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가족신화
많은 드라마나 대중매체를 보면, ‘엄마’라는 단어는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 찡-하게 하는 존재인 것처럼 다뤄지곤 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만들어진 신화 아닐까?
엄마가 나를 낳아준 몸이라는 것에는 감사하지만, 그 대단한~ 명목 하에 자기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강압하고 구속하고 상처 주는 엄마도 많다.
그래서 '엄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랑'보다는, '사랑'이라는 왜곡된 가족의 올가미에 숨이 막혀서, 오히려 그 때문에 분노의 눈물이 맺히기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에게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불편하다.
엄마가 나를 대할 때, ‘가족끼리도 말조심을 해야 해? 가족끼리는 좀 편하게 막 말해도 되는 것 아니야?’라는 전제 하에 던지는 그 막말들이, 나는 너무 버겁다.
내가 상담을 공부하게 된 것도, 내가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 상처받은 영혼이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엄마는 자신의 엄마(나에겐 외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단다.
그러면서 왜 나에겐 그러지 않느냐고 탓한다.
나도 이해가 안 된다. 외할머니의 전적인 위로와 사랑을 받고 자란 엄마가 왜 나에게는 저 모양인지.
사랑을 받고 큰 사람이 사랑을 베풀 줄도 안다는데, 나의 엄마를 보면 그 말은 틀렸다.
엄마는 항상 ‘너도 엄마 되어봐라, 내 마음 이해할거야’라고 하지만, 그 말도 틀렸다.
엄마는 수십 년간 ‘딸’이었지만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세상의 중심이 완전 자신. 오로지 자신뿐이다.
그동안 여러 번 싸우고, 여러 번 화해(는 아니고 적당한 선에서 넘어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누구보다도 예민한 9개월차 임산부. 엄마는 나의 심기를 또 제대로 건드렸다.
내가 9개월째 계속되는 입덧으로 힘들어죽겠다고 하자, 엄마는 ‘앞으로 더 힘들건데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니?’라는 것이다. 아니 이것보다 더 힘들거면 진작 애를 지우라고 하던가.
무슨 마조히즘/새디즘도 아니고, 그게 딸한테 할 말인가?
내가 오늘 정말 화가 난 건, 이미 저 말을 여러번 들어왔고, 그 때마다 내가 화를 냈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여김없이 '또' 그말을 했기 떄문이다.
이미 그 말을 할 때마다 내가 듣기 싫어하는 내색을 내비친게 벌써 5-6번은 된 것 같다. 처음 입덧으로 입원했을 때부터 위로는 커녕 깔깔깔- 웃으며 ‘엄마 되는 거 어렵지? 앞으로 더 힘들 것이다’라는 말을 해서 내가 화를 냈었다. 그 이후로도 도대체 그 말을 몇번을 했는지. 그래서 내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화를 냈는데, 오늘도 또 그 말을 반복한 것이다.
내가 화를 냈다는 것을 까먹은 것인지, 화를 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인지... 오늘 또 그 말을 했다. 도대체 왜? 내가 듣기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 왜???
위로를 해주어도 시원찮을 판에, 눈곱만큼의 위로도 해주기는커녕 화만 돋웠다.
본인도 임신 유경험자이면서, 나에게 대하는 걸 보면 여느 마초남자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막 대한다.
그게 쿨하다고 생각하는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제 엄마와는 또 당분간 연락을 끊을 예정이다.
연락이 오면, 엄마와 대화할수록 내 수명이 짧아져서 안 되겠다고 해야지.
그간 연락두절의 최장기간은 1년이었다.
이번엔 얼마나 갈까?
나와, 그리고 곧 태어날 내 아기의 정신건강을 생각한다면 영영 연락을 끊어도 난, 상관 없다.
외할머니는 나와 엄마가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엄마와 딸이 꼭 친해야 하는가? 그건 딸에게 너무 불쌍한 처사 아닌가.
나에게 매일같이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엄마는.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