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예술 워크숍 《꺼내 먹는 부엌》 작업 노트

나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by 박성희

2025년 예술 워크숍 《꺼내 먹는 부엌》은 경기상상캠퍼스 단기 프로젝트 입주 모집에 선정되어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주최: 경기문화재단, 경기상상캠퍼스

주관: 오호(ojo)

기획과 운영: 박성희, 신성은

디자인: 박성희

모듈 제작: 나무타는 목수들



#꺼내먹는부엌 #첫만남 #경기상상캠퍼스 #대화의정원


뭐 먹지? 뭐 먹을래?


기획의 원초가 된 질문이다. 너무 가볍게 시작한 탓이었을까. 프로젝트를 마친 뒤 결과보고서를 마주했을 때 마음 한구석에는 진한 여운보다 아쉬움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기획이 조금 더 섬세했더라면, 조금 더 촘촘했더라면 어땠을까.


사실 기획 단계부터 운영 내내 "무겁지 않게 가자! 재밌게 가자!"를 외치지 않았던가. 그에 따른 결과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아깝고 아쉬운 마음들은 2026년 프로젝트의 동력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꺼내 먹는 부엌》 작업 노트를 다시 펼쳐본다.


#도구들 #만져보고 #조립하고


부엌을 꺼내자!

프로젝트 운영 장소인 경기상상캠퍼스에는 참 먹을 게 없다. 공유 주방이 있긴 해도 어딘가 묘하게 불편했다. 그 불편함 앞에서 생각이 튀어 올랐다.


'부엌을 통째로 꺼내보면 어떨까?'


부엌을 꺼내려면 해체와 재조립의 과정이 필요했다. 박스와 나무, 끈 같은 것들을 대충 엮으면 부엌이 되지 않을까? 부엌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이라도 함께 (해)먹을 수 있다면 그것을 부엌이라도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워크숍을 운영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들은 다음과 같다.

같은 도구와 재료를 보더라도 각자 다른 부엌을 떠올리게 할 것

부엌을 완성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대화와 망설임, 그 특유의 어수선함을 귀하게 여길 것


누군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이가 소비하는 매끄러운 구조가 아니라 모두가 손을 얹었더니 상황이 더 어수선해지는 풍경을 보고 싶었다. 무언가 정신없이 흘러가는 순간 속에서도 같이 정하고, 같이 만들고, 같이 먹는 그런 장면 말이다. 완결성 있는 프로젝트보다 정의할 수 없는 어떤 '상태' 그 자체. "한 번 해보세요."라고 권하고 "그냥 해봤더니 이렇게 됐네요."라고 답하는 마음과 움직임들. 그런 장면들이 실제로 구현되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재료들 #상상하고 #음미하고


왜 하필 부엌이었을까

시간이 흐른 뒤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꺼내 #먹는 #부엌 단어들 사이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Q. 왜 하필 '부엌'이었나?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 부엌을 떠올릴 때 일상, 돌봄, 여성성, 생존, 노동, 환대 같은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부엌을 선택한 이유를 조금 더 개인적인 언어로 정리해 보자면 나에게 부엌은 먹고사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공간이자 삶의 가장 평범한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자리였다. 그런 부엌을 꺼내는 일은 잘 정리된 이야기나 준비된 태도 대신, 꾸미지 않은 일상과 말들을 툭툭 던질 수 있는 장이자 관계를 맺는 도구를 만드는 일이었다.


Q. '꺼낸다'와 '먹는다'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꺼낸다'와 '먹는다'는 행위는 연결이고 만남이다. 함께 무언가를 (해)먹는 일은 가장 원초적인 소통 방식이다. 많은 말을 보태지 않아도 같이 음식을 (해)먹는 순간 사람은 같은 주파수 위에 놓인다. 꺼내 먹는 행위는 서로를 마주하기 위한 가장 단순한 장치였다.


Q. '조립'과 '해체'의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삶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조립되는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우리는 부엌을 조립하며 관계를 맺었고, 다시 해체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조립과 해체의 과정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장면이었다는 것, 기록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꺼내먹는부엌 #만드는정성 #먹는정성


삶의 가장 평범한 얼굴을 마주하며

월급쟁이 기획자를 그만두고 난 뒤의 내 삶은 줄곧 어수선하고 빠듯한 상태다. 그런데 나의 삶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부엌을 통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뭐라도 (해)먹으며 마음이 말랑해지는 자리에서 진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다.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2026년에도 부엌을 꺼내야 할까? 꼭 부엌이어야 할까? 꼭 부엌이라는 형태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테이블이든 돗자리이든 사람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꺼내 놓는 장면만 선명하다면 무엇이든 좋다. 물론 그 곁에 맛있는 요깃거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


- 2026년 1월, 박성희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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