주는 문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문을 닫으면, 그 답답함에, 그 고요함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이 시멘트들의 정막함이 차오른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문을 열어 놓는다.

어제 새벽에도 잠이 안 와 잠시 TV를 껐었는데, 그 정막함에 금세 다시 TV를 켜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책을 읽고 있는대, 지금도 나지만, 창문 사이로 맛있는 음식, 요리 냄새가 아지랑이 치며 슬며시

들어온다. 옆에서 먼지를 골라내던 폴도 "음, SMELL'S GOOD"하며 감탄한다.

아, 정말 좋은 음식냄새다. 그리고 밖에서 건즈 앤 로지즈의 노래가 어렴풋 흘러 들어온다.


이곳은 어찌 보면, 이곳에서의 생활은 크게 밖과 다르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느냐 이 멍청이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곳은, 내가 그동안 알던, 보고 들었던, 감옥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마약범과 흉악범이 드글거리는 맥시멈 시큐릿의 최고 보안 감옥이지만 그곳,

아니 이곳에서의 조금의 생활을 말하는 것이다.

실내의 각 셀에 TV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과 매주 한 번씩 받는 주문서 안의 모든 것들을 일주일에

60불 치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창문 밖에서 음식 냄새가 흘러들어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보기 전까지 겪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다. 응당, 아무것도 없는 방에 몇몇 씩 바닥에 누워 모포에 의지해 자는, 그런 감옥만을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이곳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맥시멈 시큐릿이라 그렇지 다른 감옥은 사복에,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감옥에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단지 생활과 자유가 제약받을 뿐, 바깥세상과 똑같다고 한다.

한국의 감옥은 어떤지 전혀 모르겠지만, 저렇게들 음식거리를 구입해,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음식을 직접해 먹는다는 게 조금은 신기하다. 그리고, 이 대낮에 음악소리와 함께 흘러들어오는

이 맛있는 음식냄새는 조금이나마 자유의 향기를 맡게 해 준다.


다시, 밖에서 열쇠 부딪히는 요란한 금속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린다. 점심 다 먹었으면 이제 밖에서

놀아라 하고 돼지우리를 열어두는 것이다. 나가 놀아라. 그래야 통통하게 살찌지,

그래야 말을 잘 듣지 하는 것처럼.... 그래야 잡아먹지 하는 것처럼....


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냥 손이 움직여 써 내려간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앞으로의 나의 법적 과정과 이곳을 어찌 나가 어찌 사회로 돌아가느냐이다.

여기서 내가 말할 것은 후자다. 전자는 결과를 본 후 말하겠다. 어찌 진행되고, 어떻게 될 거라는

전문가적 견해를 한에게 들었지만 결과를 보기 전에 거론하고 싶지 않다.

나는 걱정이 또 하나 있었다. 아니, 두 가지, 은연중 말을 했지만 정확히 한번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다. 첫 번째는 내가 지금 기록하고 쓰고 있는 나의 고통을 받아먹고 있는 이 글이다.

내게 있어 이곳에서 제일 소중한 첫 번째 보물인, 내 고통을 받아주는 이 글,

내가 만일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바로 밖으로 나가게 되면 나의 이 글들은 어찌 되는 것인가?


그것에 대한 한의 대답은 네가 법관 앞에서 석방을 선고받았다 해도 그것이 서류로 구치소에 이동돼야

그들은 너를 풀어준다. 그 시간이 몇 시간 걸리고, 그때 너는 교도관에게 너의 짐이 셀안에 있다 말하면

그들은 그것을 반드시 가져다준다. 그 물건들은 네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권리가 있다. 그리고 너는 내가 처음 보았을 때 맨발에 죄수복차림이었다. 그 모습 상상하기도 싫지만, 너의 말처럼 DNA검사로 옷도

경찰이 가져갔고, 돈도 옷도 아무것도 없으면, 그들은 이곳 죄수들이 놓고 간 일반 옷을 너에게 주고,

그날 하루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를 준다. 그리고 네가 전화를 이용해야 하면 전화비도

제공한다. 그러니 제발, 그게 걱정이면 해결된 거니 어서 나가라며 웃으며 말씀해 주셨다.


은근히 뭉쳐있던 고민 하나 가 해결되었다. 하지만 아직, 두 개의 고민이 더 있다.

내 짐이 잘 보관되어 있으며,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아시는지이다. 어서 그 고민도 해결되길 바란다.


물론 제일 큰 고민은 법정결과이다. 점점 이상하게, 글이 쓰레기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안정과 적응으로 의무로 다가오나 보다. 이게 제일 싫다.

하지만 이곳을 나가는 날까지 의무이건 무엇이건 쓰레기건 조금씩이라도 글을 써가겠다.

밖의 사회는 지금도 바삐 돌아가지만, 난 이곳에서 아무 교환 없이 정지해 있을 뿐이다.

그 정지라는 말 자체가 너무도 싫다. 난 반드시 무언가를 교환하고 얻어야만, 받아야만 한다.

나의 이 금 같은 시간을 그냥 이들에게 줘버리기, 아니, 빼앗기기 싫다.

그래서 나는 그 대가로 이 기록, 이 글을 가져갈 것이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