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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Mar 26. 2019

마블 시리즈 내멋대로 한줄평

그간 짝꿍이 마블 시리즈 영화 보러 간다고 할 때마다 무관심 모드로 일관했었는데, 올해는 무슨 심경의 변화가 들었는지 짝꿍의 요청을 받아들여 스타워즈와 마블시리즈를 정주행하였다. 목표 "정주행 이후  IMAX로 <캡틴마블> 관람하기".


처음엔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영화냐고 물었지만, 막상 영화관 앱을 보니 <캡틴 마블>은 연일 매진이었고, 새삼 내 문화적 취향이 이 사회에서 또 얼마나 소수자 감수성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보통은 소수자 감수성 이해하기가 더 어렵다는데, 나는 도대체 왜때문에 대중의 감수성 이해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냐. 또르르

 

뭐 이러한 연유로, 짝꿍에게 나의 소수자 감수성을 요구하기보다 내가 먼저 짝꿍의 대중적 감수성을 받아들여보고자 하는 거대하고 깊은 사랑의 마음으로(!) 마블 시리즈를 정주행하게 되었다. (정말 큰 다짐이었다고요ㅜㅜ)



평일 저녁과 주말 틈틈이 보았더니 연 3주 정도가 걸렸고, 원래 영화보다 책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워낙에 방대한 양을 보다보니 책을 보는듯한 ㅋ 빵빵함과 장대함이 느껴져서 나름 빠져들었다.


한꺼번에 하도 많이 봐서 각각의 후기는 쓰기 힘들것 같고, 인상깊은 몇가지만 남겨본다. (스포 난무함 주의)


1. 토르


주인공 토르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과의 만남을 포기했다(후속편에서 재회하기는 했지만). 나는 이상하게시리 국가나 대의를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는 전통적인 장군상을 보면 왜 이렇게 짜증이-_- 날까?  다소 쌩뚱맞지만 전쟁에 나가기에 앞서 가족을 죽인 계백 장군이 연상되기도 하고 말이다.


요즘 나의 화두는 "나의 진짜 욕망을 찾는 것"이다. 어떤 의미를 추구하다가, 설령 그 의미가 좋은 것이었다고 해도 의미만을 좇다가 어느덧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사랑했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어찌 보면 토르를 보면서 화가 났던건, 내가 버리고 싶은 내 모습이 상기되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2. 캡틴아메리카


후속으로 갈수록 캡틴아메리카 특유의 맑고 선한 모습은 마음에 들었다. 다만 첫화의 초반에서 내 마음에 콕 박혔던 말이 있었다. 그를 캡틴아메리카로 선택한 박사가, 그를 선택한 이유가 "선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만든 약은 선한 사람을 더 선하게, 악한 사람은 더 악하게 만든다고 말이다.


나는 어떻게 될까? 나는 악함을 추구하지 않지만 선함을 추구하지도 않다. 그저 옳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싶다. 그리고 사람에겐 선한면도 악한면도 공존하는 것이 아닐까. 절대적인 선을 간직한 인간이 있을까. 뭐, 그래서 캡틴아메리카가 캡틴인 거겠지.



3. 아이언맨


지 잘난 멋에 사는 사람 딱 싫다. 그래서 난 이 주인공이 후에 어벤저스 활동을 하면서 큰 사고를 겪고 트라우마를 갖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 그랬으면 더 정신 못차리고 과감하게 행동하다가 트라우마 정도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을 강을 건넜을 거야...(주위에 자뻑심 강한 사람들이 이걸 보고 깨달음을 얻었음 좋겠다)


어쨋든 주인공의 비서가 정말 착하다(고 해야하는지 1000% 성실한 비서여서 그런 것인지) 못해 존경스러웠고 토니 스타크의 잘난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슬렸다. 흥.


BTW, 2010년 즈음에 나왔던 인공지능 관련 용어가 실제로 요즘 거론되는 용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 당시에 저 영화를 봤으면 다 알아들었을까나.



4. 어벤저스


갑툭튀 스칼렛 요한슨 존멋... 정말 매력적이다. 언니 사랑해여...<3



5. 가디언즈오브갤럭시


다른 마블시리즈가 못내 불편했던 건, 특정 초강력한 히어로 1명만이 뚝딱뚝딱 지구(및 우주..)를 살려내는 것이고, 그 사이에서 부지기수의 사람들이 죽는 건 그저 개미죽음보다 못하게 스쳐지나간다는 것이다. 주인공 가족의 죽음은 두고두고 여러명을 죽이면서 복수하는 것에 대한 정당화가 되어줄 뿐이다. 대장은 죽지 않고 그 밑의 부하들만 매일 매일 수백명씩 죽어나간다. 주인공 외에는 그저 주인공 1명의 근사함을 빛내주는 엑스트라일 뿐이다.


가디언즈오브갤럭시는 그나마, 특정 1인의 최강파워가 아니라, 하하나 힘을 합쳐 "팀"으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앞선 영화들보다 편안함을 주었다. 특히 1편 마지막에서 그루트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친구들을 지켜나가려는 장면에서는, 요 며칠간 히어로 중심의 전쟁영화에서 느껴졌던 피로감이 위로를 받았는지 눈물이 날 뻔했다.



6. 기타


시종일관 이들의 배후에 있는 쉴드와 닉 퓨리. 히어로의 운명 자체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을 구하겠답시고, 평화를 위한답시고, 히어로 개인의 감정을 보살피기보다 그들을 도구 삼아서 자꾸 사지로 모는 퓨리보니... 주위의 비슷한 사람들이 몇몇 떠올랐다. 큰 평화를 돌봄답시고 정작 정작 내 주위 사람을 상처 입히는 사람들 말이다.


취지는 좋았으나 점점 때가 묻고 변질되는 쉴드도...


짝꿍이 만들어준 마블(공부ㅋ) 목록

 

여차저차 다 본 뒤에 드디어, 우리는 제일 ACE 석이라는, 용산 아이맥스의 한가운데에서 사이좋게 <캡틴 마블>을 보았다. (훗날에서야 알았지만, 사실... <캡틴 마블> 보기 전에 마블 시리즈를 다 볼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이런....)


7. 캡틴마블


여자히어로가 주인공이었지만, 여성주의 영화라고 할 수는 없었겠다. 굳이 찾아보자면 "여자도 조종사를 할 수 있다" 정도가 여성주의적 시점이었고, 여자도 히어로가 될 수 있다.. 는 건 이미 스칼렛 요한슨이나 원더우먼도 있긴 했으니까. 기왕이면 여자여자한 히어로복 말고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았을까. 정답은 없겠지만.




어쨋든 결론은, 나는 히어로물보다 그냥 일반인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가 더 좋고, 그럼에도 내 짝꿍이 간만에 무언에 열중해서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이상, 내멋대로 마블 시리즈 후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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