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며
“너무 좋은 곳 사시네요!”
유럽, 그것도 북유럽에 산다고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듣게 되는 말이다.
들리는 건 칭찬이지만, 가끔은 어색하다.
이런 반응은 아마도 국가 브랜딩의 힘이겠지.
하지만, 나는 스웨덴이 좋아서 오게 된 건 아니다.
통계청 KOSI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스웨덴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은 약 1,800명 정도다.
생각보다 적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보다도 작을 수 있다.
세부 통계는 없지만, 내가 짧게 관찰한 스웨덴 속 한국인 프로필은 이렇다:
스웨덴인 남편과의 결혼으로 이주 - 체감상 80% 이상이 이 케이스다. 아직까지 ‘스웨덴 아내’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여행이나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북유럽 특유의 여유로움에 끌려 석박사 과정 중 혹은 후에 정착 시도 중 - 약 10%?
물론 내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일 뿐이다.
표본은 작고, 관찰은 편향돼 있다. 하지만 스웨덴 내 한국인 숫자가 워낙 적어, 어쩌면 이 정도 스케치로도 어느 정도 윤곽은 그려질지 모른다.
한국에서 “스웨덴에서 일해요”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이렇게 묻는다.
“주재원이세요?”
하지만 스웨덴에서 한국 기업의 주재원을 만나는 건 매우 드물다. 그건 북유럽이 딱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인구 약 1,060만 명. 서울 인구수와 비슷하다.
GDP는 약 6,300억 달러. 한국의 1/3 수준이다. 이쯤에서 다들 놀란다.
그렇게 규모가 작았어요?
북유럽은 생각보다 경제 규모가 작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주재원을 보낼 만큼 전략적인 시장은 아닌 셈이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호의적 이미지를 갖고 자발적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대개 두 가지쯤 되지 않을까.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표되는 복지
경쟁에서 벗어난 여유로운 삶, 소위 ‘워라밸 맛집’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고.
국가가 아이를 키우고 삶은 지탱해준다는 진실 혹은 거짓.
나 역시 자발적(?)으로 스웨덴에 왔다. 선택은 했지만 환상은 없었다.
스웨덴계 회사를 다니고는 있었지만, 언젠가 ‘꼭 스웨덴에 가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남편이 스웨덴에서 오퍼를 받았고 "일단 가보자"는 식으로 이주하게 됐다.
뼛속 깊이까지 민주당 DNA를 탑재한 미국인 남편은 복지국가 스웨덴에 대한 이상을 품고 있었고,
나는 솔직히,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따라왔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서서 이 나라를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는 환상을 걷어낸, 리얼한 스웨덴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K-pop은 잊어라.
가난한(?) 국가에서 온 입양아 혹은 복지를 찾아온 외국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