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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un 29. 2024

나의 죽음 이야기

- 나를 스쳐간 죽음

그러니까 그게 언제였더라.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나에게 가장 큰 의미였던 할머니의 죽음 전에 다른 한 사람의 죽음이 먼저였다. 나보다 몇 살 어렸던 아이는 급체를 해서 세상을 떠났다. 시골 동네, 가난했던 집의 아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처음 들었던 누군가의 죽음이다.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가 태어나고 9년을 함께 살았던 친할머니의 죽음은 나에게 정말 큰 영향을 미쳤다. 내 기억으론 할머니랑 나랑 같이 자고 있었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셔서 건넌방의 부모님을 급히 불렀고 나는 나가있으라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건넌방에 갔다. 할머니가 통조림에 들어있는 황도가 먹고 싶다고 하여 그 음식을 마지막으로 드신줄로 알고 있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서둘러 집에 장례식을 위한 것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겨울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에 입학하기 전이었다. 아직도 할머니를 보내드리기 전에 염을 하시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어린 마음에 궁금해하며 봤던 얼굴을 닦아주고 손톱을 잘라 작은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생생하다.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상여 나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죽음은 고 3 때 같은 반 친구의 죽음이다. 학상시절 마지막 체육대회는 내 생일을 끼고 진행되었다. 초여름, 우리는 체육대회에 열심히 참여했다. 그 친구는 평소 심장병을 앓고 있어서 체육시간에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있었다. 나는 고2 가을즈음 학교에서 2인3각 달리기를 하다가 허리를 삐끗하여 침을 맞으러 다녔고, 그 후로 체육시간에 잘 참여하지 않았다. 고3이 되어 벤치에 앉아있는 친구가 있으니 나도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서 몇 번 같이 쉬고는 했고, 우연히 짝꿍이 되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던 친구였다. 깡마른 몸에 키도 크고 예쁘장했던 친구는 잡지에서나 보던 모델포스가 나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체육대회 핸드볼 팀에 참여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경기 중에 쓰러져 엠블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갔지만 그날 밤에 세상을 떠났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20대 초반이 되어서 전해 들었던 죽음이 있다. 초6 때 같은 반 친구였던 남자아이들의 소식이었다. 한 명은 군대에서 제대 직전에 자살을 했고, 다른 한 명은 신차를 뽑고 얼마 되지 않아서 교통사고로 하늘로 갔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갑자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내 나이 46살, 내가 지금까지 살아 숨 쉬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급체로 세상을 떠났던 어린아이는 4살이었다. 2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난 두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사랑했던 할머니는 5년간 당뇨합병증에 시달리다 칠순잔치도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지금도 내가 모르는 여기저기에서 누군가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 일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들이 불쌍하다고 치부할 수도 없다. 그저 오늘 내가 살아 숨 쉬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수많은 어제가 있었지만 손에 잡을 수 없고, 내일은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냥 오늘만이 있을 뿐이다. 그 오늘이 가고 있다. 어떤 행복한 일을 명랑하고 즐겁게 해 나갈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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