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영철이 형이 떠났다.

형이 떠난 후,

형의 이름이 정확히 떠오른다.


어제, 내가 코트에 다녀온 날, 영철이 형은 홀로 셀에 남아,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웰페어를 찾아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영철이 형은, 어차피 갈 곳이 정해진 처지라 잠시 이곳에 머무는 것이었으므로 오늘 떠날 것 같다 하였다. 코트에 다녀와 힘들었던 나는, 그 소리를 듣자, 미안함과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새벽, 역시나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와 우리 옆 셀의 문 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나는 눈을 꼭 감고는 "제발 제발"하며, 곱씹었을까. 우리 셀이 아닌, 저 먼쪽, 문을 여는 소리에 "오늘이 아니구나." 하며 안심했을까 철커덕 거리며 자물쇠 여는 소리와 문이 열리며, 영철이 형의 이름을 부르며 "옮기니 준비하라."는 말이 들렸다.


영철이 형이 떠나고, 나는, 아침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글을 쓰고 있다. 거울을 보니 영철이 형이 잘라준 내 머리카락이 보이고, 일어나서 눈감을 때까지 친구처럼, 이상하리만치 공통된 관심사와 화젯거리로 수다를 떨던 그 모습이 아른거려 다시금 내 가슴을 푹푹 찌른다.

한 선생님은 허우적거리며 아무것도 모르고 점점 가라앉고 있는 나를 잡아 주셨고, 준태는 내게 하나님의 믿음을 심어주었고, 유진이 형은 그 믿음에 물을 부어 주었고, 영철이 형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나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받아주어,

내가 전해 줄 수 있게 해 주었다. 준태에게 받은 신약성경을 영철이 형에게 주었고, 항상 성경책을 읽으며 믿음을 키워 나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이제 문이 열리면, 나는 앞으로 나가야 한다. 수백 명의 죄수 사이에 나는 이제 홀로 덩그러니 남게 된다. 다시, 벙어리가 되고, 다시 앉은뱅이가 된다. 나는 다시 마음을 잡는다. 어렵지만, 어금니 꽉 깨물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내 안의, 성령의 힘으로 굳건히 나아가리라.


"담대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보살펴 주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힘듭니다. 하나님, 정말 힘듭니다.

하나님 아버지 죄를 달게 받게 사 오나, 하나님의 분노로 하지 마옵시고 너그러이 하여주시옵소서,

하나님의 분노로 제가 사라질까 심히 두렵습니다.

이 어린양, 불쌍히 여겨, 이 웅덩이에서 건져 주시옵소서...."


더 이상 글쓰기가 힘들다. 이미 나는 나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었다. 그로 인해 나 자신을 잡기 위해

정신 차려 글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고, 내 모든 고민과 심난을 하나님께 말씀드려 왔던 것이다.

혼란스럽지만, 나는 하나님의 길을 걷기로 다짐하였고, 걷고 있다. 문이 열렸다. 왜 그럴까. 슬프다.

눈에 눈물이 고이고, 가슴이 뛴다. 슬프다.


"하나님 도와주시옵소서, 제 죄로 인해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곳에서 회개하며 하나님의 지혜를, 믿음을, 알아감에 영광스러우나, 하나님의 깨달음을 얻는 이 어린양 괴로움과 힘듦과 슬픔에 죽겠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사 저를 건져주시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눈물로 가슴의 마음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영철이 형 안녕하세요.

지금 형은 우리가 있던, 그리고 지금 제가 있는 셀의 건너편 철창 안에서 트럭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작별인사도 했고, 그래도 하루 전에 알았기에 이렇게 빨리 편지 쓸 줄 생각지도 못했었는대, 그리고 준태를 보냈을 때처럼 슬픔에 못 이겨 편지 쓰기 싫어 전날 밤 그렇게 수다를 떨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해버리자, 후에 혼자 슬픔에 못 이겨 편지 쓰지 말자 하였 것만, 셀안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무심히 떠들어대는 TV소리에 간신히 마음을 다잡으며 편지를 씁니다.

형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네요. 아침에 힘겹게 2층에서 내려와 거울을 보던 형 모습도 떠오르고,

아침인사하며, TV를 보며 이러쿵저러쿵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수다 떨던 그 모습도 떠오르고 떠난 지 1시간도 안되어 벅차오르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요. 남자답게 꾹 참고 삭혀야만 하는 줄 알면서도.....

아마 이곳이 아니었으면 당연히 그러했겠죠. 이렇게 바로 편지 쓰는 저를 이상하게 생각지 말아 주세요.

이러한 경험과 감정을 속인다는 것이, 감춘다는 것이 오히려 잘못이라 생각하며 써내려 갑니다.

그리고, 이 감정을 글로 표현하지 않고 다스리기가 어려워 써내려 갑니다. 형과 함께 했던 짧다면 짧은 그 순간순간 정말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감옥에서 처음으로 코드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한 게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호주에 와서는 처음이요. 아마 평생을 살며 몇 없는 소중한 만남일 거라 생각 듭니다. 그 생각에 형에게 약간 화도 나네요. 좀 더 있다 가시지... 하면서 말이죠.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형, 고맙습니다. 이제 한숨 그만 쉬고, 열린 문으로 걸어 나가야겠습니다. 형의 빈자리가 저의 마음을 슬프게 하여 몇 자 적어 봅니다. 그곳에서도 건강하시고,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직접 느끼시며 진심으로 믿기를 기도드립니다. 항상 기도드릴게요. 형, 계속해서 끊임없이 편지 주고받아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P.S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 집주인에게 전화해 짐 문제에 대해 확실히 부탁한 후 상대방의 상태를 자세히 물어보니 병원에 1주일가량 입원했었다고 하네요.

그 후 가끔 병원에 왔다 갔다 했고, 정신치료도 받는 게 좋겠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형 친구와 잠깐 이야기했는데 서로 형을 그리워하고 있고, 맨션은 플레이 길티 할 건지 트라이얼 할 건지 정하는 거라네요. 인텐드가 네고시에이션 되어 플레이 길티하여 끝나길 기도합니다. 기도해 주세요. 집에도 전화했는데 집안도 조금 안 좋은 일이 있나 봅니다. 그래도 어머니와 허심탄해하게 대화를 나누고, 들어서 한결 기분이 좋답니다.

형의 말처럼 알고 있었지만, 못했던 그 잔잔한 호수 같은 평정심 항상 형을 생각하며 유지할게요.


고맙습니다. 영철이 형, 편지 기다릴게요.

형도 적응 잘하세요! 보고 싶습니다.





상대방의 부상을 막연히 생각했었고, 바랬던 것보다 가벼워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리고 또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통화가 정말 좋았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 이것만, 나를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니는 나로 인해 얼마나 슬프셨을까. 당장이라도 달려오고픈 마음에, 보지 못하는 마음에, 눈물로 밤을 보내시며 울음으로 기도드리신다니, 나의 이 작은 생각에 다시 한번 작은 나를 반성한다. 어서 빨리 나가 어머니! 엄마! 하며 안아드리고 싶고,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잘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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