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게 성경구절을 전해준 러시아 할아버지가 자신이 공부했던 성경공부 학교에 한국어 성경 공부책을 보내달라 편지를 써서 나에게 주었다.
뜻밖의 선물에 너무 고마워 몇 번이고 고맙다며 그 편지에 내 영문 이름과 수감 번호를 적어 우편함에 넣었다. 고마움을 어떻게든 표현하고파, 그동안 모아두었던, 사실은 먹지 않아 방치해 놓은, 이런 날을 대비해 모아놓은, 커피와 설탕 한 뭉치를 답례로 전해주었다.
고민하다, 어머니 생신도 물어볼 겸, 내 짐의 처리 상황도 알아볼 겸 동생에게 전화를 하였다. 호주 택배 회사 측에서는 본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책임 회피 발언으로 사양하였고, 방법은 집주인에게 부탁하여 다른 택배 회사로 보내달라는 것뿐이었다. 그리하기로 결정했고, 집주인이 잘 챙겨 보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또한, 어머니의 생신은 이미 며칠 전 지났다고 한다. 죄송스럽다.
효자 되기로 다짐 한 올해 이것만, 감옥에나 있고,
아직까지 부모님 생신조차 정확히 모르는 아들놈이라니, 벌 받아 마땅하다. [어머니는 음력생일이시다. 그래서 매년 생일 날짜가 달라진다.]
기쁜 소식은, 오늘, 한 달여간의 시간만에 신약성경을 다 읽었다. 이제 시작이기에 기뻤다. 날은 흐렸지만 푸르고 하얀 구름이 떠있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이 아들에게 이렇게 큰 복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전과는 다른 민석이가 되겠습니다.
저는 오늘로써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며칠 전 간질 증세로 쓰러졌던 할아버지가 오늘 야드 한복판에서 또 쓰러졌다. 머스터(muster)‘집합’ 시간인지라, 휑한 야드 한가운데 간수들과 의료진들 사이에 쓰러져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저, 줄 서 고개만을 간신히 돌려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리 좋지도 않은 몸으로 이 힘든, 숨쉬기도 힘든 감옥에 왔을까 하며, 슬펐다. 눈이 시렸고, 가슴이 조금 뭉클했다,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저희를 모두 불쌍히 여겨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아버지,
이곳에 있으면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듣는다. 집을 불태워서 들어온 사람, 친구 부탁에 많은 양의 꽃에
물만을 주었을 뿐 인대, 그것이 양귀비로 밝혀져 잡혀온 사람, 바람피운 마누라를 죽이겠다 협박해 들어온 사람, 가짜 신용카드를 만들어 잡혀온 사람, 마약을 팔다 잡혀온 사람, 스토킹 하다 잡혀온 사람, 강간으로 잡혀온 사람, 사기 치다 잡혀온 사람, 해킹하다 잡혀온 사람, 사람을 죽여 잡혀온 사람. 등.. 별에 별 죄인들이 내 앞에 장렬하게 펼쳐져 있고, 같은 밥을 먹으며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이 생활하며 같이 지구를 돌리고 있다.
일본의 한 작가는 감옥에서 2년 동안 죄수 얼굴을 보며 관상을 깨우쳤고, 목욕탕에서 2년을 때밀이로
보내며 몸의 특징을 깨우쳤고, 화장터에서 2년을 지내며 인간의 특성을 깨우쳤다는데, 나는 이곳에서 저들로 인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 단지 바란다면, 저들처럼 반성 못하고 타락하지 말자.
물들지 말자다.
실상 이곳에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사람들은, 내가 본 바에 의하면 다섯 명도 안된다. 몇백 명 되는 죄수들을 전부 알지 못하며, 몇 명 밖에 모르지만, 이곳에서 그들과 같은 공기로 숨을 쉬다 보니 무언가를 느끼고 알게 된다. 심지어 저들은 밖에 나가 더 나쁜 짓을 하기 위해, 이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더 치밀한 계획을 꾸미며, 이곳에서의 인연으로 더 계획적인 범죄를 궁리한다.
실제로 이곳에는 다량의 마약이 유통되며, 버젓이 이용되고 있다. 그것이 발각되어도 기껏 1주일 격리 일 뿐, 그 어떤 불이익도 없다. 이곳은 죄를 깨우쳐 올바른 사회인으로 만들기 위한 교도소가 아니요. 초짜악당을 진짜악당으로 만들어 주는 범죄 교육소인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 저를 이 웅덩이에서 속히 건져주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