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ide May 12. 2019

영화 <갈매기> 리뷰 (스포O)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 <갈매기>는 안톤 체호프가 쓴 4대 희곡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희곡을 제대로 본 적은 없는데, 이 영화는 희곡의 특징을 꽤 많이 살려낸 것 같다. 뮤지컬에서처럼 노래를 부를 것만 같은, 뜬금없는 큰 볼륨의 배경음악이라던지... 나쁘진 않았다. 자칫 너무 어둡기만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음악 덕분에 환기되곤 했다.


-. 주연배우 중 Billy Howle과  Saoirse Ronan(시얼샤 로넌이라고 발음한단다)는 영화 <체실비치에서>도 함께 나왔는데, 요즘 자주 보이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시얼샤 로넌은 체실비치나 갈매기에 나온 청순한 이미지보다,  <레이디 버드>에 나온 센 역할이 더 마음에 들었다. 레이디 버드에서 엄마랑 싸우다가 차에서 뛰어내린(것보다 과격하게 몸을 내던졌...) 그 장면은 정말 짜릿했다. 그 때의 그 반항적인 이미지가 좋았는데, 왜 이후 작품에서는 계속 순수하고 어린 캐릭터만 보이는지 모르겠다. 


-. 이 영화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밉상이었다.


우선 '콘스탄틴'.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예술의 길을 걸으려면 타인의 시선을 그렇게 의식하지라도 말던지. 자신의 길을 간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아직 길을 찾지 못한채 우왕좌왕하고, 뭐 그럴수도 있다. 그러면서 길을 찾아가는 거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고 자신을 해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길이고 예술의 길이고 전에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우선 필요해보였다.


반대로 콘스탄틴의 엄마 '이리나'는 자신만 사랑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듯 했다. 자식의 일에 용기를 주고 힘이 되어주기는 커녕 비아냥거리고 깎아내렸다. 타인을 인정해주지 않는 이를 진정으로 대해줄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녀의 화려한 의상과 악세사리 속에서 공허함이 느껴졌다.


'니나'는 너무 안타깝다. 내가 볼 땐 니나는 20년 평생을 그 마을에서만 자라서 남자라고는 콘스탄틴밖에 몰랐던 것 같다. 여러 선택지 중에 콘스탄틴을 골라서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 1명 뿐이어서 그를 애인이라고 칭했을 뿐이라는 느낌?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의 배신 속에서 성장한 니나는 또 한번 안타까운 선택을 한다. 결국 헤어질 것이 뻔했던 보리스를 사랑하고 그의 아기까지 낳은 것이다. 보리스에게 버림받은 후에도 그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니나가 유년기 때 보호자로부터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너무 왜곡된 사랑을 맹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안타깝고 답답했다. 


'보리스'는 정말 인간쓰레기이다! 순진한 니나에게 호숫가가 어디냐느니 뭐니 떡밥을 던지면서 마음을 홀려놓고, 분명 니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나중에 '이리나'와 딥키스를 나누며 자기를 가지라는 둥... 그래도 훗날 니나와 잘 살 줄 알았는데 자기 애까지 있는 니나와 헤어졌다고? 요즘 세상 같았으면 책 판매 저작권을 양육비로 다 강탈해도 부족할 판인데.. 저 시기에는 그런 법이 없었는지 그냥 니나만 불쌍해졌다.


-. 끝끝내 콘스탄틴은 자신만의 길을 찾지 못한 채 삶을 마무리하였다. 콘스탄틴의 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결정은 하지 않았을텐데... (아, 물론 '마샤'가 콘스탄틴을 매우 좋아하긴 했지만, 그 사랑은 소통하는 사랑이 아니라 들이대는 사랑이어서, 오히려 콘스탄틴에게 반감만 사고 말았다.) 제일 중요한 건 엄마 '이리나'의 역할이었을텐데, 엄마는 콘스탄틴이 니나로부터 배신당한 후에 느꼈을 아픔도 돌봐주지 않은채 자신의 사랑 챙기기에만 바빴다. 


출처: (좌)위키피디아 /(우)네이버영화  (메인 주인공이 니나&아리나인가? 비중은 아닌데. 유독 두명 위주의 포스터가 많이 보인다)


-. 내 '편'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그래서 사람들은 그 걸 만들기 위해 사랑을 찾고, 연애를 하고, 법적인 효력까지 있는 '결혼'을 하는 것일까. 그랬다가 내 편으로부터 배신을 당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상실감에 사로잡히고 극단적인 선택도 하고 말이다.


-. 영화를 보는 내내, 서로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을 향해 몸부림치고, 외로움에 발버둥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여서 너무 안타까웠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인데 왜 모두들 그걸 놓치고 사는걸까. 국,영,수고 나발이고, 가장 필요한 건 관계학습이다. 그 어떠한 부와 명예도, 따뜻한 관계와 사랑 없이는 상대를 해치는 칼로 작용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