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영철형과 수다를 실컷 떨어서인지, 오늘 아침에는 준태의 빈자리가 어제 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 그것이 수다로 인한 것이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이곳 감옥에서의, 무의식 중 혹은 본능적인 생존 본능인 것을, 또한 믿음 강한 준태이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일 뿐, 하지만 이곳 파라마타 감옥 구석구석에서 준태와 나누던 이야기와 하나님을 의지하고 믿어가는 과정이 있기에 그립다.
조금이나마 시간을 소비하고 마음을 달래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면회자 리스트를 보았다. 만일 유진이 형이 아직 3 윙에 있다면 분명 유진이 형 이름이 면회리스트에 있을 터이니, 토요일, 면회 온다며 때 빼고 광내고, 코털 삐져나온 유진이 형을 생각하며 리스트를 보았을까. 예상 밖이며 당연하다는 듯 '하유진'이라는 영어 이름이 떡하니 보였다. ‘천종'이 형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는, 면회 시간에 맞추어 길목에 서서 철망 사이에서 기다리자 하고는 1시간가량을 기다림에, 지루하여 약간의 장난을 생각해 내었다. 천종이형이 월요일에 석방되기에 이곳 파라마타로 오게 되었다고 유진이 형에게 말하는 것이다. 알겠지만, 유진이 형과 천종이형은 둘이 공모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혐의로 같이 들어왔기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유진이 형은 상당히 배 아파하며, 보이는 표정의 변화가 재밌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다린 지 오래 것만,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기에 이미 가버리거나 저 리스트는 단지 부킹 리스트가 아니었나 할 때, 저쪽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머리에 힘을 잔뜩 준, 유진이 형이 나오는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형, 준태 갔어요. 세스녹으로 갔어요." 했고, 우리가 계획한 대로 그 이야기를 영철이 형이 말하자.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지며 "정말이냐?" 몇 번이나 묻던 유진이 형이 떠오른다.
생각보다 심각한 반응에 재미는커녕 괜히 면회를 망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고, 면회 후 돌아오는 길에서 사실을 말하자 하고는 운동장으로 돌아와 성경책을 읽었을까. 1시간 면회 시간임을 감안하여 10분 전에 길목을 지키고 있을 심산이었건만, 유진이 형이 벌써
나를 부르는, 괴성이 들려 헐레벌떡 그곳을 바라보니, 유진이 형이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큰소리로, "형, 뻥이에요." 하고는 안심을 시켰다. 그때 영철이 형이 그곳으로 뛰어가 장난이었다 말했고, 그렇게 유진이 형은 자신의 윙으로 가는 문으로 돌아갔다. 만일 거짓임을 말하지 않았음, 아마도 유진이 형은 잠 못 자고 울었을 것이다.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