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지? 뭐 먹을래? 뭐 먹을 게 없어서 생긴 일
2025년 예술 워크숍 《꺼내 먹는 부엌》은 경기상상캠퍼스 단기 프로젝트 입주 모집에 선정되어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주최: 경기문화재단, 경기상상캠퍼스
주관: 오호(ojo)
기획과 운영: 박성희, 신성은
디자인: 박성희
모듈 제작: 나무타는 목수들
예술 워크숍 《꺼내 먹는 부엌》은 익숙하고 고정된 공간인 '부엌'을 바깥으로 꺼내어 다시 조립해 보는 과정을 통해 공간의 구조와 쓰임을 새롭게 바라보고 이를 '공동 창작의 장'으로 확장하고자 한 프로젝트이다.
운영자와 참여자의 구분 없이 함께 부엌을 만들고 요깃거리를 나누는 경험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이 맺는 관계를 기존과는 다른 감각으로 경험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꺼낸다'와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나 신체 활동을 넘어 일상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감각이나 느낌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으로 작동하길 기대했다.
워크숍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일시
- 2025년 6월 18일(수) 13:00~16:00
- 2025년 6월 21일(토) 13:00~16:00
- 2025년 9월 24일(수) 11:30~13:30
장소
- 경기상상캠퍼스 대화의 정원 외
인원
- 총 30명(회차당 10명 내외)
《꺼내 먹는 부엌》은 실내외 어디에서든 진행할 수 있는 워크숍이다. 날씨가 좋은 날 바깥으로 부엌을 꺼내는 해방감도 인상적이었지만, 비 오는 날 실내에서 진행하며 느꼈던 특유의 어수선함 또한 이 워크숍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복작거릴 때 발생하는 밀도 높은 에너지가 오히려 《꺼내 먹는 부엌》의 생동감을 더해주었기 때문이다.
회차당 10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을 설정한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운영자(기획자)가 진행자나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참여자로 함께 녹아들어 서로 눈을 맞추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가장 적절한 규모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프로그램의 밀도를 높이고, 예술적 경험이 각자의 감각 깊숙한 곳까지 닿게 하려는 설계이기도 했다.
워크숍은 약 3시간 동안 7단계의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1. 준비하기: 참여자 환대 및 워크숍 흐름 안내
2. 상상하기: 펼쳐진 도구와 재료를 살펴보며 부엌 설계
3. 꺼내기: 설계도에 따라 실물 부엌 조립
4. 요리하기: 완성된 부엌에서 오늘의 요리 시작
5. 먹기: 완성된 요리를 함께 나누며 맛보기
6. 곱씹기: 오늘의 경험과 감각 공유
7. 해체하기: 함께 만든 부엌을 다시 원래의 상태로 해체
<2025년 함께 나눈 맛> 토마토 사시미, 복숭아 모차렐라, 샐러드 피자, 워킹 타코, 유부 채소 말이
현장에서의 대화만으로는 이 경험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워크숍 이후 참여자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가 《꺼내 먹는 부엌》을 다시 곱씹어보길 요청했다. 참여자들은 구글 폼을 통해 각자의 언어로 진정성 있는 문장들을 보내주었다.
"순간순간이 게임 속 퀘스트 같았다."
"억지로 입을 여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이는 경험이 신기했다."
"낯선 사람과 밥을 먹는 게 참 오랜만이었는데 (...) 약간의 불편함이 동반되는 과정 덕분에 손을 보태게 되고,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그 시간이 참 따뜻했어요."
예술 워크숍 《꺼내 먹는 부엌》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자기 자신의 감각을 깨워내고 이를 타인과 나누며 관계를 형성하는 하나의 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즉흥성과 의외성에 기대어,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자체로 즐거운 창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측 불가능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란스러운 창작의 풍경이야말로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진정한 방향성이 아닐까.
한 참여자가 남겨준 소중한 후기를 그대로 실어 나르며 글을 마친다.
"삶을 살아가며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보다 늘 보던 사람들을 주로 만나게 됩니다. 이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새롭게 만났고, 이 시간은 제 기억의 소중한 한 조각으로 남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참여하고 싶어요."
- 2026년 1월, 박성희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