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은 Dec 01. 2024

세 줄로 마음을 사로잡을, 앱푸시 써보기  

너무 길어서도 안돼, 후킹하게 본론부터



세 줄로 마음을 돌려봐 


“세 줄로 마음을 좀 돌려봐”


음 그러니까, 저 말을 들은 건 아니다. 그런데 마치 나는 그 말을 들은 느낌이었다. 이건 마치 삼행시? 팀장님은 나에게 다음 주 신메뉴를 소개할 앱푸시를 작성해 보라고 하셨다. 앱푸시가 뭘까? 우리가 앱을 깔고, 그 앱의 ‘마케팅 수신동의’를 했을 때 앱에서 알림으로 오는 문구다. 지금도 각자 핸드폰을 열어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개의 앱푸시가 와 있을 것이다.


앱푸시 예시, 돈 쓸 생각은 없었는데 갑자기 아깝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이런 메시지다. 


(광고) 주말 한정 쿠폰 + 무료 배달

오사원 님 쿠폰 확인하고 무료 배달로 주문해 보세요! -월급 루팡 이츠


(광고) 충격 소식 전달 드립니다.

연말 벼락 할인 챌린지… 예쁜 원피스 즉시할인증 – 지구재구


앱을 클릭해서, 우리 브랜드를 다시 오게끔 하는 메시지였다. 이런 글이야 나도 자주 받아보고 있으니까. 음 어렵진 않다. 메모장을 켜서 문구 작성을 시작했다.



예의는 필요 없다 짧고 강력하게!


출처: 뤼튼 제작 이미


“안녕하세요. 격무에 바쁘신 와중에도 저희 브랜드를 찾아주시면.. 대단히 감사… “

고객들에게는 예의가 있어야 한다. 나는 고객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적고 있었다. 옆에 있던 갈색 파마머리 대리님은 내가 모니터에 쓰고 있는 글자들을 유심히 보시더니, 참다못해 한마디 건네셨다. 


“어 저 오사원 님? 이렇게 길게 쓰면 안 돼요. 그리고 너무 설명조로 써도 안 돼요~”


앱푸시는 기사가 아니다. 장황하게 써서는 안 된다. 광고메시지이면서도, 전문을 다 보지 않아도 한눈에 들어오게 함축해서 써야 했다. 그녀는 기존에 나갔던 메시지를 보여줬다.


(광고) 시원한 여름 선물

오늘 000 브랜드가 아메리카노를 쏜다!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100원

지금 당장 앱 접속하시고, 쿠폰을 받아보세요. 


(광고) 달콤한 가을 신메뉴

제철 감으로 만든 홍시 라떼가 출시되었어요.

알맞게 익은 홍시로 만든 라떼 한 잔 어떠세요?


 짧게 세 줄정도로 간략하게 내용을 써야 했다. 그래 예의 차릴 필요 없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되기로 하고, 내 워드에 있는 인사말을 다 지웠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인사도 없이 이렇게 무턱대고 본론부터 이야기해도 되나? 된다. 고객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니까. 짧고 그리고 무엇보다 눌러보고 싶게 본론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걸 쓰는 목적이 뭘까요? 프로모션을 알리거나 신메뉴를 알리려는 것, 

즉 정보를 알리려는 목적이에요.”


그렇다. 정보를 알려주는 게 목적이다. 인사는 생략 하자. 


“오사원 님이 이렇게 쓰지 않아도, 오는 푸시가 있어요 그건 뭘까요?”

“어… 저… “

“아마 오늘 아침에도 봤을걸요? 저희 오늘 아침에 매장 들려서 신메뉴 먹어봤잖아요.” 


대리님의 알쏭달쏭한 말에 고민하며 내 앱에 들어가 봤다. 앱에는 최근에 온 알람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받은 앱푸시는 이거였다.


“주문하신 메뉴가 나왔습니다.”


아! 메뉴 주문이나, 고객에게 알림을 위해서도, 이런 자동 앱푸시가 사용되고 있었다. 고객은 내가 보내는 메시지 외에도 수많은 메시지를 받고 있을 것이다. 음 생각해 보니 피로하다. 목적을 생각해서 장황하지 않고 짧게, 후킹 하게 쓰는 게 중요했다. 


 

연애나 앱푸시나 조절이 중요해 



짧게 쓰면서도, 눌러보고 싶게 한다. 그러려면 재미가 있어야 했다. 재치 있는 밈을 알아보는 데는, 유튜브를 뒤지는 게 빠르다. 나는 바로 유튜브 실시간 급상승을 클릭했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G-dragon의 파워 뮤비를 열심히 보고 있는 것 같았고. 로제의 아파트 뮤비도 뜨고 있었다. 우리도 따라 한다면..?


“파..파파파워 할인?”


음 사람들이 알아들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브랜드와 톤이 안 맞는 느낌이었다. 있는 유행어대로 다 사용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브랜드와 어울리는 유행어를 찾아서 조금 변형해서 문구를 만들어 봤다. 신메뉴에 대한 소개도 넣었다. 선배는 앞으로 타 브랜드의 앱푸시를 많이 참고하라고 했다. 일반적으로는 아래 형식으로 작성해 보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첫 줄(제목): 후킹이 되는 메시지

두 번째 줄-혜택이나 메뉴에 대한 소개

세 번째 줄-바로 가게끔 눌러보고 싶도록 유도


문구를 팀장님께 컨펌받았다. 다시 한번 문구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검토 후에 ‘발송’을 눌렀다. 약간 2~3분의 텀이 있었지만 우리가 보유한 회원들에게 푸시 메시지가 갔다는 알림이 떴다. 앱에 가입한 수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를 받아본다니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럴 때 선배에게 어필해야 한다. 내가 잘 쓰면 매출도 올라갈 것이다. 



“저 이거 일주일에 2번씩 써도 돼요? 잔뜩 생각해 올게요!”

“우리는 한 달에 앱푸시를 그렇게 자주 보내지 않아요."

"왜요? 알릴 메시지는 정말 많은데.."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껴서 마케팅 동의를 하지 않거나, 탈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아.. 생각해 보니 나도 저런 앱푸시를 보고는, 접속을 하기보다 그냥 “지우기”를 눌러서 내 알림창의 알림들을 다 꺼버렸던 것 같다. 때때로 너무 앱푸시가 많이 오는 브랜드의 경우, 앱푸시를 접속해서 그 앱 알람을 꺼버렸다. 아니면 정말 귀찮게 느껴지는 경우 앱을 탈퇴하기도 했다. 앱푸시는 너무 자주 보낼 경우 고객의 피로도가 쌓여 탈퇴를 유발할 수도 있다. 때문에 한 번씩 보낼 때마다 신중해야 한다. 생각해 보니 무슨 썸 타는 사이 같다. 지나치게 멀어져도 안되고, 너무 많이 다가가면 부담스러운.. 아 이래서 연애도 마케팅도 어려워! 

 

고객들에게 나갈 대대적인 문구를 작성하는 경험은 오사원에게는 짜릿했다. 사람들이 내가 보낸 메시지를 다 같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심코 지나치는 광고 메시지일수도 있고, 불쾌한 스팸일 수도 있다. 오사원은 작은 단어 하나라도 와닿게 하려면 좋은 문구들을 많이 수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