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외국계 핀테크 회사에 첫 입사 스토리
2019년 3월 23일, 첫 입사 날, 제가 받았던 메일입니다.
언론인을 오래 꿈꾸던 제가 갑자기 핀테크 업계에서 Business Development Executive로 일을 하게 된건, 모든게 갑자기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더군다나 학부 졸업도 아직 하지 않은 저에게, Full time offer를 주기 위해 홍콩 지사 발령을 내렸지요.
우연한 기회는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2019년 2월에는 졸업할 줄 알았던 제가, 작년 12월 졸업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마지막 학기에 봉사 1학점 수업을 신청하여 봉사 32시간을 모두 채웠으나, 제가 봉사했던 기관이 한국기관이 아니고 미국 현지 기관이라 봉사점수를 인정해줄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1학점 때문에 저는 결국 졸업을 하지 못하고 학교에 등록금을 내고 5학년 1학기를 다니게 됩니다. 다만 1학점인데 학교에 나가 수업을 듣고 싶진 않았던 터라 1학점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취업 준비를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외국계 회사는 신입사원을 거의 뽑지 않을뿐더러, 뽑는다 하여도 학부 졸업이 필수 요건이었기 때문에 당시 외국 회사 정규직 자리를 찾는건 어려워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대기업 상반기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단기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외국계 회사들을 링크드인을 통해 지원합니다.
하루는 글로벌 IT 기업의 인턴 면접을 위해, 근처 스타벅스 카페에서 면접 준비중에 있었습니다. 스타벅스 긴테이블에 앉아 레쥬메를 들고, 다소 떨린 마음으로 영어 자기소개와 함께 간단한 정보를 정리중이었지요.
인터뷰가 3시였는데, 왜이렇게 떨리던지, 2시반부터 긴장이 되어 카페에서 내내 다리를 떨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옆에 앉아 계시던 분이, 저에게 다리를 떨지 말라며 정중하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정말 죄송하다 사과드리고, 다시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그로부터 10분후이 지났을까요? 그 분이 다시 제게 말씀을 건냈습니다.
혹여 제가 또 다리를 떨었을까봐, 죄송하다는 인사부터 드렸지요.
그런데 그건 아니라며, 사실 무언가를 너무 열심히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 10분동안 보고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당연히 오늘 처음 저를 봤으니,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0분동안 저에게서 4가지의 모습을 파악하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1) 레쥬메를 보니 일을 구하는 학생
2) 웃으면서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친화력을 가진 학생
3) 옆에서 영어를 들어보니 영어가 어렵지는 않음
4) 무언가를 굉장히 열심히 집중하는 타입
이 모습만으로, 좋은 포텐셜이 느껴진다며 APAC 지사에 말해 이 팀에서는 처음으로 신입 포지션을 열어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내일까지 꼭 레쥬메를 보내달라며 명함을 두고 가셨습니다. 그게 첫 만남이었습니다.
모든게 아주 우연이었습니다. 저는 타회사의 면접을 보러 그자리에 갔던 것이고, 그 주변의 스타벅스에서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고, 긴장되는 마음에 다리를 떨었고, 다리를 떨다 책상이 움직여서 누군가 저를 발견했지요. 사과와 함께 다시 열심히 집중하는 제 모습에 새로운 포지션을 열어 보겠다며 제안을 주셨고, 런던과 홍콩에서 스카이프로 한달 반동안 연속된 인터뷰 끝에, 저는 그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회사가 저의 첫 커리어의 시작이었으며, 그 때 카페에서 뵈었던 분이 저의 첫 상사분이십니다.
회사에 입사한 후 한 달이 되어 들었던 얘기지만-
카페에서 본 Kelly님의 모습은 말이죠, 약간 스타트업 파운더 같은 열정이 느껴졌어요. (또잉)
저 사람은 이루고 싶은게 있으면 어떤거든 성취하고 말겠다는 눈빛이더라고요.
언젠가 기회는 온다는 말, 전혀 평범하지 않은 기회였기에 몸소 깨달았던 순간이었습니다.
피터틸의 책을 읽으며 핀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핀테크가 제 업이 될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입사 후, 계획대로라면 2개월간 홍콩에서 장기 출장을 가야했었지만, 그 기간을 재택근무로 대체하며 회사의 첫 시작을 3개월간 사무실 없이 재택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에는 고객사 주변 카페에서 리더님과 일을 했고요.
일을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삶의 터전도 역삼으로 바뀌게 되면서 정들었던 서울의 첫 보금자리를 떠나게 되었지요. 전혀 관련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산업군에서 일을 시작한 것도 신기한 일이죠.
그런데 돌아보면, 마냥 우연히 온 기회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걸어온 몇 년간의 작은 점들이 이뤄낸 선이었어요. 미국에서 인턴하며 경험한 리서치가, 3개월동안 배웠던 스타트업의 문화가, 대외활동을 통해 경험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가져다준 기회였습니다.
그동안의 저의 결과물은 제가 똑똑해서가 아닌, 오로지 더 시간을 투자해서 이뤄낸 노력이라는걸 저는 명확히 인지합니다. 왜냐면 저는 (전혀 똑똑하지 않은) 100% 노력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을 시작하면서, 이 노력파도 해낼 수 있다는걸 증명해보이고싶었습니다. 똑똑하진 않아도,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회사에서 했던 일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역직구를 하시는 사업자분들의 페이먼트 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CBT 커머스의 시장은 신기하고도 놀라운 시장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당시 첫 회사에서 같이 협업하던 다른 회사에서 오퍼를 주셔서, 지금은 싱가포르에 와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브런치에서는 외국 회사에서에서 살아남기 위한 저의 크고 작은 몸부림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외국 회사 신입사원의 첫 두 달간의 좌충우돌 일기를 들려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