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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Dec 28. 2022

2022년 12월 26일 월요일


지난주 상무님이 바로 병가를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했다.

다 shut down 하는 게 좋겠다고

이렇게 힘들었는지 몰랐다고 상무님이 나쁜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우시는데 나도 눈물이 났다.

전화기 너머로 상무님의 울음이 들려서 당황했다가, 그냥 나도 눈물이 났다.


생각해보면 인사팀 영은과장님도 내가 무슨 병인지 이야기하기 전에 우울증인 걸 알고 있는 듯했었다.

내가 그렇게 티가 났나?


상무님이 아마 소견서를 보셨기 때문에 의견이 바뀐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영은과장님과 이야기를 하셨거나.

아니면 정신과에 전화를 해보셨나?


오늘도 업무를 하는데 상무님이 왜 온라인이냐고 말 좀 들으라고 하셨다.

근데 솔직히 병가를 준비한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

쉬는 걸 준비하라?

쉴 준비를 하는 게 뭘까.


그저께도 미친 듯이 울고 손목을 그었는데

또 그 와중에 침대에 피 묻는 거 싫어서 밴드는 붙이고

오늘 밴드를 떼고 씻어내니 상처가 심해보이지 않는다.

더 심한, 선명한 상처를 내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아주 선명한 빨간 선

거기서 줄줄 흐르는 빨간 피

그걸 보고 싶다.


먹는 약이 늘어나니까 조금 무섭다.

내가 이 정도라고?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일부러 죽을 시도는 하지 않는데


내일 병원에서는 뭐라고 할까.

소견서에 몇 개월 진료가 필요합니다 이게 나올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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