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감정 표현하기

- 선과 색으로 표현할 수 있는 미묘한 감정들

by 슬슬킴



파란색 물감으로 휙휙 그려보니 거센 파도가 느껴졌다. 그래서 이 아이는 지금 두려운가 보다. 평온한 얼굴을 그려 넣기 어려운 거친 파도 같은 머리카락.. 색이나 선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니. 역시 그림의 세계는 대단하다. 파랑을 조금 부드럽게 칠했다면 조금 달랐을까? 거칠게 칠한 파랑머리에서 두려움에 움추러든 아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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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공원을 걸을 때 나는 우두커니 서서 버드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본다. 위로, 옆으로만 쑥쑥 자라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아래로 축축 쳐진 버드 나뭇잎을 보면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헝클어진 아이의 머리칼 같은 버드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초록은 언제나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축축 늘어진 선과 형태도 긴장된 내 발검음을 멈추게 한다. 그런 선과 색 속에서 편하게 눈감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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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아주 미묘한 감정까지도 담아내는 일이다. 무수히 많은 선과 색 그리고 형태로 그리는 사람의 감정이 담기고 보는 사람은 감정이 샘솟는다. 내가 '이렇게' 그려도 누군가는 '저렇게' 보는 게 그림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어린아이들처럼 순수한 감정 자체를 표현하는 그런 그림을 매일의 삶 속에 지친 어른들과 함께 그릴 그런 날이 오도록 더 재미있게 그려야겠다. 언젠가 오랜 시간이 지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본다. 내가 할머니가 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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