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편지 확인하러 내려갔다.
오늘도 한 선생님의 편지가 없다.
착오가 없다면
늦어도 이번 주 초에 받았어야 했는데.
걱정이다.
아무도 없고,
편지마저 없으니,
이 세상에서,
내 존재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자체가,
그 자체가 너무 힘들고 슬프다.
편지라는 것이,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주었던 유일한 매개체였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알게 되었다.
한 선생님이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두 번째 받은 편지를 살펴보니 29일 코트에 간다 하셨는데 잘되어 나가신 거 아닌가라는 생각과 요즘 호주 교도소가 아주 꽉 차, 대규모 이동을 한다고 한다. 이곳 파라마타 교도소도 오래되어 폐쇄되었었는데, 범죄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다시 열었다고 한다. 그 성화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신 것, 아닌가라는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건 건강히 잘 계셨으면 좋겠다. 어찌 되었건 한 선생님의 편지를 애달프게 기다리고 있다.
벤치에 앉아 홀로 성경책을 읽었다. 문득 이곳 죄수들, 즉 사람들의 생활 행태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쳐라 운동을 한다. 구석탱이에 쭈그려 앉아 슬픈 표정으로 멍하니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나처럼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읽거나 야드의 사람들을 아무 의미 없이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전화기 통에 붙어 하루 종일 전화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벽에 공을 치며 맨 손바닥으로 스쿼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셀안의 잡일을 도맡아 하는 스위퍼라 불리는 사람들도 있고, 포장된 식사거리를 갯수에 맞게 각 윙으로 가져가는 키친(kitchen)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이 락업 되기 전에는 모두 모여 한 마음으로 세차게 지구를 미치도록 돌린 후, 각 윙 입구 양 옆으로 있는, 셀번호가 있는 자리에 나란히 서있는다.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그렇게 다시 셀안으로 쳐들어 오는 것이다. 오전에는 베트남인들이 모여있는 벤치에서 성경책을 읽었고,
오후에는 추워서 햇볕이 비치는 5 윙 쪽 벤치에 앉아 광합성작용을 했다. 그곳에서, '주니(junee)'라고 미국인이 운영하는 사설 교도소에서 왔다는 '에릭(erik)'이라는 오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에릭말로는, 전에 영철이 형한테도 들었 듯, 호주 교도소가 꽉 차서 난리 났다는 말을 또 들었다. 그러며, "아마, 너 외국인이라 그냥 추방시킬걸.."이라는 반가운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 나는 갈구한다. "이쉐끼 호주에서 꺼져 버려라!" 이 소리를!그리고 예전에 몇 번 대화한 소말리아 녀석과도 살짝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 녀석은 이번이 두 번째이고 은행강도로 잡혀 왔다고 한다. 궁금해서 얼마나 가져갔냐 물었더니, 돈 받길 기다리다 잡혀못 가져왔고, 형량으로 15개월 받았다고 한다. 이제 1달 후면 집에 간다고 좋아하며 말한다.
"미친 새끼, 조네 웃기네...."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비디오 링크 간 날 보았지만, 잊어먹고 있던 녀석을 만났다. MRRC에서 크리스 유와 같이 있을 때, 유가 비디오링크에 가게 되어, 다른 셀에 들어가 점심을 먹을 때, 살짝 대화를 나눈, 마약딜러로 2년형을 받았다는 라오스 녀석이 오전에 내게 다가와, 간단히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굳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제 머, 이러한 만남이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1명이 반드시 들어와야 하는, 내가 있는 이 셀에 누가 올지... 신경 쓰인다. 담배 피우지 않고,
독실한 크리스천에 똑똑한, 전직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외국인이면 좋겠다.
오랜만에 눈 따갑게 광합성 작용을 해서인지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밥통에 물을 데워 따듯한 물로 세면도 했고, 내일은 샤워를 해야겠다. 3~4일에 한번 샤워를 하며 머리를 감는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세면을 하고, 하루에 두 번 양치질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면도를 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입고 있는 옷을 빤다.
예외가 있다면, 코트 가기 전날은 이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날 락업되는 날이라면
완전 구리게 코트에 가기에 미리 정보를 듣고는 샤워를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교도소 인생이다. FUCKING.
오랜만에 글 쓰는 게 재밌고, 많이 썼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6 윙 295호, 내가 있는 셀에 진짜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7월 16일.할아버지는 6개월간 감옥에 있었고, 내일 코트에 가서 재판을 하기에 코트가 가까운 이곳 파라마타 감옥에 왔다고 한다. 자세히는 못 알아 들었지만, 자신의 와이프와 어떤 연유로 다투게 되어 홧김에 자신의 집을 부셨다고 한다. 한쪽 눈도 안 좋고, 걷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도대체 무슨 잘못으로
그리 길다면 긴 시간을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코트에 가서, 집에 가라." 는 소리를 듣기 희망한다기에, 당신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드리겠다. 말씀드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죄인을 용서하여 집에 보내 주시옵소서 하며, 하나님께 기도드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