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29 MAY. 요즘은 자는 게, 그전보다는 편해진 거 같다. 물론 추위와 함께 몇 번씩 깨어짐을 느끼지만

그것이 불편함으로 짜증으로 치밀어 오르지 않으니.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니 전에 보이던 사람들이 몇몇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 록업 전 이름

호명하기 전, 물을 받으러 갔다 왔다는 이유로, 경고받았던, 옆 셀(방)의 애보리지널 두 명도 보이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누군가 와있고 누군가 사라져 있다. 그 느낌이 무엇을, 어떠한 압박을 주는지

아는가? 간신히 적응한 몸이, 적응해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말했지만,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지 무엇이 올지 아무것도 모른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어 살지만 그 내면에는, 내일 또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까?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맘 졸이며, 밤에 고요한 정적에 누워 들리는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 열쇠가 부딪혀 생기는 소리, 그 모든 움직임의 소리에 가슴이 멈추었다. 뛰었다를 반복하는

그 맘조림, 어떻게 해서든 그러한 기분을, 오감을 없애자 24시간 틀어 놓는 TV. 그 맛은, 그 느낌은,

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할 뿐이다.


한을 찾아 그의 셀로 올라가는 길에 나이 지긋한 베트남 아저씨가 보인다. 아마 밤중에 새로 들어왔으리... 한이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의 이야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내게 해준다.

그는 마약으로 들어왔고, 집에서 마리화나 130그루 정도 키우다 잡혀 왔다고 한다. 호주에서 마리화나를 키우고 공급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는대, 그중 하나는, 농장이나 개인 소유지에 씨앗을 뿌려 수확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항공으로 사진을 찍으며 단속하기에 쉽지 않다고 한다. 또 하나는,

대마초가 합법인 주에서 마리화나를 키워 다른 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님빈'이라는 곳에서는 마리화나가 합법으로, 경찰서 옆에서 마리화나를 팔고, 피우며 다닌다.

그리고 호주의 남쪽,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개인이 피울 만큼의 마리화나 두 세 구루는

합법적으로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워낙 단속이 심하고 그리 많은 양을 얻지 못 함으로 힘들다고 한다. 대부분의 딜러가, 지금 말할 마지막 방법을 택하는데, 오늘 본 베트남 사람처럼, 헤드인 우두머리 딜러가 돈을 주고는 그들의 집, 지하에서 키우게 하는 것이다. 배운 거 없고, 나이 든 사람들을 주로 타깃으로 한다.

그들 역시 그저 키우기만 하면, 밖에서 힘들게 일해 버는 돈만큼의, 만족스러운 돈을 받으니,

일명 '바지'역할을 많이들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하기 위한 사람을 고를 때도 범죄경험이

없는 깨끗한 사람을 고용하고, 어느 정도의 보석으로 가볍게 풀려 나갈 수 있는, 한도 내의 마리화나를

키우게 한다고 한다. 상당히 치밀하게 계산되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 얼굴이 너무 따갑다. 내일 토요일, 제발 화장품이 왔으면 좋겠다. 마음 놓고 깨끗이 세수하고 싶다.

매일같이...


그 베트남 아저씨는 호주 시민권자로 호주 온 지 15년이 되었고, 처음에는 홍콩에 있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뗏목을 타고 가족들과 함께 홍콩으로 밀입국한 후 호주로 왔다고 한다.

내 영어 실력도 형편없기에 머라 말할 입장은 못되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분의 말도 안 되는 영어를

신기하게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 그 아저씨가 자꾸 누구를 찾는다, 한이 누구를 찾느냐 묻자. 자신의 이웃을 찾는단다.

이곳, 이 감옥, 옆 동에 이웃이 있다고 말한다.

"그 이웃도 마리화나를 키우다 잡혀 온 거냐?" 묻자.

아이 같은 얼굴로 웃으며 말한다.

"아니다. 그는 팔다 잡혔다."


한은 무역업을 하는 한, 회사의 대표이다.

필리핀에서 일본을 경유하여, 어느 정도 상품의 가치를 높인 후, 호주로 들어오는 수입품의 컨테이너에서 91개의 헤로인이 발견되어 마약밀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고 한다.

