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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우 Sep 16. 2024

은따와 같은 반이 되다

은지는 6학년이 되었다.

매년 3월은 늘 설레면서도 긴장된다.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은지는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공부는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데 친구 사귀기는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래도 5학년 때는 친한 친구 3명을 만들어서 은지 포함 4명이라는 환상의 짝수를 형성하여 1년을 편하고 재밌게 보냈다. 은지는 이번 연도에도 친구들을 잘 사귀어서 초등 학교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반장 선거에도 도전을 해 볼 참이다.


3월 개학 첫날, 은지는 어색한 공기가 가득한 교실을 둘러보았다. 은지가 친했던 친구들은 모두 다른 반으로 갔나 보다. 아는 친구가 별로 없다. 그중 한 명이 눈에 띈다.


‘어? 진경이가 같은 반이네?’


진경이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았다. 3학년 때인가 같은 반을 했었는데 욕심과 질투가 많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친구들과 무리 지어서 돌아다니길 좋아했고 성격이 못됐던 것 같다. 그러던 진경이가 5학년 때 은지의 옆 반이었는데 무표정으로 혼자 복도를 다녔던 모습이 자주 보였었다. 늘 친구들과 다니던 애가 왜 혼자 다니나 궁금했었는데 그 반에서 더 세고 인기가 많았던 여학생과 서열 다투기를 하다가 나가리가 되었다고 한다. 즉, 그 반 여학생 주요 무리에서 눈 밖에 나버리자 다른 여학생들도 안 놀아주는 은따가 된 것이다. 은따는 은은하게 왕따 시키는 걸 의미한다. 왕따보다는 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괴롭힘은 없으나 학급 아이들이 은따에겐 적극적으로 굳이 다가가지 않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못되게 굴더니 5학년이 되어서야 벌 받는구나’ 싶었다. 어떨 땐 약간 불쌍하기도 했지만 이번기회로 그 못된 성격을 고치길 바랐다.


그랬던 진경이가 같은 반이 되었다. 그런데 진경이의 눈빛이 작년에 복도에서 보았던 것과 다르다. 진경이의 눈은 까맣게 반짝였다. 달리기 선상에서 운동화끈을 묶는 사람처럼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비장한 눈빛이 은지에게 어떤 일을 가져다 줄지 그때는 몰랐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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