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편지를 쓰고는 크게 호흡하고 나가라며 열려있는 문으로 어렵사리, 오른손에 성경책을 들고는 나왔다.
"나, 아직 이곳에 있다. 이제 혼자다. 이 놈들아." 하며 걸었을까 누군가 "영철이 갔냐며,
NAM'S GONE?"하고 물었다. 그 소리에 형을 보내고 이제 정말 홀로 되어 꾹 참고 있던 내 감정이 울컥하고는 폭발하려 하였고, 그 감정이 부끄러워 꾹 참으려 하고, 한편으로는 홀로 남은 셀안에서 실컷 울부짖고, 짖으며 기도드리고 싶었지만, "남자답게 담대하라."는 성경말씀에 의지해, 내 감정을 구겨 잡고는 벤치에 앉아 글을 쓴다. 이제 정말 나는 혼자다. 글쓰기를 멈추고 고개를 들면 수많은 이방인들만이 보이고, 왜 이리 눈물이 나려는지 모르겠다. 왜인지 알지만, 모르고 싶다.
악한 무리가 나를 떨어 뜨리려 줄을 흔들어 대어도 꼭 붙들고 올라가겠습니다. 하며, 새벽녘 하나님께
드린 기도를 되새기며, 내 마음을 꼭 붙든다. 그리고 영철이 형한테, 떠나며, 했던 말대로. 내 마음을 잔잔한 호수처럼, 작은 돌 던져짐에 흔들려 출렁대지 않는 잔잔한 호수처럼 평정심을 갖아야겠다. 무엇이 두려운가, 하나님 아버지가 내 안에 계시는데.
태양 앞에 별은 보이지 않는다.
내 가슴에는 별이 존재하고 그 별을 빛나게 하기 위해 어둠을 끌어 모았다. 그래야만 나 자신이 희미하게나마 보였기 때문이다. 참, 어리석고 나약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하나님의 사랑과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 작디작은 별 안에 주님의 영광, 주님의 성령이 임하여 태양과도 같이, 태양처럼 밝게 빛난다.
이제 나는 그 빛으로 나아가리라.
셀안에 홀로 앉았다. 아침보다 훨씬 나은 평온한 기분이다. 이렇게, 아직도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니 아직 멀었다. 넘쳐도, 모자라도 중심을 잡고, 하나님의 줄을 믿음으로 꽉 붙들고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
그것이 바로 당면과제 중 하나이다.
오랜만에 이곳 감옥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알겠지만, 유진이 형을 만나면서 요리한 음식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유진이 형이 두고 간 밥솥으로 나 역시 음식을 요리해 먹는다. 영철이 형과 준태가 있었을 땐 서로 구입한 물건을 모아 요리하여 같이 먹었지만,
이제 이곳 파라마타 감옥에는 한국인이 나 한 명뿐이기에 어찌 될지 모르겠다. 바라는 게 있다면 좋은 셀리를 만나 사이좋게 지내며 친한 친구가 되어 서로 음식도 나눠 먹어가며 지내면 좋겠다.
각설하고, 이 밥통에 대해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
일반적으로, 그리고 전에 나 역시, 밥통은 밥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밥통은 밥만 하는 기계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밥통은 전천후 올라운드 플레이를 하며 아침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쉼 없는 노동을 한다.
우선 밥을 한다. 밥을 한 후, 야채와 재료를 넣고 음식을 만든다. 그렇게 저녁을 만들고는 심심함에 빵을 굽는 토스터가 되고, 빵과 같이 먹을 차를 만들기 위한 커피포트가 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씻기 위해 필요한 물을 데우는 열탕기가 되고, 건조한 셀안을 그나마 덜 건조하게 하기 위한 가습기가 된다. 언젠가 우스갯소리로 영철이 형에게, 나중에 우리 집 놀러 왔는데, 아무것도 없고 밥통만 한 여덟 대가 놓여 있으면 웃기겠다 말한 것이 생각난다. 이처럼 밥통은 우리 죄수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물건인 것이다.
P.S 오늘도 교회는 닫혔다. 3주째다.
목요일은 세탁물 걷는 날이다. 목요일은 바쁘다.
창을 가리기 위한 셔츠와 추위를 버티기 위한 셔츠, 고개를 돌리면 코 앞으로 보이는 좌변기를 가리기 위한 타월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몇 주 전, 영철이 형과 어설프게 숨겼다가 들켜, TV라인을 찾느라 고생하였기에 나름대로 방법을 터득한 것이 있다. 일단 그날 당번 간수가 누구냐, 그리고 담요도 걷어 가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번 걸렸을 때는
당직 간수가 아주 재수 없는 놈이었고, 담요까지 걷어가는 날이었기에 셀안을 샅샅이 뒤졌던 것이다.
다행히, 오늘 간수는 좋은 사람이고 셔츠와 타월만 걷기에 별 걱정 없이 쓰레기통 밑바닥에 셔츠 하나와 테이블 구석에 셔츠 하나 그리고 타월을 숨겼다.
셀에 돌아와 보니 이상하게도 새 세탁물이 두 보따리 있고 저녁도 두 개가 있다. 아마 오늘 밤, 누군가
들어오려나 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누군가 오게 되면 리셉션에서 식사와 담요 등을 받아오는데,
이곳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담요 등은 2층 침대에 올려놓았고, 저녁식사는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여서 내가 먹었다. 글을 쓴 후, 조금 누워있다. 남은 저녁으로 인도카레를 해먹을 생각이다. 마늘도 있고, 카레파우더도 있고, 칠리소스도 있다. 맛만 있으면 된다, 아, 간장도 구입하여, 향으로 먹는 음식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