인터폴은 시작부터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있었으며, 도착 후 200여 개의 물품 중 헤로인이 들어 있는

91개의 물품만을 정확히 조사하여 91개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제보한 필리핀 증인도

확보해 놓았다고 한다. 한의 말에 의하면 그 물건은 자신의 것이 맞지만, 91개의 헤로인은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그 와중에 재판이 진행되었고, 그는 무죄를 받았다고 한다. 인터폴의 보호를 받던 증인이 행방불명되어 사라졌기에 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그 정도의 많은 헤로인은, 엄청나게 큰 배후세력이 있는 것이고, 그 세력에 의해 꾸며졌으며 그들이 그 증인 또한 죽였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폴은 무죄를 받고 풀려난 한을 계속 조사하였고, 그를 다른 혐의로 다시 법정에 세워, 마약 관련 혐의를

뒤집어 씌어 감옥에 보내버렸다고 한다. 한은 무역업을 하기에 전 세계를 매일같이 돌아다녔으며

‘국가’라는 것의 불이익을 막거나 이익을 더 얻기 위해 약 아홉 개의 다른 국가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한국에 사업차 갈 때 일본 여권을 사용하면 당시 반일 감정 때문에 될 사업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만에 하나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에, 무슨 정보요원이냐 물었더니, 당시, 그리고 나처럼 무역업 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러했기에 그게 특별하다 생각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위조한 죄가 있지만, 그 자체만 보면 벌금형 정도의 작은

벌이다. 인터폴은 그것을 꼬투리 잡아 증거 없이 거대 마약딜러로 엮어 자신을 감옥에 집어넣었다고

한다. 그의 딸은 25세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법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학위를 받고,

호주로 돌아온다고 한다.


밖에 나가고 싶다.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가슴 쭈욱 펴고 숨 쉬고 싶다. 아, 자유여...

답답하다. 죽을 것 같다. 책을 읽어도, TV를 보아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저 시원한 바람을 두 뺨에

맞으며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그렇다. 지금 내 얼굴은 쓰라려 죽겠다. 건조하다.

건조한 이곳에서 잘 씻지도 혹은 씻고 나서 그 어떤 것도 바르지 못한 채, 몇십 일이 지났다.

낮에는 뜨거운 물을 받아 호호 불며, 증기를 쐬며, 쓰라림을 조금이나마 달랬지만, LOCK 당한 지금,

창문사이로 건조한 바람이 들어오고 폴은 담배를 피워대고, 막막한 콘크리트 벽은 모든 수분을 뺏아가

버린다. “아, 얼굴 따가워 죽겠다.” “아 얼굴 따가워 죽겠다.” 내손으로 얼굴을 만질 수 조차 없다.

따가움에 씻지 않아 일어난 피부들과 거칠음에 기분 나쁘고, 따가움에 고통스럽다.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하는 산악인들이 그러할까? 아니, 그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 쳐 피부가, 얼굴이 어찌 되는지 느끼지도 못하겠지, 나는 여기가 편한가 보다. 그 사소하다면 사소한 따가움 하나로 이렇게 또다시 민감해지기는... 근대 정말 따갑다. 아, 사우나 가고 싶다. 스파 하고 싶다. 시원하게 뽀득뽀득 샤워하고는 로션을 바르고 싶다. 제발 내일 화장품을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 아 따갑다.


“아, 얼굴 따갑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내 얼굴을 자꾸 푹푹 쑤시듯 내린다.”


한 남자가 지붕에 앉아있다. 그 옆에는 친구로 보이는 한 남자가 그를 설득하고 있다. 아마도, 그는 자살을 시도하려는가 보다. 조금 지났을까 그는 자살을 포기한다. 그때 경찰과 구급요원, 방송차량이 들어오고, 그것을 본, 자살하려 했던 사람은 다시금 망설인다. 아마도 유명인사 인가 보다. 어찌 되었건 그는

구급요원에 의해 앰뷸런스로 실려가고, 그의 애인인 것 같은 여자는 그를 설득한 친구에게 포옹으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잠시 TV에 집중해 보았지만 완벽히 알아들을 수 없음에 이내 피곤함을 느끼고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좁디좁은 콘크리트 바닥을, 여실히 보이는 나의 불안감을 나타내며, 초조함을 표출하며 고개 푹 숙이고, 두 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뚜벅뚜벅 왔다 갔다 한다.

