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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Lee May 17. 2020

체스키크롬로프와의 만남_ part. 1

안녕 나의, 우리의 체스키크롬로프_ #2

  나에겐 가장 친한 친구가 세 명 있다. 뭐 어떻게 보면 얘네가 내 친구들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피를 나눈 가족들 다음으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놈들. 뽁, 민비, 찰스. 이 중 뽁이 가장 먼저 결혼을 했다. 신혼여행 경험이 있는 뽁에게 어떤 루트가 좋을지 의견을 물어봤다. 


   "우리가 다녀온 루트대로 다녀와! 우린 되게 좋았어!"


   뽁은 자기가 다녀온 신혼여행 코스를 추천했다. 동유럽 여행의 정석 코스. 프라하로 입국, 체스키크롬로프, 할슈타트, 그리고 비엔나 출국의 일정. 이곳들 중에 체스키크롬로프는 꼭! 넣으란다. 많은 사람들이 당일치기를 하는 체스키크롬로프인데, 뽁은 이곳에서만 2박을 했댔다. 전 일정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특히 거기에 있는 한인 펜션 사장이 독특한데, 나랑 잘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응? 나랑? 나랑 맞는 사람 많지 않을 텐데. 어떤 사람이지? 사장이 철학적인, 뭔가 진리가 담겨있지만 알기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풀어놓는데, 그런 대화를 좋아하는 내가 그곳과 잘 어울릴 것 같다 했다.

  뽁의 아내는 쑤이다. 나의 여동생. 우리 아내 랑금이 질투할 정도로 아끼는 쑤이다. 쑤는 까칠하다. 쑤는 그냥 넘어가는 것 같지만 그냥이 없다. 그만큼 주변 사람을 그냥 아끼지 않는 따뜻한 아이. 그렇게 그냥 뱉는 말도 없어서 듬직하고 믿음직하다. 쑤가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다가 "어, 거기 좋아. 오빠 꼭 갔다 와."라고 했다. 뽁은 자기들 다녀온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곳저곳을 설명해 줬다. 할슈타트 이 장소에서는 자기네들처럼 뽀뽀하는 사진을 찍고 오라 고도 했다.


  체스키크롬로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도시 이름이지만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기대가 되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마을 사진을 찾아보니 마을이 참 아름답다. 뭔가 동화에 나올 법한, 세트장같이 잘 보존되어 있는 동네. 내 상상이 더해져 머릿속 체스키크롬로프는 산 가운데 자리한 평화로운 마을로 자리 잡았다. 강이 흐르는 여유가 가득한 동네,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될 법한 그곳, 바쁜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한적한 이틀을 맞이할 그곳. 또 그곳에 있는 한인 펜션과 그 주인장 미스터 킴.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었다.


  무사히 결혼식을 잘 마치고 신혼여행을 출발. 나의 첫 번째 유럽.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준비하며 누적된 피로가 나를 짓눌러 여행을 시작할 때 여흥이 많이 나진 않았다. 에너지 부자 랑금은 흥분 모드. 사랑하는 여자친구에서 이제는 사랑하는 우리 아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일상의 감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도착한 프라하, 세상은 넓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사람들, 건축물, 트램, 모든 게 다른 곳,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럼에도 무거운 몸뚱어리, 텐션을 올려가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때에는 프라하를 이렇게 자주 갈 수 있을 줄 몰랐으니, 하나라도 눈에 더 담고 싶었다. 눈을 들어도 끝을 보기 힘든 성 비투스 대성당, 모두가 다녀간다는 프라하 성의 스타벅스와 거기서 본 아름다운 프라하, 지금은 유료지만 당시에는 무료였던 황금소로길, 사람이 가득했던 까렐교, 그리고 성 네포무쯔 상의 전설. 한강만큼 큰 블타바 강과  그 위를 오가는 유람선들, 돌로 덮인 길에도 유유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 블타바 강변으로 강아지 산책시키며 걷는 할아버지,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학생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이니 만큼 관광객들도 정말 많았다. 물론 지금만큼 많지는 않았다. 이때는 중국-체코 국제선이 지금처럼 원활할 때가 아니었기에.


  저녁노을 지는 프라하와 밤이 내리운 도시까지 마음에 담고 다음 날 체스키크롬로프 행 버스를 탑승하였다. 프라하를 출발하여 체스키크롬로프로 가는 스튜던트 에이젼시(현 레지오젯) 버스 안, 드넓은 벌판을 넋 놓고 보며 잠도 자지 않고 세 시간 동안 이동했다. 눈이 닿는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움 가득하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땐 체코가 한국보다 훨씬 큰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국토가 5분의 4크기 정도라고. 인구가 천만 명 정도라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적다. 그래서 횅한가 보다. 문득 출발하기 전 먹었던 카르보나라 맛이 입안에서 돈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 짠맛이 강렬해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세 시간을 달려 체코 체스키크롬로프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만난 한인 펜션 아달베르트. 그땐 우리가 이곳을 맡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미스터 킴과 첫 만남, 첫인상부터 평범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벨을 누르고 문을 열며 나온 장년으로 보이는 남자, 사오십대로 보인다. 짧게 자른 머리, 예전에 유행했던 베컴 머리처럼 짧은 머리가 정돈되어 있다. 코를 통해 전해지는 독특한 향수 냄새와 깊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안녕하세요, 숙박을 예약한 숭호와 랑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아~ 어서 와요,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자, 이리로 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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