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암호화폐는 기술적,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실제 화폐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인 증권같은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기술 발전과 시장 활성화로 암호화폐 서비스가 대중화된다면, 우리 생활 속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을 실물 화폐로 전환 가능한 비트코인 ATM은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하게는 ATM처럼 비트코인과 실물 화폐를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온/오프라인 상에서 암호화폐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이용 가능하다.
또한, 암호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비대면 대출 및 차입, 국제송금 등의 다양한 금융서비스 역시 기대해볼 수 있는데, 이는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국제송금 시험 결과, 기존의 국제금융통신망을 사용 시 결제 및 정산에 며칠 이상 걸리는 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이용 시 1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고 별도의 수수료도 들지 않았다.
이처럼 블록체인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된다면, 현재보다 훨씬 편리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도 2021년 신한은행이 가상화폐를 사용한 해외송금기술을 성공적으로 시험하였으나,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와 규제 장벽에 부딪혀 상용화되지는 못하였다.
페이팔은 이미 2021년 미국이용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매매 및 온라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2022년 암호화폐 송금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향후 더욱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금융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있으나 관련 제도가 미비하고 규제가 엄격하여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인 만큼, 활발한 논의의 장 마련, 규제 완화, 제도 정비 등 세계 각국의 정치적 역할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의 일상화는 궁극적으로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DeFi)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탈중앙성은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적인 특성으로, 신뢰할 수 있는 중앙기관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체제를 의미한다.
기존의 법정화폐는 정부기관이 발행하고 가치를 정하는 반면, 탈중앙화된 금융에서의 가상화폐는 화폐를 발행하고 가치를 결정하는 중앙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모든 거래가 이용자들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암호화폐에 대해 “비트코인은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닌, 미래 금융거래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암호화폐의 범람은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의 파산을 의미한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 역시 미래에 탈중앙화 금융과 유사한 형태의 완전히 새로운 금융 체계가 자리잡을 가능성을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에서 이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를 분산하여 관리하므로 기존의 중앙집권적 금융 시스템에 비해 보안, 투명성, 신뢰성, 거래비용 측면에서 큰 이점을 가진다.
반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기존 중앙집권적 시스템과 개별 국가에 의존하는 법정 화폐의 입지는 계속해서 위태로워지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이 다소 급진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으나, 중앙은행의 범위 밖에 존재하는 암호화폐의 거래가 일상화되어 금융 거래에서 중앙기관의 역할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면 그것이 사실상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의 실현이나 다름없다.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에서는 중앙기관의 개입 없이 암호화폐를 예치해 수익을 얻거나 암호화폐를 대여 받는 금융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금융 혁신은 단순히 수수료 절감이나 편리성 차원의 이점을 넘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
암호화폐는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정부 부패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통화 가치 절하 및 불안정으로 고통 받는 국가의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대체 통화로 기능함으로써 그들이 화폐를 보다 직접적으로 통제하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전은 평등에 기여해왔다.
인쇄술의 발명이 지식의 평등을,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명이 정보 접근성의 평등을 이루었듯,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에서 소외되어온 이들에게 폭넓은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기회의 평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