옆의 테이블 위에 빵이 보인다. 먹는 거에 집중해 볼까라는 생각과 함께 식빵이든 봉지를 열고 나이프를 들고 버터 뚜껑을 열고 버터를 한쪽 식빵에 능숙하게 바른다. 슥슥슥, 몇 번 더 버터를 나이프에 묻히고는 빵 한 면에 고루 펼쳐 바른다. 적당히 발라졌다 느껴, 빵을 그릇 위에 대충 옮겨 놓고는 또 다른 식빵을

들고는 한 면에 라즈베리 잼을 어느 정도 무더기로 덜어 놓고는 빵과 칼을 들고 철문에 기대어

TV를 바라보며 의무적으로 잼을 바른다.

그때 철문 밖에서 열쇠 부딪히는 소리와 교도관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무엇인가 하고는 철문사이

조그마한 공간으로 밖을 바라본다. 한 손은 빵을 들고 한 손은 나이프를 든 채 잼을 바르며,

인원현황 체크하나 보다, 교도관들의 발만 보이지만 대충 그러한 것 같다. 잼을 다 바르고 칼에 묻은 잼을 입으로 닦은 후, 버터가 발라진 식빵과 잘 맞물려 눌러준 후 다시 철문에 기대어 교도관들의 발 움직임을 보며 창문 밖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빵을 의무적으로 씹어먹는다.

저기 옆 끝에서 이불을 꽁꽁 동여맨 채, TV를 보는 폴의 시선을 조금 느끼지만 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렇게 내 초조함을 그렇게 표출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는 그 상황을 글로 썼고, 뚜껑을 닫고는 잠시 TV를 멍하니 바라보고는 생각한다. 양치를 할까....

그전에 물을 마시고 양치를 할까.... 아니, 책을 좀 읽을까.... 어찌 되었건 내가 할 수 있는 건

저, 이, 세 가지뿐이다. 추가하자면 TV를 보거나 잠을 자는 것이겠지, 글은 지금 쓰고 있고, 오늘은 이걸로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그리고 나는 위에 쓰여있는 내가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는

잠에 들 것이다. 창 밖의 빗소리도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물을 마신다고 무슨 정수기나 식수 전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

좌변기 바로 옆에 있는 세면대의 물을 그대로 마시는 거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식수처럼 마시고자

스위치를 누르고 약간의 물을 흘려보낸 후 컵을 댄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멈추는 시스템으로,

또한, 딱 멈추기 전에 컵을 땐다. 시간차 물 받기라고나 할까, 그렇게 물을 한 컵 마시고는 양치를 하며

TV를 무심코 바라본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는 네이비(navy)라는 호주 드라마다. 그 밑으로 다음 프로그램들을 안내하는 자막이 보인다. 홈앤어웨이, 그리고 비치.. 엇! 비치!? 나는 잘못 본 것인가 하고는 폴에게 묻는다.

"저거 비치였냐? 블리치였냐?" 폴이 말한다. "홈앤어웨이 다음에 영화 비치한다."

그래, 내가 제대로 보았구나. 비치! 트레인 스포팅으로 성공과 세계의 집중을 받은 대니보일 감독이

미국으로 건너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데리고 야심 차게 만들었지만 쫄딱 망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게 만든 그 영화! 미지의 섬을 찾아 겪는, 사랑과 모험과 그곳에서 싹트는 불행의 그림자에 대한,

자유와 방종, 의무와 대가에 대해 말하는 청춘 여행물!

그리고 그 영화의 OST로 참여한 오테커(autecher)의 인트로 내레이션이 떠올랐다.


"TRUST ME, IT’S PARADISE...."


"쿵쿵 쿵쿵!!"


옆 셀과 바깥에서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그렇다. 오늘은 금요일 '럭비'하는 날이다.

그 장단에 맞춰 창 밖에서는 다시 비가 내린다. 지난주처럼 수중 게임이겠구나.


TRUST ME, IT’S PARAD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