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 경험은 어떻게 남을까

by 박성희

김포문화재단 2024 지역중심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흠뻑쇼》현장 지원 기록


라움콘의 《뭉쳐진 말들》임체스의 《오롯이 홀로서기 위한 연습》은 의문을 품게 만든다. '뭐 하려는 거지?', '어떻게 하는 거지?' 몸을 세우고 두리번거리며 쫓아가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몸과 감수성의 민감도가 높아진다. 여러 감각을 인식하며 활동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점차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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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예술교육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라움콘의 《뭉쳐진 말들》은 '한 개의 자수틀을 두고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는다.→자수천에 생각나는 단어나 말하고 싶은 단어를 쓴다.→각자 쓴 단어 위에 자수를 놓는다.' 임체스의 《오롯이 홀로서기 위한 연습》은 '날달걀을 깨지 않고 바닥에 세운다.'인데 단순해 보이는 활동이지만 활동의 경험을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바늘을 주고받으며 모르는 사람과 말꼬를 틀 때, 내가 쓴 단어를 표현하고자 애를 쓸 때, 결국에 단어는 사라지고 설명하기 어려운 무엇으로 남았을 때, 날달걀 세우기 실패의 원인을 바닥으로 돌릴 때, 그러다 어느 순간 탁! 하고 달걀이 섰을 때, 그제야 웅크리고 있었던 몸을 쫘-악 폈을 때 나는 지난 경험을 들춰 빗대어 보기도 하고 현재를 더듬어 보기도 했다.


자수를 놓다 폴 발레리의 '인간은 손가락과 손가락이 닿으면 무한한 정보가 전해진다.'라는 말을 몸소 경험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괜한 우쭐함도 느꼈으며, 날달걀을 세우다 사물(또는 재료)과 부드럽게-느슨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는 법을 다시 알게 됐다. 그러다 문득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한 사물(또는 재료)과 이토록 오랜 시간 맞닿아 있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봤는데 그런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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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예술교육을 참여하며 '예술교육 경험은 어떻게 남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는데 예술교육이나 문화-예술적 활동의 경험이 바로 흡수되어 내재화된다면 정말 좋겠으나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 단번에 이해가 어렵기도 하고 이해가 됐어도 며칠 지나면 잊어버리고 마는데, 그런데도 예술교육이나 문화-예술적 활동의 경험이 계속돼야 하는 건 어느 날, 불현듯 예술가의 말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예술가의 말이 그런 의미였구나!'하고 알아차리는 순간이 오면 내 몸 한구석에 진하게 저장된다고 생각한다. 저장된 데이터가 점점 쌓이다 보면 어떤 삶을 살까, 어떻게 삶을 조금 더 잘 살까 하는 감각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까? 사실 내 바람이기도 하다.


- 2024년 10월, 박성희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