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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가고 포바오 왔네

<쿵푸팬더4> 리뷰

by 오윤

작년 2023년 가장 인기 있었던 동물은 다름 아닌 판다였다. 에버랜드의 ‘푸바오’라는 이름의 판다였는데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자연 번식에 성공해서 이름을 알렸고 귀여운 외모 덕에 SNS 등에서 장안의 화제였다. 그런 ‘푸바오’가 지난 4월 중국의 ‘판다 외교’로 인해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 출신의 판다가 다른 나라에서 출산을 할 시 그 새끼 판다는 반드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외교 정책이다.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푸바오’를 그리워하는데 이를 달래줄 영화가 4월 10일 한국에 개봉했다. 2008년부터 이어진 <쿵푸팬더> 시리즈가 4번째 영화로 돌아왔다.

우그웨이를 뒤이어 ‘현자의 지팡이’를 얻게 된 ‘포’(오른쪽)와 ‘시푸’(왼쪽)

사실 이번에 <쿵푸팬더>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다는 소식에 나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었다. 과연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있을까였다. <쿵푸팬더> 시리즈가 16년 동안 지속되면서 주인공 ‘’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모두 성장했기 때문이다. ‘용의 전사’라는 칭호로 불리며 많은 악당들을 소탕한 ‘’는 이제 가히 세계관 최강자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쿵푸팬더4>에서는 전작에서 ‘우그웨이 대사부’에게 ‘현자의 지팡이’를 받은 뒤에 벌어진 이야기다.


이제 ‘’는 자신의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악당을 무찌르는 일만 하는 ‘용의 전사’가 아니라 평화의 계곡의 영적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로 비유하면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이제 은퇴를 하고 코치나 단장 같은 프런트의 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인 거다. 세 편의 영화를 거치며 겨우 ‘용의 전사’에 익숙해진 ‘’는 당연히 이 상황이 싫다. 아직 그에게는 ‘지도자’라는 자리는 버겁기만 하다.

‘포’와 새로운 캐릭터 ‘젠’(오른쪽)

어려운 세대교체

’에게 닥친 강제 은퇴 위기는 재밌는 설정이었다. 더 이상의 성장은 의미 없다고 여겨지는 찰나에 ‘용의 전사’를 그만두게 되면 ‘’는 어떻게 될까라는 긴장감을 주는 좋은 시련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있다. 과연 ‘포’의 뒤를 이어 ‘용의 전사’로 될 캐릭터는 매력적일 수 있을까이다. MCU에서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 아메리카’를 이어받은 ‘팔콘’이나 <나루토> 후속작 <보루토>에서 ‘나루토’의 뒤를 이은 ‘보루토’가 팬들의 기대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만큼 창작물에서 세대교체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쿵푸팬더4>에서 ‘’의 후계자 자리를 꿰차게 된 ‘’이란 캐릭터는 그런 부담감을 안고 등장했다. 그런 그녀에 대한 나의 의견을 묻는다면 나는 쏘쏘였다고 말하고 싶다.


도둑 여우 ‘’은 장단점이 확실한 캐릭터다. 일단 그녀의 전투 스타일은 ‘’에게는 천적과도 같다. 사실 ‘’ 같은 유형의 캐릭터들에게 속임수 캐릭터들은 치명적이다. 남을 잘 믿고 순수한 성격을 가진 ‘’ 같은 캐릭터들은 아무리 강해져도 반칙이나 속임수에 속기 때문에 상성이 좋지 않다. 이런 ‘’의 특성은 세계관 최강자가 돼버린 ‘’에게도 긴장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가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였던 것도 매력적이었다. ‘용의 전사’는 <쿵푸팬더> 세계관에서는 매우 상징적인 자리다. 세계관 최고의 영웅으로 모두를 지키는 그런 자리인데 다음 ‘용의 전사’로 절도죄로 현상금도 걸린 데다 빌런의 스파이 출신인 ‘’이 이어받는다는 것이 재밌는 설정이었다.

‘포’와 새롭게 ‘용의 전사’가 된 ‘젠’

하지만 과연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쿵푸팬더> 시리즈의 흥행요소였던 ‘’가 보여준 매력과 결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웃기게 생긴 판다가 우스꽝스러운 권법으로 이기는 것을 보러 오는 팬들에게 약삭빠르고 잔머리 굴리는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허용되진 않을 것 같다.


변화에 대한 이야기

이번 <쿵푸팬더4>의 주제는 변화다. 시놉시스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 ‘’는 ‘용의 전사’라는 자리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지금 이대로가 너무 좋고 변화하기가 싫은 상황이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낯선 환경에 힘겹게 적응해 드디어 익숙해졌는데 또다시 새로운 단계로 가야 하다니 망설여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용의 전사’를 할 순 없다. 시간이 지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법. 이번 ‘’의 이야기는 가히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우리들에게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이끌고 가르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는 결국 그 나름대로 다른 인물들을 이끄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겁이 많은 ‘’의 친아빠 ‘리 샨’도 ‘’과 함께 ‘‘를 돕기 위해 결국 자신의 공포를 극복했다.


사실 작품 외적으로도 벌써 4번째 영화를 맞이하는 만큼 <쿵푸팬더> 시리즈는 변화해야 하는 순간이다. ‘’의 숨겨진 과거, 강함의 성장 등 더 이상 ‘’에게는 신선함이 남아있질 않다. 나는 이번 <쿵푸팬더4>는 여러 갈래로 열린 채 끝이 났다고 생각한다. 일차적으로 새로운 ‘용의 전사’ ‘’의 등장으로 ‘’의<쿵푸팬더> 시리즈가 끝이 나고 새로운 시리즈를 출시한다는 뜻일 수 있다. 이번 영화 개봉 전부터 뜨거운 소식이었던 ‘타이렁’을 포함한 역대 빌런들 총출동은 지금까지의 여정에 대한 인사로 보면서 말이다. 이들이 모두 개심해 ’ 포‘에게 절을 올리는 장면은 무언가 벅차오르는 감정이 들기도 했다. 또 다르게는 <쿵푸팬더> 시리즈의 대대적인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의 ’ ‘와 ’ 무적의 5인방‘ 체제에서 신 캐릭터 ’ ‘의 추가로 다음 시리즈부터는 색다른 구성을 보여주겠다는 승부수일지도 모른다. 쿠키 영상 속 ’ 무적의 5인방‘과 수련하는 ’ ‘의 모습이 증거가 아닐까.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고생하며 겨우 얻은 경험과 모든 것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른이 될수록 자꾸 과거를 회상하고 방어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지금 단계가 아무리 좋더라도 영원히 거기에 머무를 수 없다. 늘 그랬듯이 ‘’와 <쿵푸팬더> 영화는 우리에게 유쾌하게 그리고 우스꽝스럽게 이 교훈을 전달해 준다.


<쿵푸팬더> 시리즈는 ‘드림웍스’의 마스코트 같은 캐릭터다. 동화 비틀기로 유명한 ‘드림웍스’의 다른 캐릭터들은 클리셰 비틀기로 탄생했지만 어딘가 우리들에게 가르치려는 태도를 가진 듯했다. 캐릭터라는 게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캐릭터들을 싫어하면 내가 도덕적으로 문제 있을 것 같은 부담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반해 <쿵푸팬더>의 ‘’는 친근한 판다의 몸으로 쿵후를 하는 걸 보여주면서 “너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호불호를 떠나서 ‘’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서 더욱 좋았다. 이번 영화의 재미를 떠나서 아직은 앞으로도 ‘’와 쿵후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 _<쿵푸팬더4_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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